"선수 보호, 감독의 임무" 英감독 감싼 클린스만, 자신의 행동은 잊었나
[인터풋볼] 박윤서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이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옹호했다.
잉글랜드는 26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독일 쾰른에 위치한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슬로베니아와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1승 2무(승점 5)를 기록했고, C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최악의 경기력이었다. 잉글랜드는 자신들보다 몇 수는 아래로 평가받는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졸전을 펼쳤다. 73%의 볼 점유율과 12번의 슈팅을 때리고도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유효 슈팅도 단 4회에 불과했다. 공격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득점을 담당해야 할 해리 케인은 전방에 고립됐고,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수양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드 벨링엄도 보이지 않았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를 대신해 3선 미드필더로 출전한 코너 갤러거도 실망스러웠다. 결국 갤러거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코비 마이누로 교체됐다. 프리미어리그 탑급 윙어인 부카요 사카와 필 포든도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잉글랜드가 슬로베니아전에서만 부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별리그 시작부터 잉글랜드는 삐걱댔다. 첫 경기 세르비아전 벨링엄의 헤더 득점으로 승리를 따내기는 했으나 경기력은 형편없었다. 또한 덴마크전에서도 선제골을 잘 넣어놓고 1-1로 비겼다.
초호화 스쿼드를 들고도 이렇게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 비판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집중됐다. 알렉산더-아놀드의 3선 미드필더 기용, 키어런 트리피어의 왼쪽 풀백 기용,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는 루크 쇼 선발 이유 등 비판 이유도 다양하다.
슬로베니아전 잉글랜드 팬들은 폭발했다. 경기가 끝난 후 잉글랜드 팬들은 맥주 잔을 그라운드에 던지기도 했다. 16강 진출은 했으나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 와중에 클린스만이 영국 '더 선'에 자신의 생각을 게시했다. 그는 28일 "나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잉글랜드 팀을 위해 앞장서는 방식을 존경한다. 슬로베니아전 이후 잉글랜드 팬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에게 다가갔고, 응원에 감사를 표했다. 비록 그들 중 몇몇이 플라스틱 맥주 잔을 던졌으나, 더 많은 사람들은 그의 행동에 감사했을 것이다"라며 말문을 뗐다.
이어서 그는 "이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성격의 강점을 보여준다. 선수들을 향한 비판을 막는 것은 감독의 임무 중 하나다. 특히 토너먼트 중에는 더욱 그렇다"라고 말했다.
클린스만이 이런 말을 한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 클린스만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보여주었던 행동과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표팀은 조별리그부터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있었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컸다. 그럼에도 승리는 가져왔기에, 한국은 4강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4강 요르단전서 충격적인 0-2 패배 이후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더 선'이 먼저 손흥민과 이강인의 다툼을 보도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가 이를 빠르게 인정했고,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이강인은 해당 사건을 사과했고, 손흥민도 이를 받아들이며 일단락됐었다. 클린스만은 성적 부진과 태도 논란으로 경질됐다.
그러나 경질된 후 클린스만은 여러 프로그램에 나가 아시안컵 당시 한국이 탈락한 이유를 선수들 탓으로 돌렸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다툼을 계속해서 언급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다퉜고, 그날 밤 한국의 대회는 끝났으며 팀 정신을 느끼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계속했다.
선수들을 향한 비판을 막는 것이 감독의 임무라고 말했던 클린스만. 즉 선수 보호는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맞는 말이지만, 클린스만은 적어도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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