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만든 맥주 위해 생산까지 중단"…1등 맥주 '카스'의 30년

이재윤 기자 2024. 6.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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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년 맞는 히트 K-푸드]⑩오비맥주 '카스' 출시 30주년
[편집자주] 한류 바람을 타고 K-푸드가 세계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K-푸드의 세계화는 한국에서 히트한 먹거리가 다른 나라에서도 먹힌다는 점을 증명했다. 올해로 짧게는 열살(10주년), 길게는 백살(100주년)을 맞는 'K-푸드'의 히트상품을 찾아 소개한다.

맥주 '카스(CASS)'가 올해로 출시 30주년을 맞았다. 카스는 1994년 6월 출시 이후부터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국내 맥주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 제품이다. 카스는 출시 당시 동양(현 오비맥주)과 조선(현 하이트맥주)으로 나뉜 2강 체제의 맥주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고, 최근 13년 간 국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진로가 만들고, 오비가 키운 카스…출시부터 '대박'
카스는 태생부터 기존 맥주와 차이가 있다. 카스를 처음 만든 건 국내 소주 제조사 진로다. 진로는 1920년대 증류식 소주 제조로 성공한 이후 1960년대 희석식 소주로 크게 성장했다. 이후 사업 확장을 위해 맥주 시장에 뛰어들었고 미국 쿠어스와 협업해 카스를 만들었다.

카스는 출시 당시 비열처리 방식을 적용한 이른바 '3세대 맥주'가 경쟁을 벌였는데, 카스가 첫 주자로 나서면서 자리를 잡았다. 기존 제조사와 달리 무균 공정을 도입한 점도 소비자들에게 먹혔다. 1991년 경북 구미의 두산전자에서 대량의 유해 물질이 유출된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으로 깨끗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던 때 였다. 두산그룹이 소유한 오비맥주가 이 사건으로 직격타를 입었다.

카스는 출시 37일 만에 2000만병이 판매됐다.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출시 7년 만에 오비맥주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1위였던 오비맥주는 조선의 하이트, 진로 카스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낙동강 수원지를 사용하고 있던 오비맥주는 페놀 유출 사건으로 타격이 컸다. 반면 하이트맥주가 당시 '강원도 천연 암반수'란 점을 강조해 오비맥주를 앞질렀다.

카스는 부드러운 맛을 강조했던 과거 맥주와는 달리 톡쏘는 청량감에 초점을 맞췄다. 이름도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을 표현하는 영단어 '케스케이드(cascade)'에서 따왔다. 그리고 글자마다 의미를 담았다. 콜드(Cold) 필터링과 첨단기술(Advanced technologt), 부드러운 맛(Smooth)과 소비자 만족(Satisfy) 등이다.

1994년 첫 출시부터 2024년까지 카스 제품 변천사/사진=오비맥주

1등을 위한 카스의 집념…'갓 만든 맥주'로 15년 만에 반전
카스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카스를 만든 진로는 유동성 위기로 2000년대 초반 기업이 사실상 완전히 해체됐다. 카스는 오비맥주에, 소주는 하이트에 넘어갔다. 하지만 오비맥주의 모기업인 두산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모펀드 등 해외 기업 등으로 옮겨가게 됐다. 결국 2011년 오비맥주는 세계 최대의 맥주 기업인 엔하이저부시(AB) 인베브에 인수됐다.

오비가 다시 맥주 시장에서 1등을 차지한 건 2012년이다. AB 인베브에 재인수된 오비맥주는 카스를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1등 탈환의 목표를 세웠고 '신선도'를 높이기 위한 공격적인 전략을 구상했다. 당시 맥주 유통은 10~15일 가량의 재고를 쌓아두는 방식이었는데, 카스는 갓 만든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기존의 물량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생산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오비맥주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신선한 맥주의 장점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춰 마케팅에 나섰고, 당시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오비맥주는 카스를 통해 15년 만에 다시 1위 자리를 꿰찼다. 오비맥주는 시장 점유율 1위를 다시 차지한 2012년을 기념해 당시 대표부터 전직원들의 명단을 동판으로 만들어 기억하고 있다.

올해 카스는 2024 파리올림픽 공식 파트너 브랜드로 선정되며 한정판 올림픽 에디션 카스 프레시와 카스 0.0을 공개했다. 맥주 브랜드의 성인용 논알코올 음료가 역대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지정된 것은 최초다. 카스 브랜드 관계자는 "본연의 맛과 개성은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춰 지속해서 제품과 마케팅 혁신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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