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새빨간 거짓말, 언론은 뭐하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4. 6. 29. 06: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지난 5월13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속세, 금투세, 종부세 논쟁이 거의 매일 같이 언론을 장식한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다양한 기사는 환영이다. 지금보다 더 치열한 논쟁은 더 좋다. 그러나 최소한 팩트가 틀린 부분은 언론이 바로 잡아야 한다. 특히, 고위 공직자의 팩트가 틀린 발언은 언론이 지적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60%”라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짓말은 많은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 성태윤 대통령실 실장의 상속세 관련 발언을 인용한 포털사이트 기사 갈무리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대주주 할증을 포함해도 50%다. 세율이란 세금이 부과되는 과세표준(과표)에 적용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과표 10억 원에 세금이 5억 원이 부과되면 세율이 50%다. 마찬가지로 과표 12억 원에 세금이 6억 원이 부과되어도 세율은 50%다. 세금액수가 6억 원이라고 세율이 60%라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아니면 세법을 전혀 이해를 못한 발언이다. 요컨대 과표 상승과 세율상승은 구별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소득이나 재산이 상승해서 세금이 늘었는데 이를 세율이 올라서 세금이 늘었다고 표현하면 거짓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시장에서 실제로 존재 한다. 한 주에 1만 원짜리 주식 10주는 10만 원이다. 그러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져갈 수 있는 대주주의 주식 백만 주는 100억 원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서 형성된다. 만약 비싸게 사고 싶지 않아 공개시장에서 구매해도 마찬가지다. 경영권 분쟁이 붙는 순간 주식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경영권 분쟁을 감내하는 전략적 투자자가 공개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하려면, 주식가격은 30~40% 오르는 것은 기본이다. 그래서 대주주 지분이 포함된 블록세일(주식일괄매각)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게 된다.

경영권 프리미엄 가격은 얼마일까?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와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의 '우리나라 경영권 프리미엄 현황 분석' 연구를 보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최소 45% 이상에서 형성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속세법은 경영권 프리미엄은 단 20%만 반영한다. 할증과세가 아니라 할인과세라는 의미다.

외국은 어떨까?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주요선진국 들도 주식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식하고 상속세에 반영한다. 다만, 이들 나라는 판례 등을 통해 시장에 형성된 경영권 프리미엄을 온전히 반영하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40% 이상 인식하기도 한다. 미국이 판례를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50% 반영한 것을 “미국 상속세 최고 세율은 경영권 프리미엄 반영시 60%다” 라고 말하면 명백한 오류다.

▲ 5월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성태윤 정책실장과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 과세가 지나치게 높다고 말한다. 거짓말이거나 세법과 국제 사례를 착각한 것이다. 거짓말이라면 부도덕한 것이고 세법과 국제 사례를 착각한 것이라면 우리나라 최고위층으로의 자격이 부족한 것이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이 국제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맞다.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은 OECD 국가 중 높은 편이고, 우리나라 소득세 부담은 OECD 국가 중 적은 편이라는 사실도 맞다. 그리고 실증연구에 따르면, 상속세수와 소득세수는 역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즉, 소득세를 통해 충분히 과세한 재산을 물려줄 때는 상속세 부과를 좀 덜 한다. 거꾸로 소득세가 비교적 적은 국가는 상속 과정에서 나머지 세금을 보충한다. 그럼, 우리나라가 상속세를 낮추고자 한다면 소득세 부담을 높여야 한다. 소득세와 상속세 모두 국제적으로 비교하지 않고 일부만 취사선택하여 상속세만 낮추자는 것은 솔직하지 못하다. 국가의 지출은 정해져 있기에 상속세 등 어떤 세금을 낮춰도 그만큼 우리와 우리 후손이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으로 메워야 한다.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은 지방소득세 포함하여 49.5%로 상속세 최고세율 50%와 거의 동일하다. 만약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낮춘다면, 소득을 통한 부의 형성보다 상속을 통한 부의 형성을 국가가 조장하는 꼴이다. 근로 소득을 통한 자산 형성보다 상속을 통한 자산 형성에 국가가 더 특혜를 줄 필요가 무엇일까.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