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시장 혼란…뉴욕증시 일제히 ‘뚝’[월스트리트in]
트럼프 재선 가능성↑…관세부과로 인플레 재자극 우려
국채시장도 트럼프 우려?…10년물 금리 4.4% 근접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개인소비지출(PCE)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데다 둔화세를 이어간 것은 긍정적인 소재였다. 하지만 이날 시장을 흔든 건 전날 치러진 대선 TV토론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더듬는 등 졸전을 보인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짓 또는 왜곡된 팩트로 자신감있는 발언을 이어나가면서 트럼프 당선시 수혜를 볼 수 있는 주식 중심으로 투심이 쏠렸다.
2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2% 하락한 3만9118.86을 기록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0.41% 떨어진 5460.48을,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0.71% 빠진 1만7732.60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둔화세를 이어갔다는 또 다른 증거가 추가되면서 뉴욕증시는 장 초반 상승했다. 미 상무부는 미국의 5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0.1% 상승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년동월대비로는 2.6% 올랐다.
근원PCE는 기조적 물가흐름을 볼 수 있어 연방준비제도가 선호하는 물가지표다. 2월 이후 3개월 연속 2.8%에서 머물다가 지난달 들어 2.6%로 뚝 떨어졌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포함한 헤드라인 PCE물가지수는 전년대비 보합, 전년 동월대비 2.6%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1년 3월(2.7%) 이후 최저치다.
모든 수치는 월가 예상치에 부합했다.
개인소득은 전월대비 0.5% 늘어나며 예상치(0.4%)를 웃돌았다. 반면 소비자지출은 0.2% 늘어나며 예상치(0.3%)를 소폭 밑돌았다.
다만 상승세는 크지 않았다. 이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하고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약세를 보였던 만큼 예상됐던 수치였기 때문이다. 특별한 ‘서프라이즈’가 없었던 만큼 시장엔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시마 샤는 “오늘 PCE 수치에서 서프라이즈가 없었다는 것은 안도할 만한 것이며 연준이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면서도 “다만 9월에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하려면 인플레이션이 더 둔화되고 노동시장 연착륙의 추가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 은행의 메리 데일리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통화 정책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 주지만 금리인하의 적절한시기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언급했다.
금리인하 가능성보다 시장이 주목한 건 전날 치러진 미국 대선이었다.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석유회사, 은행 등은 상승세를 보였고, 반대로 정책 수혜에서 배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생에너지와 대마초 주식은 일제히 하락했다.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리비 캔트릴은 “어젯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며 “그는 스타일 토론에서 패배했고, 그로 인해 경합주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임을 확신시키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지지층도 위축시켰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트럼프의 승리가 더 높다고 베팅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관세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데, 문제는 이같은 사안이 언제 시장에 반영될 것이라는 게 문제”라고 언급했다. 관세를 올릴 경우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이 올라가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재반등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욱 더뎌질 수 있고, 주시시장에는 ‘배드뉴스’가 될 수 있다.
넷 얼라이언스 증권의 앤드류 브레너는 “트럼프가 토론에서 승리할 경우 장기물 국채에 매도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관세에 대한 두려움,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 국채 발행 증가에 대한 지속적인 두려움 등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석유·은행주 오르고…대마초·재생에너지주 급락
트럼프 관련주들은 상승세를 탔다. 석유, 천연가스 등 전통 에너지 업체 주가가 대표적이다. 베이커 휴즈(2.18%), 엑슨모빌(0.18%), 코노코필립스(0.36%), 옥시덴탈 페트롤리움(0.54%) 등이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은행주들도 일제히 올랐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초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 자산 1000억달러 이상 은행들의 자기자본 요건을 강화해왔는데 트럼프 당선시 다시 금융 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이다. JP모건(1.55%), 뱅크오브아메리카(1.32%), 모간스탠리(1.48%), 웰스파고(3.43%) 등이 강세를 보였다.
바이든 수혜주로 꼽히는 대마초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연방 차원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대마초를 저위험 약물로 재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이같은 기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틸레이브랜즈 주가는 4.05%, 캐노피그로스주가도 3.3% 하락했다.
재생에너지 관련주인 퍼스트솔라(9.79%), 썬런(10.63%), 엔페이즈에너지(5.25%) 등이 급락했다.
기술주 흐름은 엇갈렸다. 엔비디아 주가는 0.36% 하락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역시 0.53% 하락 마감했다. 반면 인텔은 1.24%, 브로드컴은 1.19%, 퀄컴 2.07%, AMD 1.72%는 모두 상승했다. 테슬라는 0.23% 오른 반면 애플은 1.63% 하락했다.
국채금리도 장기물 중심으로 뛰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0.8bp(1bp=0.01%포인트) 뛴 4.396%까지 치솟고 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13.2bp나 뛴 4.559%에서 거래중이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4bp 오른 4.756%에서 거래되고 있다.
트럼프 재선시 관세부과에 따른 인플레 자극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월말 리밸런싱(한 달 동안 매도한 채권이 추가되고 일부 오래된 채권이 제외되는 것)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달러는 약보합권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거래일 대비 0.04% 내린 105.86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일본외환시장에서 161엔을 돌파했던 달러·엔 환율은 뉴욕외환시장에서 160.88엔을 기록 중이다.
유럽증시는 엇갈렸다. 영국 FTSE100지수는 0.19% , 프랑스 CAC40지수는 0.68%빠진 반면, 독일 DAX지수는 0.14% 상승 마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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