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이버 공격자 AI 악용할 수도… 정부·기업, 시스템 방어·보호에 투자해야”

변지희 기자 2024. 6.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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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쇼 前 미국 우주군 부사령관
“과거보다 훨씬 더 우주 역량에 의존”
”정부·공공기관 사이버보안 시스템 노후화… 산업계는 빠르게 발전”
“사이버 공격보다 방어 역량에 집중해야”
존 쇼 전 미국 우주군 부사령관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사이버보안콘퍼런스’ 기조연설 직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조선비즈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의 한 바닷가. 사람들이 백사장에 누워 한가롭게 일광욕을 하는 사이 거대한 유조선이 항로를 잃고 밀려드는 사고가 난다. 이 사고를 시작으로 스마트폰과 텔레비전, 라디오 등 모든 통신 수단이 끊긴다. 통신 수단이 끊기면서 사람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됐다. 유조선 뿐 아니라 비행기도 항로를 잃고 추락하는 사고가 난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굉음이 나더니 갑자기 치아가 빠진다. 극초단파 공격을 받은 것이다. 이는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Leave the world behind)’의 줄거리다.

◇ ”사이버 공격으로 일상 생활 초토화될 수도”

존 쇼(John Shaw) 전 미국 우주군 부사령관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사이버보안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 직후 인터뷰에서 “영화에서 일어난 일들이 이제는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혼돈의 시대: 사이버 위협’을 주제로 진행됐다. 쇼 전 부사령관은 ‘글로벌 사이버 공격 위협: AI부터 우주까지’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여년간 미국 공군에 몸담은 인물로 제14공군 및 연합군 우주구성군 사령부 사령관 등 미국 공군 핵심 지휘관으로 활동했다. 2020~2023년에는 미국 우주군 부사령관을 맡았다. 군사 전략은 물론 보안, 인공지능(AI) 전문가로 꼽힌다.

영화 속에서 롱아일랜드로 휴가를 갔던 가족은 롱아일랜드를 벗어나 시내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자율주행차들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면서 추돌 사고를 일으키고, 길을 완전히 막는 바람에 다시 롱아일랜드로 돌아온다. 쇼 전 부사령관은 “이는 사이버 공격으로 평범한 일반인들의 삶이 어떻게 초토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우주 역량이 사라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그린 영화”라며 “적대 세력의 해킹으로 실제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의 일상 생활은 과거보다 훨씬 더 우주 역량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쇼 전 부사령관의 설명이다. 그는 “예컨대 미국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를 서울에서 사용해도 사용 내역을 곧바로 문자메시지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시간적으로 동기화된 네트워크 시스템 덕분이다”라며 “우주 역량을 통해 모든 게 가능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장에서도 우주와 사이버는 오늘날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주 역량으로 지상, 해상, 항공이 모두 연결돼있고, 각 영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잠재적인 위협 세력은 우리의 우주 역량을 공격하고 싶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이버 공격에서 가장 큰 위협은 공격이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상국에 대한 공격, 위성 자체에 대한 공격, 지휘·통제 시스템에 대한 공격 등 다양한 유형의 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 만약 지휘·통제 시스템에 대한 공격이 이뤄진다면 해커들이 서비스를 다운시켜 위성을 통제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특히 군사적인 측면에서 위험한 상황이기 떄문에, 지휘·통제 시스템이 공격받았을 때 빠르게 복원하고 시스템을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격보다 방어에 더 많은 투자 해야”

쇼 전 부사령관은 우주 역량이 인류에게 중요해졌기 때문에 사이버보안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격의 정교함도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 단계는 향후 AI가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파악하는 단계라고 본다. 그런데 지금은 상대적으로 AI가 사이버 공격을 하는데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AI가 사이버 방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텐데 아직 필요한 만큼의 투자와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방어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다. AI와 인간이 함께 훈련하고 학습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래에는 이 같은 협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사람이 조종하는 F-35 전투기와 자율주행 전투기가 협업해 효과적으로 운행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래에는 AI 기반 우주플랫폼을 사람이 관리하는 등 사람과 AI가 협업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게 쇼 전 부사령관의 설명이다.

민간과 정부·공공기관의 보안 기술 격차와 관련해선 “정부·공공기관은 민간 부문의 모범 사례와 접근 방식을 살펴보고 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 분야의 보안 기술이 공공 분야보다 앞서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사이버보안은 어떤 분야에서든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정부·공공기관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쇼 전 사령관은 “사이버보안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이 부재하다”며 “예컨대 병원에서도 (의료행위인) 수술에는 관심이 있지만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고 말했다.

쇼 전 부사령관은 “정부나 공공기관의 사이버보안 시스템은 노후화된 경우가 많은 반면, 산업계는 빠르게 발전하며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기도 한다”면서도 “산업 분야여도 정부가 필요한 모든 분야를 커버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국 국방부는 인재 양성 차원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2년의 기간 동안 군인들을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에 파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이를 허물도록 하는 21세기에 맞춘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챗GPT처럼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 AI에 익숙하지만 먼 미래에는 AI가 물리적인 사물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건물이 될 수도 있고, 채굴하는 기계일 수도 있다”라며 “이런 기술이 가능해지면 사이버 공격자들이 악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안 의식을 갖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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