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공격하는 이 퀴퀴한 냄새…여름철 체취와 작별하는 법
그만, 피해 주세요! 직장인 대나무숲
불쾌지수가 치솟는 불볕더위와 함께 불청객이 찾아왔다. 구린 발부터 시큼한 겨드랑이까지 참을 수 없이 퀴퀴한 땀 냄새다. 후각은 다른 감각과 달리 대뇌에 직접적으로 전달돼 기억에 오래 남는 특징이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민폐’ 주인공으로 각인되고 싶지 않다면 관리는 필수다. 불쾌한 묵은 체취와 작별하는 방법을 정리해 봤다.
참을 수 없는 냄새의 무서움…씻고, 말리고, 바꾸라
나를 슬프게 하는 냄새들, 왜?
“출퇴근할 때마다 너무 힘들다. 지하철에 풍기는 지독한 땀 냄새에 다시 마스크를 써야 할 것 같다” “여름만 되면 내 몸에서 찌든 내가 난다. 배우자 얼굴을 보기 민망하다. 해결책이 있을까?” 해마다 여름이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냄새’ 고민이 쏟아진다.
퀴퀴한 냄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우리 피부 표면에는 두 가지 형태의 구멍이 존재하는데, 털이 자라는 모공과 땀을 배출하는 땀구멍이다. 이들은 각각 에크린샘, 아포크린샘과 연결돼 있다.
입술, 음경, 귀두, 음핵을 제외한 몸 전체에 분포하고 있는 에크린샘은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 피부 주변의 수분을 흡수하고 이를 피부 밖으로 배출하는 식으로 체온 조절을 한다. 이때 만들어지는 땀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물 같은’ 땀이다.
반면 아포크린샘은 모공을 통해 땀을 배출한다. 주로 겨드랑이와 배꼽 주변, 생식기 등에 분포하고 있으며 페로몬을 분비하기도 한다. 아포크린샘에서 나온 땀 역시 주성분은 물이지만 단백질, 지방과 같은 유기물이 상대적으로 많이 함유돼 있어 끈끈한 느낌을 준다.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 몸은 더 많은 땀 분비를 통해 체온을 조절한다. 분출된 땀은 피부에 존재하는 피지와 뒤섞이며 알칼리성을 띠게 된다. 이는 박테리아(세균)가 생성하기 좋은 환경이다. 대다수의 땀 냄새는 피부에 존재하는 세균이 땀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즉 과도한 땀 분비, 세균의 증식이 여름철 땀 냄새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공공의 적, 발 냄새
“똥 밟으셨어요? 발 냄새 심한 거 모르세요?”
JTBC 수목드라마 <비밀은 없어>에서 감전 사고로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주인공이 직장 상사를 향해 쏟아낸 외침이다. 아마도 꾹꾹 눌러 담았던, 우리 모두의 속마음일 것이다.
발 냄새의 주범은 신발 속에서 배출되지 못한 땀 탓에 발이 축축해지면서 번식하게 되는 각종 균이다. 불어난 세균은 발의 각질을 갉아 먹으며 악취를 풍기는 화학물질로 변하는데 이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무좀과 같은 또 다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냄새 해결을 위해서는 발을 꼼꼼하게 씻고 발가락 사이를 완전히 말리는 것이 좋다. 특히 녹차와 식초 탄 물에 10분 정도 발을 담그면 냄새 제거는 물론 혈액 순환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녹차와 식초에 있는 카테킨 성분과 아세트산 성분이 세균이나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주 1~2회 주기적인 각질 제거로 먹잇감을 사전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지나친 자극은 오히려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발 전용 스크러브 제품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신발은 될 수 있는 대로 통풍이 잘되는 것으로 선택하고 사무실에서도 앞이 뚫린 슬리퍼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에 젖은 신발은 세탁 후 완전히 말린 다음 착용해야 한다. 한 번 생긴 균과 곰팡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아 시차를 두고 다시금 올라오기 일쑤다. 신발을 세탁할 땐 깔창을 분리해 헹군다. 보관 중인 신발에는 신문지나 소량의 베이킹소다를 넣어두면 습기를 줄일 수 있다.
갑갑한 신발을 장시간 신어야 하는 상황이거나 유독 발에 땀이 많은 사람이라면 여분의 양말을 준비해 수시로 갈아 신도록 한다. 나일론 혼방보다는 면으로 된 양말이 통풍에 좋다. 또한 특정 신발을 연속해 신기보다는 신발 두세 켤레를 번갈아 착용하는 식으로 휴식기를 줘야 한다.
부장님은 모른다.
빈속에 마신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담배가
얼마나 최악의 냄새를 뿜는지.
만나고 싶지 않아 ‘겨터파크’
직장인 한석형씨(가명)는 “학창 시절부터 땀이 많았고 익숙함에 불편함을 모르고 지냈는데 옆자리 선배가 아주 조심스럽게 ‘냄새가 난다. 좀 더 잘 씻어야 할 것 같다’고 조언을 했다”며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동료들 사이 제 별명이 ‘가갸거겨(드랑이)’였다”고 털어놨다. 한씨에게 여벌의 옷은 필수품이 됐다.
겨드랑이 냄새를 줄이기 위해서는 평상시 청결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살균 작용이 있는 약용비누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바람이 잘 통하는 옷을 입고 파우더 등을 뿌려 상시 건조한 상태를 만드는 것에도 신경 써야 한다.
퇴근할 땐 쓰레기 좀 버립시다, 대리님.
하루살이 탓 좀 그만하고요.
냄새를 숨기기 위해 향수를 뿌리면 땀과 섞여 더 심한 악취를 유발할 수 있다. 향수보다는 일시적으로 박테리아를 박멸해 냄새를 억제하는 데오드란트나 알루미늄 클로라이드 성분이 포함된 발한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지독한 냄새라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 비수술적 방법으로는 땀악취증이 발생하는 부위에 보톡스를 주사하는 방법과 레이저 제모가 있다.
보톡스는 신경 말단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막아 땀샘에서의 땀 분비가 줄어들게 하고, 레이저 제모는 모간에 세균과 땀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 악취증을 줄일 수 있다. 겨드랑이 피부밑 땀샘 자체를 제거하는 지방 흡입술도 대안이다.
점심시간 쪼개 운동하는
자기 관리 끝판왕 차장님,
샤워도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범인은 어제 먹은 야식?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동료에게 나는 불쾌한 냄새로 괴로워하는 직장인이 늘어났다”며 “이는 팀워크와 업무 의욕을 떨어뜨리고 이직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런 현상을 가리키며 ‘스메하라’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냄새’를 뜻하는 ‘스멜(smell)’과 ‘괴롭힘’을 축약한 ‘하라(Harassment)’를 합성한 단어다.
문제는 사람에 따라 냄새를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지수 피부과 전문의는 “땀악취증의 경우 명확한 진단법이 있는 질환은 아니지만 체취로 인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으로 사회생활에 불편감을 느낀다면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다만 평소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만으로도 악취증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장 우선돼야 할 습관은 잘 씻고 잘 말리는 것이다. 1인 세신숍 ‘술리스’의 정희선 세신사는 “샤워를 할 때는 40도 이하의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라”고 말한다. 찬물로 샤워를 하면 혈압이 오르고 맥박수가 상승해 우리 몸이 더 많은 에너지를 내 결국 땀을 더 유발한다는 것.
유분이 많고 땀과 피지 등 노폐물이 쉽게 쌓이는 배꼽과 귀, 목덜미 등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피지가 공기와 만나 산화하면 지방산이 만들어지는데, 지방산에 들어 있는 ‘노네날’이라는 물질이 냄새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간혹 샴푸 세척 과정에서 저절로 씻긴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주기적인 샤워에도 꿉꿉한 냄새가 난다면 세탁 방법을 확인해볼 차례다. 여름철 빨래에는 다량의 땀이 흡수돼 있다. 따라서 냉수보다 30~40도의 온수 세탁 코스를 활용하는 것이 박테리아 제거에 도움이 된다. 유독 땀 냄새가 심하게 뱄다면 ‘헹굼’ 단계에서 식초를 소량 추가하도록 한다. 시큼한 냄새는 건조 과정에서 모두 증발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습한 욕실에 수건을 그대로 두면 세균이 번식하기 쉽고 이것이 피부 질환과 냄새를 유발할 수 있다. 사용한 수건과 샤워용 수건은 반드시 잘 말려 두어야 한다.
때로는 매일 사용하는 침구류가 뜻밖의 범인일 수도 있다. 여름 이불은 땀을 잘 흡수하고 통기성이 탁월한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일주일에 한 번, 30분 이상 햇볕에 말려 세균을 제거하고 자주 세탁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 최소 2주에 한 번 세탁한다. 이불은 기상 직후 바로 개기보다는 뒤집어 얇게 펴둔 뒤 최소 한 시간 후 정리한다. 이불 속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막아주기 위함이다.
건강한 식생활과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근본적인 예방법이다. 전문가들은 고지방, 고열량 음식은 땀샘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량을 늘리고 체취를 강하게 하므로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파, 마늘, 알코올, 커피와 야식 역시 노폐물 분비를 더욱 증가시켜 땀 냄새를 강하게 하므로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정지선 영양사는 “단백질보다는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단을 추천한다”며 “충분한 물 섭취는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체내의 독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박, 시금치, 호박, 파프리카 역시 체내 수분을 보충하고 체온을 낮춰 땀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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