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하는 의사들] 16만명 쓰는 정신건강 앱 개발, 우울감 35% 줄여
심리상담 앱 ‘마인들링’, 스트레스 30% 줄여
정신건강 진단보다 개인 맞춤형 치료법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1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서 우울증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100만 32명이다. 2018년 75만 3011명에서 매년 증가해 5년 만에 100만명 문턱을 넘었다.
우울증은 인지와 정신, 신체 활동의 전반적인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우울증이 극심하면 자살 시도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안타까운 점은 우울증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도 전문의와 상담하는 시간은 5분 남짓이라는 것이다. 환자 수에 비해 의사 수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국내 벤처기업 포티파이(40FY)는 더 많은 사람들을 우울증, 불안장애로부터 구하기 위해 나섰다. 2020년 개인 맞춤형으로 불안을 없애고 안정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앱(app, 응용프로그램) ‘마인들링’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현재 16만명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 3만명은 유료 가입자다.
문우리 대표는 2020년 7월 포티파이를 창업했다. 이력은 화려하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공중보건학 석사와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다국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 일하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했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포티파이에서 만난 문 대표는 “개인 환자를 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여러 분야를 공부하고 다양한 업무를 해본 경험을 토대로 포티파이를 창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우리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력이 다양하다. 처음부터 계획이 있었나.
“로드맵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살아오면서 그때 그때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고른 것 뿐이다. 처음에는 국제보건기구(WHO)나 유엔(UN)에서 일해보겠다고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MBA 공부를 병행하면서 나에게 비즈니스가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책 관련 업무는 정치적인 역학으로 움직이는데 비즈니스는 목적에 따라 행동하고 결과를 내는 등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맥킨지에서 전문 경영인들 사이에서 경쟁하면서 스트레스를 꽤 받았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래서 국내로 돌아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됐다. 나는 평생 의사로만 사는 것보다는 정신건강이라는 주제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포티파이를 창업했다.”
–정신건강 전문 업체를 창업한 배경은.
“최근 통계를 찾아봤더니 국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사람은 5년 사이에 150만명에서 250만명으로 급증했다. 진짜 빨리 늘어난 셈이다. 또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1년에 100명 나올까. 앞으로 환자는 더 늘어나는데 의사는 여전히 적다. 의사 1명이 1시간에 환자 10명을 본다. 1명당 5분 남짓 보는 셈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환자를 이렇게 짧게 만나는 것은 사실 말이 안된다. 환자마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상담을 해야 하는데, 실상은 ‘저번에 먹은 약 어땠냐’ 물어보고 약을 처방하는 것이 전부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포티파이는 어떤 회사인가.
“포티파이의 포티는 40(forty)을 뜻한다.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약 40%는 당사자의 평소 생각과 행동이다. 개개인의 그 40%를 긍정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뜻을 담아 사명을 지었다. 그 방법이 바로 정신건강을 살피는 것이다. 창업 초기 모토는 ‘모두가 내 마음의 전문가가 되게 하자’ 였다. 정신건강이 좋으려면 우선 내 마음을 다루는 방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이나 인터넷, 특히 유튜브에 마음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정보가 넘쳐 나는 것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그 정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행복한 사람인지 알아야 그 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 마치 의사가 환자의 상태와 상황에 맞게 심리 상담과 약 처방을 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각자 ‘나 다움’을 찾아 이를 발전시키는 방법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 마음 상태에 맞는 방법을 기술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앱 ‘마인들링’을 소개해 달라.
“마인들링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개인 맞춤형 심리상담이 가능한 앱이다. 말 그대로 ‘마인드(마음)를 핸들링한다(다룬다)’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 현재 3만명이 유료로 가입했으며, 16만여 명이 이 앱을 사용하고 있다. 사용자의 80~90%가 MZ세대에 해당하는 20·30대다. 다른 정신건강 관련 앱들은 대부분 진단을 한다. 사용자가 얼마나 우울한지 불안한지 측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단보다 중요한 것이 치료 방법이다. 우리는 여기에 집중을 했다. 심리상담에서 어떤 사람은 몸을 이완하는 방법을 배우고, 어떤 사람은 두려운 상황에 단계적으로 노출돼 이겨내는 법을 배운다.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는 심리상담에서 활용하는 이러한 치료 방법을 5분, 10분 단위로 1000개 만들어 마인들링에 넣었다. 그리고 AI가 사용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분석하면서 그에 맞는 치료방법을 제시한다.”
–맞춤형 치료법을 어떻게 제시하나.
“예를 들어 사용자가 완벽주의자인지 소심한 사람인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지, 또 잠을 못 자거나 무기력한지, 우울한지 ‘증상’을 파악한다. 이것을 조합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으로 모듈을 제공한다. 사용자마다 어떤 모듈을 제시했을 때 순응도가 좋고 증상이 나아질 것인지도 AI가 예상한다. 서울대병원과 함께 300명을 대상으로 마인들링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우울감이 35%, 스트레스가 30%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 기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하는 항우울제를 두 달 먹은 것과 비슷한 효과다.”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 2023′에서 소프트웨어·모바일앱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객관적으로 내 상태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내과 의사는 혈압이나 혈당을 수치로 측정할 수 있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객관적으로 잴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자율신경계를 재는 심박변이도 정도인데 이것을 우리는 스마트폰에 적용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손가락을 대 혈류를 측정하면 자율신경계가 얼마나 안정화됐는지 알 수 있다. 이 결과를 보고 AI가 맞춤형 모듈을 추천해준다. 아직 파일럿 단계로 향후 상용화 예정이다. ”
–직장인용 웹서비스 ‘웨이마크’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대개 전공이나 월급을 보고 직장을 선택한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둘 때 이유를 보면 일하는 방식이나 사람들과 맞지 않을 때가 많다. 인간적으로 나와 조직문화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환경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 알아야 나 답게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지난해 사용자가 어떤 성향과 특징을 가졌고 어떤 강점이 있고 어떤 환경에서 일하면 좋은지 알려주는 ‘웨이마크’를 개발했다. 검사 결과를 토대로 커리어 코칭도 해준다. 상용화 1년 만에 사용자가 1만명을 넘었다.”
–직장 상사용 서비스도 있다는데.
“지난해 11월에는 웨이마크 후속으로 ‘업피플’도 상용화했다. 업피플은 회사의 리더들, 예를 들어 팀장들을 대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탈 코칭 웹서비스다. 직장인들이 대부분 상사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상사들 역시 본인의 상사 때문에 힘들어 한다. 사람들이 일하는 법만 잘 배웠지 리더로서 어떻게 팀원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것을 개발하고 싶나.
“생성형 AI인 챗GPT를 이용해 앱을 확장하고 싶다. 심리전문가가 하는 일을 점점 더 기술로 효율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챗GPT가 전문가 답변을 도와준다거나, 전문가와의 상담록을 작성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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