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고 있는 제주UTD 간판 서진수… "알을 깨겠다" [스한 위클리]
[서귀포=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알은 새의 세계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소설 '데미안'의 유명한 문구. 알을 깨고 나올 때 진정한 나로써 거듭날 수 있다고 했던가. 프로축구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의 간판인 서진수(23)는 밖에서 볼 때 정체 중인 선수다. 2022시즌 25경기에서 5골, 2023시즌 34경기에서 5골 2도움이었지만 올시즌 19라운드까지 1골 1도움에 그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서진수는 당당히 "그건 공격포인트일 뿐이다. 경기력 자체는 분명 더 나아졌다"며 "정체됐다고 하지만 난 매일같이 성장 중"이라고 말한다.
제주 서귀포에서 만난 서진수의 성장통과 알을 깨고 나가려는 그의 마음가짐에 대해 들어봤다.
▶제주 유스 '성골' K리그 10대 최초 기록까지
제주 유나이티드는 제주도 지역의 특성상 타팀에 비해 유소년부터 '성골'로 선수를 키워 프로까지 올리기에 쉽지 않다. 그러나 서진수는 정말 몇 안 되는 '유스 성골' 출신이다. 경남 양산 출생이지만 양산과 가까운 울산에서 중학교까지 보내고 그 자신도 울산 현대의 유스팀인 울산 현대고 진학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른들의 권유로 제주 유나이티드 유스팀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눈을 떴다.
"사실 어릴 때는 비행기 탄다는 것에 신났어요. 원정 갈 때도 육지로 비행기 타고 가니까 신기하고 재밌었죠"라며 웃는 서진수는 "원래 기술이 좋았지만 고등학교 때 키가 크면서 상대가 더 쉬워지더라고요. 솔직히 대학 진학을 하려 했는데 당시 제주 프로팀 조성환 감독(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4번 정도 직접 오셔서 곧바로 프로에 오라고 설득하셨습니다. 그래서 고교 졸업 후 바로 팀에 합류했죠. 지금 생각하면 고등학생을 위해 삼고초려 이상을 하신 조 감독님이 참 대단하고 고마워요."
어른들의 사정으로 제주 제일고를 왔고 제주 유나이티드 팀까지 갔던 서진수. 이런 선택들이 후회되는지 묻자 "진심으로 아니다. 솔직히 다른 학교를 갔다면 제가 프로에서 기회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대학을 갔다면 그렇게 빨리 프로에 안착할 수 있었을까"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진수는 프로 데뷔시즌인 2019시즌 11경기에서 4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2019년 7월 FC서울과의 경기에서는 도움만 3개로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해 K리그 역사상 첫 10대 선수의 도움 해트트릭 기록자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군대에서 터닝 포인트…집중 견제에 정체?
그러나 사상 첫 K리그2(2부리그)로 강등당한 제주에 2020시즌 '승격 전문가' 남기일 감독이 부임하면서 촉망받던 유망주의 운명이 달라진다. 서진수는 그동안 뛰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측면 윙어로 포지션 변경을 권유받았지만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2020시즌 고작 5경기 출전에 그쳤고 상무로 군복무 해결을 위해 떠날 수밖에 없었다.
"상무는 터닝 포인트가 됐죠. 왜소하던 체격으로 몸싸움을 피하는 선수였지만 상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력과 몸을 키워서 제 장점인 돌파에 몸싸움까지 되는 선수가 됐어요. 또한 상무는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고 자유롭게 축구하는 분위기다 보니 선수들은 더 자신감 있게 경기했죠. 요즘에도 그때 같은 편한 마음으로 축구해야한다고 다짐할 정도예요. 입대 전에는 저를 봐주시지 않던 남기일 감독님도 전역 인사를 위해 찾아가니 '몸 많이 좋아졌다'며 출전기회를 주셨습니다. 그토록 제주에서 원하던 기회가 상무를 다녀오니 생겼죠."
2022시즌 25경기에서 5골, 2023시즌 34경기에서 5골 2도움으로 성공가도를 밟아가던 서진수. 하지만 2024시즌 절반을 돈 19라운드까지 19경기 1골 1도움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서진수를 향한 K리그팀들의 견제가 심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김학범 제주 감독 역시 "서진수는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다. 서진수 개인의 기량은 좋다. 그러나 이를 살려주기 위해서는 팀원들의 다른 공격루트도 살아나야 서진수가 견제를 덜 받는다. 그런데 지금 제주 공격진은 그러질 못하고 있다"며 "선수 혼자 열심히 해서 성장할 수 없다. 팀원들이 함께 도와야한다. 서진수만 막지 못하게 해줘야한다. 성장해야할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고 팀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성장통? 난 매일 더 나아지고 있다"
서진수는 '선수들이 인정하는 선수'다. 구자철은 "서진수가 여기서 한 꺼풀만 벗겨내면 유럽도 가고 국가대표도 될 재목"이라고 평가한 바 있고 왼쪽 풀백으로 함께 측면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제주의 안태현 역시 "서진수의 수준은 다르다. 정말 뛰어나고 잠재력이 넘쳐흐른다. 같이 해본 선수들은 다 알 것"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또한 서진수 하면 수비와의 일대일 돌파에서 관중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선수. 화려한 개인기와 발재간으로 수비의 균형을 잃게 해 넘어뜨리거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넣어 돌파하는 모습은 절로 관중들을 일어서게 만든다. 공을 밟으며 턴을 해 수비를 젖히는 '마르세유 룰렛'을 보이자 유튜브에서는 '한라산 룰렛'이라는 별칭으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진수는 "김학범 감독님은 공격에서 실수를 탓하지 않으신다. 더 과감하게 도전하고 돌파하라고 독려하신다. 나 역시 더 상대를 뚫어내려고 한다"며 "제주는 보잘 것 없던 나에게 기회를 준 팀이다. 이곳에서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싶다"며 많은 팀들의 관심에도 제주를 떠날 수 없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마음처럼 쉽게 되진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 4월 울산 현대전을 끝나고 부모님 품에 안겨 정말 펑펑 울었어요. 성인이 된 이후 그렇게 부모님 품에 안겨 울건 처음이예요. 솔직히 경기전에는 자신있고 원하는 수준의 플레이가 있었는데 하나도 되지 않더라고요. 제 스스로에게 답답해 펑펑 울었죠"라며 성장통 속 자신을 떠올렸다.
"제가 제주에서 정체되고 있다고들 말하는걸 알아요. 물론 공격 포인트 면에서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전 재작년, 그리고 작년에 비해 경기장 안에서 플레이가 분명 더 나아졌다고 확신해요. 단지 눈에 띄는 지표로 나오고 있지 않을 뿐이죠. 세부 기록(키패스 K리그 전체 5위)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아요. 많은 분들이 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전 제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어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성장통'을 이기고 제주를 넘어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로 거듭나겠습니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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