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 주 국제정세 [PADO]
북한이 26일에 있었던 다탄두미사일(MIRV) 발사 시험이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한 반면, 한국 합동참모본무는 "비행 초기 단계에 폭발"했다며 '실패'한 시험으로 판단했습니다. 심지어 북한이 내보낸 "사진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3월 16일 발사한 화성-17형 액체 ICBM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군의 발표에 신뢰를 둡니다만, 현재로서는 성공이냐 실패냐의 문제보다는 북한이 다탄두미사일, 즉 '탑재된 다수의 탄두가 각자의 목표를 향해 재돌입하는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우선 주목하고자 합니다. 미사일 하나에 한 개의 탄두를 싣는 대신 여러 탄두를 싣고, 거기에 가짜 디코이(decoy: 기만체)까지 싣고는 이들 탄두와 디코이 여럿을 한꺼번에 적을 향해 날리는 경우 적 대공방어 시스템이 다 요격해내기 어렵습니다. 핵탄두의 경우 한두 개라도 요격을 피해 목표물을 타격하게 된다면 상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현재의 주요 강대국들이 보유한 ICBM은 대부분 다탄두미사일입니다.
한미일 3국은 해상, 공중, 사이버공간에서 새로운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훈련은 한국 남해의 제주도 주변 공해 등에서 29일까지 진행되는데, 한국에 기항중인 미국 항공모함 루즈벨트함, 일본의 해상자위대 호위함, 한국의 구축함 등이 참가합니다. 해상에서는 미사일방어, 대잠수함전 훈련이 이뤄지고, 사이버공간 방어 훈련도 별도로 이뤄집니다. 한편 북한의 김강일 국방성 부상은 24일 미국 항공모함의 한국 입항과 관련해 "미국과 한국의 도발적인 시도들에 대하여 압도적이며 새로운 모든 억제력 시위 가능성을 완전히 열어두고 가장 강력한 수사적 표현으로 엄중히 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북러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의 후폭풍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만 정부는 27일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에의 여행을 자제할 것을 대만 주민들에게 요구했습니다. 중국이 강경 대만분리주의자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법지침을 발표하자 대만정부 본토위원회는 이 새로운 규정이 대만 주민들의 개인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동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격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새로운 여행 경보는 미얀마, 레바논과 같은 레벨입니다.
영국은 7월 4일에 총선이 실시됩니다. 현재 노동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일간 텔레그래프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7~18일 실시, 1만 7812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이 전체 하원의석 650석 중 516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이 예상대로 결과가 나오게 된다면 토니 블레어 내각이 탄생하게 된 1997년 총선의 418석보다 100석 가까이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당은 53석을 확보하는데 그치면서 대참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로 노동당의 압승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발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의 지지율은 35~46%를 유지하고 있고 보수당의 지지율은 15~28% 수준입니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7월 4일 총선에서 노동당 정부가 탄생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볼리비아에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는데, '3시간 천하'에 그쳤습니다. 이번에 쿠데타를 주도한 사람은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인데 "아르세 대통령이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자작극을 벌인 것이고 자신은 희생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볼리비아는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와중에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아르세 현 대통령이 치열하게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둘 다 좌파인데 아르세 대통령은 원래 모랄레스 대통령 정부에서 경제 각료로 일하다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으로 망명한 뒤 치러진 2020년 대선에서 사회주의운동(MAS) 후보로 나서 승리했습니다. 그는 경제각료로 일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의 국유화를 주도했습니다. 해외로 망명 가 있던 모랄레스는 아르세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귀국했습니다만, 모랄레스가 집권당 사회주의운동의 대표로서 세력을 키워나가자 현직인 아르세 대통령과 충돌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르세 대통령은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지만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서 아르세 대통령의 국정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볼리비아는 내년(2025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출마를 준비하던 모랄레스에 대해 볼리비아 헌법재판소가 '3차례 임기'는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려 출마를 막았습니다. 당연히 모랄레스는 아르세의 모략이라고 반발했고, 인기가 좋은 모랄레스는 지지자들을 동원해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볼리비아는 과거 주요 수출품목이었던 천연가스가 국유화 이후 외국인투자가 줄어들어 생산량이 줄어들었고,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 자원으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러시아, 중국과의 합작은 의회의 방해로 아직 성과를 못 내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정크 등급보다 더 낮은 등급으로 볼리비아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쿠데타는 일단 진압되었지만 볼리비아 정국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욱 혼란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마약 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된 올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55)이 징역 4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2014년에서 2022년까지 대통령직을 맡고 있었는데, 코카인의 미국 밀반입을 돕고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 뉴욕 맨해튼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중남미 중소국가의 지도자들이 미국 국내법정에 서는 모습이 종종 있습니다.
케냐 경찰관으로 이뤄진 평화유지부대가 드디어 아이티에 도착했습니다. 이 부대의 파견은 오래전에 이뤄졌지만 케냐 정부가 망설이게 됨에 따라 늦어졌습니다. 아이티는 무정부 상태에 빠지면서 몇개의 경쟁하는 갱조직이 국가를 지배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해외언론들은 케냐의 경찰관 부대가 과연 부정부패나 비리 없이 공정하게 치안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아직 부대의 규모가 작고, 또 무장한 케냐 경찰들 역시 아이티 주민들을 약탈하는데 가담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본국 케냐에서는 '증세 반대' 시위대에 경찰이 실탄을 발포해 "최소 22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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