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참 나쁜 대통령”…한동훈 “민주당, 말 같지 않은 것도 정치공세” [금주의 말말말]
한동훈 “민주당은 말 같지 않은 것도 정치공세 하는 당”…국민의힘 “‘타지마할 자서전’ 이은 또 하나의 자서전 촌극” 윤 대통령 엄호 및 김진표에 사과 촉구
정청래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국민의힘 ‘정청래 방지법’ 추진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회고록을 통해 전한 이태원 참사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김 전 국회의장이 지난 27일 공개한 회고록에는 2022년 12월 윤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를 건의하자, 윤 대통령이 ‘이 사고(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을 하더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통령실은 즉각 “대통령은 당시 참사 수습 및 예방을 위한 관계 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며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 조찬 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는 데, 국민의힘은 ‘거짓’이라는 데 각각 방점을 찍고 맞서는 모양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누군가는 대통령이 그랬을 리가 없다고 하지만 저는 그랬을 분이라고 생각하기에 단언한다”며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태원 참사가 있던 날 저는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하다가 그것을 접했는지까지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참사 소식을 접하고 좌익세력의 공작을 의심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대통령이 있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도대체 이런 대통령이 있나.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며 “(윤 대통령은) 의혹이 더 커지기 전에 직접 정확한 입장을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평생을 공직에 봉사한 분으로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낼 분이 아니다”며 “(윤 대통령의) 해명과 사과가 늦을수록 유가족과 국민들의 고통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과 김 전 의장이 나눴다는 문제의 대화를 김 전 의장에게서 생생히 전해 들어 자신의 메모장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은 ‘동남아 식당이 조금 있는 이태원은 먹거리나 술집도 별로 없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윤 대통령은 ‘MBC와 KBS, JTBC 등 좌파 언론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다. 우발적 발생이 아닌 특정 세력이나 인사에 의한 범죄성 사건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의혹을 규명하지 않고 이 장관을 사퇴시키면 나중에 범죄 사실이 확인됐을 때 좌파 주장에 말리는 꼴이니 정부의 정치적·도의적 책임도 수사가 끝난 후 지게 해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제가 원내대표를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성향의 유튜브에 심취해 있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다”며 “국정 운영이 합리적인 이성과 판단이 아니라 극우 유튜버의 음모론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남의 입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유력 당권 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회고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라고 전한) 그런 말을 대통령이 했을 것으로 전혀 믿지 않는다”며 민주당의 정치 공세로 일축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대통령이) 그런 취지의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낸 걸 봤다”며 “그 말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 같은 말 같잖은 것도 당력을 동원해 정치공세 하는 정당”이라며 “왜 2년이 되도록 이런 얘기를 안했냐. 까먹은 것인가. 없는 말을 만든 것인가. 국민이 판단하리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김의겸 전 민주당 의원이 2022년 10월 국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한 전 장관이 그해 7월 청담동의 한 고급 술집에서 윤석열 대통령,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과 심야 술자리를 즐겼다는 것인데 경찰 조사결과 허위로 밝혀졌다.
국민의힘도 “‘타지마할 자서전’에 이은 또 하나의 자서전 촌극”이라며 김 전 의장의 회고록과 민주당의 공세를 비판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논란을 언급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 자서전에서 ‘영부인 단독외교’로 포장했지만, 오히려 ‘혈세관광’ 실체를 확인하는 단초가 됐다”면서 “자신은 미화하고 상대는 비방하는 방식의 자서전에 국민 마음이 불편하다”고 김 전 의장을 겨냥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도 거론하며 “허무맹랑한 가짜뉴스를 국회 상임위장까지 끌고 들어와 정치공세를 펼친 모습과 (이번 사태가) 겹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의장을 향해 “왜곡된 기억을 바로잡고, 논란을 유발한 점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험악한 기류에 휩싸였다. 정 의원이 위원장 권한을 앞세워 위원회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에 여당인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정 위원장은 지난 26일 국민의힘이 자신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한 데 대해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페이스북에 “나의 법사위 진행 방식에 불법적 요소가 있었다면 국회법 몇 조 몇 항을 위반했는지 지적하라”고 국민의힘을 윽박질렀다. 이어 “국회법 위반 지적을 못 할 거면 법대로 진행하는 위원장석에 찾아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막무가내로 의사진행을 방해한 점에 대해서 반성하고 사과부터 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의사진행 방해에 대해 윤리위 제소 검토 및 국회 선진화법 위반인 퇴거불응죄로 고발할지도 검토하겠다”며 “사과하지 않으면 앞으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앞서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민주당 단독으로 소집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증인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상대로 “천지 분간을 못 하냐”, “가훈이 정직하지 말자인가”, “토 달지 말고 사과하라”는 등 거친 언사로 호통치며 퇴장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모욕 등 발언의 금지(국회법), 품위 유지의 의무(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위반을 징계사유로 들며 정 위원장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정 위원장에 대해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출석한 증인 이시원, 임성근, 이종섭에게 ‘(위원장)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법에 규정되지 않은 증인 퇴장 조치를 하며 상임위원장 권한을 남용하고 공공연한 장소에서 증인들을 모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 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임성근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하며 지속적인 모욕적 언행을 했다”며 “(증인선서를 거부한 이들에게) 고발 조치를 운운하며 증인들을 겁박하는 언행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우 의장은 지난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최근 국회 상임위가 거칠다’는 패널의 지적에 “청문회 때 그런 모습이 보였다”며 “민주당은 겸손한 태도로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에게 크게 질책받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정 위원장 징계 요구와 별도로 ‘정청래 방지법’(국회법 개정안)도 추진키로 했다. 국회법상 모욕 방지 규정에 처벌 조항을 두는 등의 내용으로, 주진우 의원이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정청래 위원장과 같이 국회 운영을 야만의 국회의 모습으로 운영하는 행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여야가 합의해서 의사일정을 정하고, 국회 안에서 모욕 행위가 이뤄질 경우 벌칙 조항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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