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무기는 신선도"…하림산업 익산 제조공장 가보니 [현장]

정승필 2024. 6.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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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시간 이상 우려낸 육수로 면 제조
'클린룸' 시스템 도입으로 물과 쌀로만 즉석밥 만든다
동물복지 일환으로 마련된 '가스스터닝' 시스템…오염 방지에 신선도까지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저희 하림이 제조공장을 전북 익산시에 자리 잡은 이유는 예로부터 맛의 고장이었고, 호남 지역의 신선한 재료를 신속 조달하기 위함입니다. 하림은 신선한 식재료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고, 최고의 맛이 아니면 출시하지 않습니다."

하림산업 관계자가 지난 27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에 있는 자사의 식품공장인 '하림 퍼스트 키친'을 두고 이같이 설명했다. 면적만 12만3429㎡(약 3만6500평)에 달하는 이곳은 밥, 육수, 찌개류, 라면, 천연 조미료 등 고객이 건강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한다.

전북 익산시 함열읍에 있는 '하림 퍼스트 키친'. [사진=하림산업 제공]

하림 퍼스트 키친은 소스·육수 등을 만드는 K1(Kitchen 1), 면류를 생산하는 K2(Kitchen 2), 밥류를 만드는 K3(KItchen 3) 그리고 온라인물류센터로 구성됐다.

표면상 이 공장들은 4개의 건물로 각각 지어졌지만, 사실상 하나의 집합체다. 건물 사이마다 컨베이어벨트로 설계된 '브릿지'가 이어졌고, 제품 생산 후 온라인물류센터 한데로 모여 수요에 따라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온라인물류센터는 현재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트럭 상하차 작업으로 제품을 물류센터에 옮기면 시간이 지체될 뿐 아니라, 제품의 신선도가 떨어져 브릿지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중간 유통과정이 없어져 매출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림 퍼스트 키친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라면 제조 과정이었다. 하림의 라면은 물이 아닌 20시간 이상 우려낸 육수로 반죽된다. 공장간 서로 연결된 파이프로 육수를 공급해 본격적인 공정에 들어간다. 반죽한 면은 구불구불한 형태로 잘린 뒤 바람을 위아래로 동시에 쏘는 '제트노즐 공법'으로 빠르게 건조된다. 이렇게 조리된 라면은 파이프로 옮겨진 소스와 함께 포장된다. 한 시간에만 적게는 1만8000여 개, 많게는 2만1000여 개의 제품이 생산된다.

하림산업의 라면 제품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사진=정승필 기자]
하림산업은 육수를 20시간 이상 우려 사용한다. [사진=정승필 기자]

하림은 독특하게도 오로지 물과 쌀로만 즉석밥을 만드는 기업이다. 타사의 즉석밥 제품의 경우, 산도조절제나 보존료가 첨가되는데, 하림은 이를 지양한다. 이 또한 쌀 본연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런 제조법이 가능했던 것은 하림의 '클린룸' 시스템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클린룸은 무균화 과정에 쓰이는 멸균 청정 구역을 의미한다. 포장 전 쌀은 씻고 불리는 과정에서 은연중에 공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클린룸은 내부 공기를 내보내는 동시에 멸균 작업을 거쳐 깨끗한 공기 상태를 유지한다. 반도체나 의약품 공장의 청정도 수준이다.

취반한 즉석밥을 뜸 들이는 과정도 달랐다. 하림 관계자는 "보통 다른 회사는 열탕과 냉탕에 옮겨 담그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 경우 급격한 온도 변화가 생길 수 있어 포장지가 급수축된다"면서 "하림은 즉석밥에 100도 이상의 스팀을 분사한 뒤 점차 온도를 맞춰가는 방식으로 뜸 들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포장지가 수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하림산업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본사) 앞. [사진=정승필 기자]

하림산업의 주력 상품은 단연코 닭고기다. 익산시에는 하림 퍼스트 키친 이외 하림의 본사가 있는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도 터를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일 평균 70만 마리의 닭이 유통되는데, 이를 위해 하림은 퍼스트 키친 못지않게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적극 활용 중이다. 길이만 7㎞ 상당이다.

공정 과정은 총 16단계로 이뤄진다. 여기서 차별화된 부분은 가스스터닝(Gas stunning)과 에어칠링(Air chilling), 급속냉동 시스템인 IFF(Individual Fresh Frozen)다.

하림산업 측의 설명에 따르면 도계는 닭을 잠재우는 데부터 시작된다. 보통 전기 충격 방식으로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치면 닭 핏줄이 오염될 수 있기에 하림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가스스터닝 방식을 택했다. 이는 '동물복지' 일환으로 마련됐다.

가스스터닝 이후에는 방혈과 탈모를 거쳐 온도를 낮추는 작업에 돌입한다. 하림은 신선도 유지를 위해 차가운 공기만을 이용한 에어칠링을 도입했다. 하림 관계자는 "이 시스템으로 닭고기에 얼음물을 먹이지 않고 온도를 낮출 수 있다"며 "닭고기 본연의 풍미를 보존할 수 있고 오염 역시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냉동 과정도 달랐다. 일반 냉동 방식을 택하면 24~36시간이 소요되며 육즙이 손실되고 맛과 풍미까지 훼손된다. 그러나 IFF는 40분 내로 닭고기를 급속 냉동해 세포막 손상 없이 본연의 육즙을 보존할 수 있다. 냉장보다 더 신선한 냉동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이다.

이 모든 공정의 마지막 절차는 이물질 여부 검사다. 엑스레이를 활용해 이물질 발견 시 즉각 폐기 처분한다.

하림 관계자는 "공장에 식재료를 제공하는 지역 업자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고 있다"며 "특히 닭을 공급하는 농장에는 품질 제고를 위해 피드백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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