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북러 무기거래 논의…러 "근거없어"·韓 "하늘 못가려"(종합2보)
美 "러, 불법조달 무기로 우크라 공격…러 비난않는 中, 北도발 부추겨"
안보리 회의, 해체된 전문가패널 대안돼 대북제재 위반사례 지속 적시하나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8일(현지시간) 북러 간 무기 거래 문제를 주제로 공식 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6월 의장국인 한국을 대표하는 황준국 주유엔 대사 주재로 '북한/비확산'을 의제로 하는 브리핑 공식회의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북한과의 무기거래 당사자인 러시아와, 회의 소집을 요구한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서방국들은 회의 초반부터 강하게 격돌했다.
러시아는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이날 회의 발언국에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가 초청된 것에 대해 북한과 무관하다고 항의하면서 의장국인 한국이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반발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의사진행 발언에서 "EU와 우크라이나는 북한/비확산 의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이들을 초청한) 한국이 서방의 집단 이익을 위해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준수해야 할 객관성 의무를 위반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뒤이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된 북한 무기를 언급하는, 놀라운 언론 보도와 공개된 분석이 상당하다"며 "이번 사안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은 물론 유럽의 안보에 미치는 함의를 고려할 때 관련국의 회의 초청은 중요하다"라고 반박했다.
뒤이어 바버라 우드 주유엔 영국 대사와 니콜라 드 리베에르 주유엔 프랑스 대사도 우크라이나와 EU를 초청한 의장국 한국의 결정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등 서방 이사국과 러시아 간의 충돌은 공식 논의가 시작되면서 더욱 본격화됐다.
우드 차석대사는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고 강화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북한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조달한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우드 차석대사는 중국을 향해서도 "중국은 러시아의 위반 행위를 비난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의 추가 도발을 부추기고 궁극적으로 중국의 지역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네벤자 대사는 "서방 이사국 동료들은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근거 없이 고발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협력은 전적으로 건설적이고 합법적인 데다 인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사 활동과는 달리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나카미츠 이즈미 유엔 사무차장 겸 군축고위대표와 영국의 무기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CAR)의 조나 레프 집행이사가 참석해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사례와 관련해 브리핑했다.
특히 레프 집행이사는 이날 발표에서 연구소 조사팀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시 등지를 방문해 탄도미사일 잔해를 자세히 분석한 결과 해당 미사일 잔해가 북한제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이날 회의 발언에서 레프 집행이사의 발표를 인용, 북한과 러시아의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무기거래에 대해 "더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관련 증거가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통상 안보리 회의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이뤄진 뒤 사후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것과 달리 이날 회의는 북러 무기거래와 관련한 안보리 제재 위반 사례를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차원에서 소집됐다.
주유엔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 성격에 대해 "전문가 패널이 해체됐음에도 불구하고 안보리가 주요 대북 제재 위반 사례에 대해 유용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회의 시작을 앞두고 한미일 등 48개국과 EU는 공동 선언문을 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향한 전쟁 수행 능력에 크게 기여한 북러 간 불법 무기 이전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공동성명을 대표 낭독한 우드 미 차석대사는 "지난주 러시아와 북한 정상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서명하고 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우리는 이런 협력의 진전이 유럽과 한반도, 인도·태평양 및 전세계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라고 강조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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