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탄핵’ 발의되자…방통위, 공영방송 이사 선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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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원장 탄핵안’ 후폭풍
방통위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와 KBS 이사 공모를 28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EBS 이사는 다음 달 12~25일에 걸쳐 공모한다. KBS·방문진·EBS 이사 후보자 간 중복지원은 허용되지 않는다. 방문진 이사진 9명은 8월 12일 임기가 만료되고, KBS 이사 11명은 8월 31일 임기가 만료된다. EBS 이사진 9명은 9월 14일이 임기 만료일이다.
당초 방통위는 이날 회의 계획이 없었으나, 전날(27일) 국회에서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 등 야5당이 김 위원장에 대해 탄핵안을 기습 발의하자 긴급하게 회의 일정을 공지했다. 민주당은 7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보고되면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7월 4일 전에 이를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탄핵심판 전까지 김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되고, 방통위는 1인 체제(이상인 부위원장)가 돼 안건 의사정족수(2인 이상)를 채울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이날 “현행법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및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게 법 집행기관인 방통위의 당연한 책무”라며 “가장 먼저 임기 만료가 도래하는 방문진 이사와 감사 임기가 8월 12일 종료되는데, 그 선임 절차에 대략 최소 4~5주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더 이상 임명 절차를 늦출 수 없어 부득이 오늘 선임계획안을 처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기습 탄핵안을 처리하는 배경엔 “방통위 손발을 묶어 현재 친야 성향 이사의 임기를 자동연장 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여권에선 김 위원장이 탄핵안 표결 전 사퇴해 직무정지 사태를 피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김 위원장의 전임인 이동관 전 위원장도 지난해 11월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하자 표결 당일 자진 사퇴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MBC에 대한 지배구조를 지금 (친야 성향 다수) 체제로 갖고 가겠다는 의도”라며 “현실적으로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야당 뜻대로 정국이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검토할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반발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회의 소집을 “방송 장악 쿠데타 시도”라며 “공영방송을 정권의 애완견으로 만들려고 비밀 군사작전 하듯이 했다”고 말했다.
국회 과방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방통위 회의가 열리기 전 정부 과천청사 앞을 찾아 김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을 향해 “국회에 출석해서 이번 주 내 방문진 이사 선임 계획안 의결 일정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거짓말한 건가”라고 했다. 이들은 국정조사도 예고했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김현 의원은 이날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찾아 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을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과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과방위원 등도 정부 과천 청사를 찾아 맞불 회견을 벌였다.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대선을 앞두고 엄청난 편파왜곡 보도를 쏟아낸 MBC 이사진과 경영진을 지키기 위한 민주당의 노골적 폭거”라고 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지난해 말 임명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이동관 전 위원장을 향해서도 탄핵을 밀어붙이더니 또다시 못된 버릇인 습관성 탄핵 카드를 꺼냈다”고 비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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