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냉방 땐 위·장 기능 약화, 기능성 소화불량 부른다

2024. 6. 29.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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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한방] 갈수록 무더운 여름, 소화불량 주의보

올해 여름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지난 21일 서울에서는 117년 만에 가장 빠른 열대야가 나타났다. 또 19일 광주는 지역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37.2도)을 맞이했다. 같은 날 경북 경산시에서는 초여름임에도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이 관측됐다. 통상 6월엔 30도를 잘 넘지 않는 대관령에서도 올해만 3번 이상 30도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보통 6월 중순에 장마가 찾아오고 7월 하순쯤 끝난 뒤 30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가 시작됐지만 전국적으로 이런 여름 날씨의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7월이면 가마솥더위 예보도 있다. 이처럼 더위가 지속하면 식욕이 저하되고 소화에도 문제가 생겨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기온이 올라가면 체온 상승과 활동량 저하로 에너지를 섭취할 이유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식사량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여름날 식사를 하면 몸에서는 많은 열이 발생하는데, 이때 신체는 급격한 체온 상승을 막기 위해 ‘렙틴’이라는 식욕억제호르몬을 분비한다. 높은 습도로 인한 불쾌한 무더위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초래해 위장 운동 기능과 소화 효소 분비를 저하하는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인삼·백출 등 포함된 향사육군자탕 효과

입맛이 떨어지고 날이 덥다는 이유로 자극적이거나 찬 음식을 과도하게 즐길 경우, 기능 저하가 발생한 위나 장에서 탈이 날 수 있다. 특히 열대야가 찾아오면 야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밤에 찬 식음료를 섭취하거나 미처 소화가 다 되지 않은 채 잠을 청한다면 자율신경에 혼란이 발생하고 소화불량이 나타날 수 있다.

무더운 여름에는 차가운 음식 외에도 강한 에어컨 바람을 선호하게 된다. 냉방기기의 과도한 사용도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더운 날씨에 바깥 온도와 실내와의 온도 차가 커지면서 추위를 쉽게 느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위와 장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소화 운동이 억제된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요즘처럼 습도까지 높아지는 장마 시즌에는 세균이 증식하기 쉽다. 세균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게 될 경우에도 소화불량, 장염, 설사 질환의 빈도가 잦아지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발표된 국내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1도 높아질 때마다 설사 질환을 유발하는 세균성 이질 발생 위험이 17.5%, 평균 강수량이 1㎜ 늘어날 때마다 2.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화불량을 야기하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위내시경 등의 검사를 통해 위궤양, 악성종양이 원인으로 진단되는 일도 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소화불량은 ‘기능성 소화불량’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국내 만성적인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환자 가운데 약 70% 이상은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될 만큼 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 수는 2023년 약 143만명으로 집계됐으며 50대 이상의 환자가 전체 환자 중 55%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체중 감량과 더불어 두통, 만성피로, 무기력 등을 야기하여 일상생활의 큰 불편함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소화제를 복용해도 차도가 없고 위내시경 등 검사를 했음에도 별다른 구조적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한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기능성 소화불량을 한약 처방과 침 치료 등을 통해 해결한다. 한약은 생약 성분으로 구성돼 있어 기능이 떨어진 위장에 부담을 적게 준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약재를 가감해 맞춤 처방하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도 가능하며 재발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에 처방되는 한약으로는 인삼, 백출, 반하, 향부자, 사인, 진피, 대추 등의 한약재로 구성된 향사육군자탕을 꼽을 수 있다. 인삼과 백출은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반하는 노폐물 제거, 향부자와 사인은 소화가 되지 않고 뭉친 것을 풀고 순환에 도움을 준다. 특히 사포닌이 풍부한 인삼은 여름철 피로회복과 스트레스 완화, 면역력 증진에도 효과적이다. 소화제 정로환의 원료로도 유명한 한약재인 진피(귤껍질)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 성분과 정유(精油)를 함유해 위장기능을 개선한다. 또한 대추는 칼슘이 풍부해 멜라토닌 분비에 작용, 여름철 숙면에도 도움을 준다.

한의학의 대표 치료법인 침 치료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즉각적인 소화 개선 효과를 보인다. 주로 다리(족삼리), 손목(내관), 배(중완) 등에 위치한 주요 혈자리에 자침한다. 침 치료의 소화불량 개선 효과는 국내외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 세계소화기학회에 소개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침 치료를 받은 군은 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 60%의 호전율을 보였다. 식후 더부룩함, 복부 불편감과 타는 느낌 등의 증상도 개선된 결과를 나타냈다.

무해하며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는 침 치료는 약물에 민감한 임산부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영국왕립산부인과학회의 SCI(E)급 저널 ‘국제산부인과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의 임산부 약 2만명 데이터 분석 결과 임신 중에도 침 치료가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임산부들은 소화불량을 이유로 침 치료를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가운 커피보다는 미지근한 물 충분히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침 치료에 이어 기능성 소화불량, 허리디스크, 알레르기 비염 등에 처방되는 한약도 올해 4월부터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의 심사 및 승인을 받아야 하기에 참여하는 병·의원이 다를 수 있다. 이는 병원 방문 전에 건강보험 적용 한약 처방 가능 여부를 문의하면 손쉽게 알 수 있다. 최대 혜택을 받을 시 기존 지출하던 비용의 30%만 부담하면 된다.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라는 격언이 있다. 무더위로 소화가 원활하지 않고 입맛이 떨어졌을 때는 식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한 끼에 많이 먹지 말고 조금씩 자주 먹어 기존 식사량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소화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소화가 잘되는 죽이나 따뜻한 국을 먹는 게 위장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차가운 커피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충분히 마시기를 권장한다. 덥다고 활동을 일절 않는 것보다는 아침이나 저녁에 산책과 가벼운 운동으로 활동량을 유지해야 입맛과 소화능력을 지켜낼 수 있다.

문자영 천안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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