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만 무사하면, 민주당은 행복한 것을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2024. 6. 2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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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서민의 정치 구충제]
은폐, 조작, 수사 무력화… 李 의혹 바라보는 3단계 법칙
일러스트=유현호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둔 국민의힘에서 ‘김경율 전 비대위원을 누가 영입했느냐’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친윤계 인사들은 한동훈 전 위원장이 영입했다고 하는 반면, 한동훈 측은 “김경율에게 먼저 영입 제안을 한 쪽은 친윤 핵심부”라며 반박하는 중이다.

어쩌다 그가 이렇게 계륵 같은 존재가 됐는지 마음이 아프지만, 한때는 김경율이 보수의 희망이던 시절이 있었다. 조국 사태 당시 좌파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며 참여연대를 뛰쳐나왔을 때도 그랬고, 윤미향 후원금 논란이 있었을 때는 회계사로서 지식을 발휘해 정의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줬잖은가. 하지만 지난 5년을 통틀어 내가 뽑은 ‘김경율 최고의 순간’은 2022년 5월 9일 한동훈 법무장관 청문회에서 터뜨린 사자후였다. 그 자리에서 김경율은 범죄가 탄로 났을 때 민주당과 좌파들이 구사하는 전략을 3단계로 분석한다. “첫 번째, 은폐합니다. 두 번째, 조작합니다. 세 번째, 이를 수사하기 위한 조직들을 무력화시킵니다.”

그 자리에서 그가 예로 든 것은 대장동 개발 의혹. 처음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재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려 5503억원을 시민의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인 공익 사업이다.” 심지어 환수 규모가 ‘단군 이래 최대’라고도 했다. 그런데 사업상 비리가 드러나자 이재명은 2단계에 돌입한다. “대장동은 윤석열 게이트다.” 이를 돕는답시고 뉴스타파라는 좌파 언론은 김만배와 신학림을 시켜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대장동 공범을 봐주기 수사했다’는 취지의 짜깁기 파일을 만들고, 이를 대선 사흘 전 유포했다. 안타깝게도 김경율은 대장동의 3단계를 말하지 못했다. 김남국을 비롯한 이재명 사수대들이 큰소리를 지르며 발언을 방해한 탓. 하지만 우리 국민은 이미 그 3단계가 무엇인지 똑똑히 봤다.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 연장에 실패하자마자 군사 작전하듯 신속하게 처리해버린 ‘검찰수사권완전박탈’, 이른바 검수완박이 바로 3단계 아니겠는가? 이는 라임펀드 사태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된다. 라임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금융회사를 통해 불법 부실 펀드를 팔아 일반 투자자에게 1조원대의 피해를 입힌 대형 금융 범죄. 사건 초기 금감원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는 대신 방관함으로써 피해를 키웠고(1단계), 청와대 행정관과 민주당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주범인 김봉현으로 하여금 ‘민주당 편에서 검찰을 공격하는’ 가짜 편지를 쓰게 한다(2단계). 그 뒤 법무장관이던 추미애는 남부지검에 설치된, ‘여의도 저승사자’로도 불리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한다. 추미애는 수사단 해체 이유를 “민생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둘러댔지만,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은 국회에서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어차피 화이트칼라 범죄는 모두 다 적발할 수 없습니다. 다만 국가는 그런 범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주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특별한 이유 없이 그런 기구를 없애면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범죄에 가담할 용기를 주는 것이고 이로 인한 폐해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9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이 판결이 중요했던 이유는 이화영의 변호사 말대로 ‘이화영의 유죄가 곧 이재명의 유죄’로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이재명의 경기도가 쌍방울로 하여금 북한에 800만달러를 보내게 시키고, 북한이 이재명에게 방북 기회를 주는 것이 골자, 이를 통해 이재명은 대권 후보로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쌍방울은 경기도를 등에 업고 대북 사업이란 이득을 얻는, 제3자 뇌물죄의 전형적인 형태였다.

북한 리종혁(가운데)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이 2018년 11월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참석을 위해 경기도를 방문해 당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화영(오른쪽)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기념 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죄명이 무엇이든 이재명의 3단계는 여기서도 재현됐다. 1단계는 당원 행사에서 한 다음 말, “쌍방울과 이재명은 대체 무슨 관계입니까? 나도 모르겠어.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왜, 어떤 방법으로 줬다는 건지 아무것도 없어요. 어처구니가 없는 거죠.” 2023년 1월 17일, 해외로 도주했던 김성태가 태국에서 붙잡혀 국내로 송환되자 이재명은 “통화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한다. 김성태와 이재명이 통화했다는 증언이 나오자 “술자리에서 통화하면서 전화를 바꿔 줬을 수는 있다”고 말을 바꿨지만 말이다. 하지만 쌍방울 대북 송금이 기재된 국정원 문서가 나오고, 이화영의 2019년 1월 출장계획서에 이재명 지사의 서명이 있다는 게 드러난다. 급기야 2023년 6월, 이화영이 검찰 조사에서 “대북 송금 사실을 이재명에게 보고했다”며 진술을 번복하는, 초대형급 위기가 터지자 이재명 측은 2단계, 즉 조작에 돌입한다.

갑자기 등장한 이화영의 아내가 남편더러 “정신 차리라”고 고함을 지르고, 민주당 의원들이 수사를 맡은 수원지검에 찾아가 연좌 농성을 한다. 이화영 편에서 변론하던 변호사들이 해임되고, 이재명 똘마니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더는 견딜 수 없었는지 이화영은 다음과 같은 옥중 편지를 보낸다. “이화영은 이재명 지사에게 어떠한 보고도 한 적이 없으며, 김성태와 전화 연결을 해준 사실도 없습니다. 이화영은 김성태 체포 이후 8개월 이상 검찰로부터 집요한 수사를 받아,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의 혐의를 인정하라는 집요한 압박을 받았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관련된 것처럼 일부 허위진술을 하였습니다.” 사안이 사안이어서 그런지 이재명 측은 이 정도로 만족하지 못했다. 1심 최후 변론에서 이화영은 검찰로부터 연어회와 소주를 얻어 먹으며 ‘이재명에게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라고 회유받았다’는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자, 이제 3단계에 돌입할 차례. 이화영의 유죄선고 이후 민주당은 검찰이 이재명의 표적 수사를 위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조작 수사했다며 ‘대북 송금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대북 송금 수사를 담당한 박상용 검사 등에 대해 탄핵도 추진 중이다. 대장동 변호를 하다 이번에 국회에 입성한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표적 수사 금지법을 발의했고, 같은 당 김용민은 수사기관이 증거를 위조하거나 진술압박 시 처벌받도록 한 ‘수사기관 무고죄 처벌법’을 대표 발의했다. 내친김에 민주당은 현재 검찰에 남은, 부패와 경제에 대한 수사권을 마저 빼앗겠단다. 검찰이 수사에서 아예 손을 떼고, 기소만 하는 기관으로 격하시킨 것. 대한민국의 수사 역량이 곤두박질치고, 이 나라가 범죄자 천국이 될 테지만, 뭐 어떤가. 이재명만 무사하면, 민주당은 행복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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