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령의 올댓 비즈니스] 일본의 MZ세대는 무엇에 돈을 쓰고 어떤 이를 사랑하는가
시선을 훅 잡아끄는 제목을 가진 책을 만났다. 하얀 바탕에 ‘2024/2025 일본에서 유행하는 것들’이라는 검은 글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본 MZ 트렌드 리포트’라는 부제까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돌직구인 것부터 매력적이다. 브레인스토어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의 저자 이하나는 도쿄에서 10년째 일하는 한국인으로, 45개 유행 아이템을 마치 스케치하듯 속도감 있게 써내려 간다. 오늘날 일본의 젊은 세대는 어디에 돈을 쓰고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며 누구에게 애정을 쏟고 있는지,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45개 아이템은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도시의 새로운 공간들, 둘째는 인기 있는 식음료 제품과 서비스, 마지막은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이에게도, 일본 시장에서 비즈니스 영감을 얻고 싶은 이에게도 저자가 선별한 공간과 제품 목록이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 책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소개된 아이템을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는 것인데, 활자로 개요를 먼저 파악한 후 영상으로 한층 확장된 경험을 할 수 있기에 추천하고 싶다.
예상치 않은 감동을 느끼게 만드는 건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오타니 쇼헤이, 사카모토 류이치 같이 글로벌 차원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도, 장기(將棋) 천재 후지이 소타, 소설가 이치카와 사오처럼 일본 안에서 주로 유명세를 떨친 사람들도 골고루 섞여있다. 저자가 꽤나 정성스레 번역했을 것으로 보이는 각 인물들의 말은 하나하나 울림이 깊어서 적어두고 싶은 문장이 많다.
예를 들어 일본을 대표하는 유튜버 히카킨은 긴 무명 시절을 거쳐 현재 구독자 수 1800만명이 넘는 채널을 운영 중이다. 그는 라면 기업 닛신과 협업해서 자신의 오랜 꿈인 ‘나만의 라멘 만들기’를 실현했고, 이 제품은 편의점에서 매번 완판되며 ‘Z세대 트렌드 어워드 2023′에서 물건 부문 대상을 차지한다. 주목할 것은 패키지 뒷면에 있는 그의 메시지다. “제 무명 시절을 늘 지탱해 준 것은 라멘이었습니다. 인생이 바뀐 그날도 라멘을 먹었습니다. 그런 제가 고안한 힘이 나는 한 그릇입니다.” 고객에게 마음이 전달되는 데에는 긴 글이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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