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세진 ‘노란봉투법’…불법행위 면죄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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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 개인에 불법쟁의 배상 청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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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대기업 상대 교섭·쟁의 행위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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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 혼란에 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파업 노동자의 불법 행위에 대한 사용자 방어권을 제한하고 원청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를 강행하면서 정부 우려와 경영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무산됐지만, 야당은 더 강력한 독소 조항을 담아 새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쟁의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포괄해 지칭한다. 2014년 법원이 쌍용자동차와 경찰이 쌍용차 노조 관계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하자, 시민들이 언론사에 성금(4만7000원)을 노란봉투에 넣어 보낸 데서 유래했다. 2022년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사측이 불법 쟁의행위에 돌입한 노조를 상대로 피해액(470억원) 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21대 국회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논의가 촉발됐고 이후 법안까지 통과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결국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재추진에 나선 야당의 행보는 거침없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절차상 하자 논란에도 야당은 법률 개정안에 대해 국회법이 규정한 숙려 기간(15일)도 건너뛰고, 지난 20일 국민의힘 의원과 고용노동부 장관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했다. 지난 26일 공청회에 이어 지난 27일 입법청문회를 열었다. 여당과 야당, 경영계와 노동계는 첨예하게 맞붙었다.
쟁점 중 하나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면죄부 논란이다. 지난번 노란봉투법이 노조원 개인의 불법성 및 책임에 대해 그 입증 의무를 회사측에 부과했지만,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노조원 개인에게는 아예 책임을 묻지 못하게 했다. 야당과 노동계는 기업의 보복 목적 소송 남용을 막고 노동자 투쟁권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에만 예외를 인정한 이런 조항은 법적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불법 파업을 조장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개정안에서 확대한 근로자와 사용자 범위는 ‘노사 분규의 상시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개정안은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한 자를 근로자로 추정한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개인사업자 신분인 특수고용노동자나 프리랜서, 해고자도 노조를 만들어 기업에 교섭을 요구하거나 쟁의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 개념도 넓어졌다.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규정했다. 하청·협력업체 직원이 원청업체나 대기업을 상대로 교섭이나 쟁의 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 쟁의행위 범위도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관한 분쟁까지 확대돼 ‘정치 파업’의 길도 열렸다. 자칫 ‘만인의 만인에 대한, 만사와 관련한 노사 분규’가 벌어질 판이다.
경영계는 사용자 범위 확대로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산업경쟁력이 심각하게 저하될 것을 우려한다. 수많은 협력업체와 협업 관계로 얽힌 자동차, 조선, 건설업 등의 경우 개정안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걱정이 크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 약자를 보호하고 소송 남용을 막아야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불법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은 지지 않으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노조에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 파업과 불법 쟁의 와중에 기업만 손발이 묶인다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노사 갈등을 부추기고, 산업 현장의 혼란과 기업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막무가내식 입법은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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