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華는 조선 지식인에게 문명과 같았다
유석재 기자 2024. 6. 29. 00:40
중화, 사라진 문명의 기준
배우성 지음 | 푸른역사 | 672쪽 | 3만7000원
‘중화(中華)’란 중국인들이 자기 나라를 자랑스럽게 이르거나 주변국에서 중국을 대접해 부르는 말이기도 하며, 세계 문명의 중심이라는 엄청난 의미인 동시에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말하기도 한다.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중화를 ‘고려 말부터 대한제국에 이르는 한반도의 주류적 사고방식’이라고 짚는다. 중화와 사대주의 모두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겐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었다는 얘기다.
오래도록 ‘중화’는 중심과 주변을 나누는 의제였다. 고려 말 정도전 등은 중화를 명나라·정학·유교·정통, 이적(夷狄)을 이단·사설·불교의 개념과 함께 사용했다. 중화는 조선이 채워나가야 할 배움의 내용이었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한족(漢族) 왕조인지를 따져 묻게 됐고 조선이 소(小)중화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후 ‘중화’의 의미엔 균열이 생겼다. 홍경래 난에서 보이듯 때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옹호하는 구실이 됐고, 조선 말 최익현에 이르면 ‘조선이 황통을 계승할 수도 있다’는 데 이르렀다. 오래도록 조선 지식인들에게 문명의 기준을 말하는 관념이었던 중화는 20세기 초까지도 근대 한국의 담론 지형의 중요한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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