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덜 하려면 침대보다 안락의자가 낫다

곽아람 기자 2024. 6. 2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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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수면장애 치료 예일대 교수
“올빼미족은 게을러? 유전적 특성 남보다 생체시간 늦은 야행성 인간… 일부러 수면 패턴 바꾸는 건 무리

최상의 잠

메이어 크리거 지음|이은주 옮김|소용|440쪽|2만3000원

40년간 3만명의 수면 장애 환자를 치료했다는 예일대 의과대학원 교수가 쓴 이 책에서, 독자들이 가장 흥미를 가질 만한 챕터는 ‘코골이 남편을 둔 아내를 위한 처방’일 것이다. 한 방에서 잠든 이가 코를 골아 잠을 설친 경험, 혹은 나의 코골이로 다른 사람의 잠을 방해한 경험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기 때문.

저자는 남편의 코골이 문제로 수면 클리닉을 찾아온 부부의 사례를 들며 이 중 진짜 ‘환자’는 남편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수면 장애를 겪는 아내라 말한다. “내가 코골이 치료에서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코 고는 소리를 들어서 가장 고생하는 사람의 건강이다.”

코를 골게 되는 이유는 막힌 기도로 공기가 통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코와 목구멍에 있는 조직이 진동하면서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과체중이 코골이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일단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 것이 좋고, 알코올은 코골이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술도 줄이는 편이 낫다. “코를 고는 사람은 완전히 의식을 잃거나 곯아떨어질 수 있는 약물은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수면제와 술 모두 코골이를 수면무호흡으로 진전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수면제와 술은 기도를 계속 열어두는 목 근육을 이완시켜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등을 바닥에 댄 채 반듯이 누워 자면 코를 더 고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옆으로 누워 자거나 안락의자에 기대 자면 코를 덜 골게 된다. 부부는 꼭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침대나 방을 따로 쓰는 것도 방법. 저자는 배우자의 코골이 때문에 바로 옆집을 매입해 밤마다 다른 집에서 자는 부부의 사례를 소개한다. “매우 극단적인 선택이기는 하나 결국 이러한 과감한 결단이 두 사람의 숙면, 더 나아가 두 사람의 결혼생활을 지켜줬다.”

아이가 코를 골 때는 편도선이 비대하거나 비만의 문제인지, 혹은 턱이 비정상적으로 작아 폐쇄성 호흡장애를 겪는 게 아닌지를 살펴야 한다. 아이의 턱이 유난히 작다면 치과 교정술로 턱 구조를 교정해 훗날 중증 수면무호흡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밤만 되면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올빼미족’을 가리키는 전문 용어도 있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 올빼미족은 체내 생체 시간이 일반인보다 서너 시간 이상 늦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들은 새벽 1시에서 3시, 그 뒤까지도 졸린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주중엔 제시간에 일어나 등교하거나 출근하기가 너무 어렵다. 수업 시간이나 일하는 중 꾸벅꾸벅 졸기가 일쑤다. 주말엔 정오까지, 혹은 그 뒤까지 늘어지게 자고 나면 비로소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의학적 차원의 질환이 아며, 게을러서 그런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색깔이나 성격처럼 유전적 요인에 의한 타고난 특성이다. 그렇지만 많은 올빼미족이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수면 패턴을 갖고 싶어 한다. 생체 시계 바늘이 한 바퀴 돌아 통상적인 취침 시간에 잠이 올 때까지 매일 밤 2시간씩 늦게 잠드는 ‘시간 요법’이 도움이 되지만, 한 번이라도 늦게 자면 다시 예전의 패턴으로 돌아가 버린다. 저자는 “이른 오후에 일과를 시작하는 일자리를 찾아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수면 위상이 지연된 내 환자 중에는 연예산업, 서비스 업종에서 성공을 거둔 경우가 꽤 있다.”

불면증은 그 자체가 병이라기보다는 우울증, 알츠하이머 등 다른 질환이나 질병의 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인은 하루 평균 7~9시간은 자야 한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도 마찬가지. 노인이 되어 잠이 줄었다는 이들은 햇볕을 쬘 기회가 충분하지 않거나, 노인성 질환으로 복용하는 약물 부작용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여성은 남성보다 수면 장애를 많이 겪는데 임신과 출산을 위한 생체 사이클이 수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썼지만 부담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수면 관리 지침서. 수면의 이론부터 잘 자기 위한 방법까지 종합적으로 다뤘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시간이 20분이 넘으면 침대에서 벗어나 다른 일을 하는 편이 좋고, 잠들기 전 전자기기 화면은 모두 꺼야 한다. 운동을 많이 하되 잠들기 직전엔 하지 않으며, 흡연과 음주를 줄이는 것도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셰익스피어는 ‘맥베스’에서 “잠은 정말로 삶의 성찬 중 제일가는 영양식”이라 말했다. 오늘도 잠이 고픈 당신께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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