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퍼즐 장난감’으로 전락시킨 사교육

백수진 기자 2024. 6. 2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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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해킹

문호진·단요 지음 | 창비 | 504쪽 | 2만3000원

이 책은 수능을 정육면체 모양의 퍼즐 장난감(루빅스 큐브)에 빗댄다. 퍼즐의 상태와 색 배합에 따라 몇 가지 행동 전략이 정해져 있으며, 해결 공식만 안다면 손쉽게 풀어낼 수 있다. 저자들은 사교육 업계가 지난 10년간 해온 일도 이와 같다고 주장한다. 학원 강사들은 최근 몇 년간의 기출 문제 패턴을 파악해, 풀이 전략을 개발하고 훈련시킨다.

지난 1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사교육 업계의 수능과 입시 해킹의 기술을 파헤친다. 학생·교사·사교육 종사자들을 인터뷰해 교육 현장의 민낯을 드러낸다. 사교육 종사자들의 답변은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논리적 사고를 따르는 풀이를 가르쳐주면 비효율적인 풀이로 취급받고, 논문 대필 아르바이트생은 “고등학생 수준에 맞게 논리 구조나 전개를 어설프게 뭉갠다”고 고백한다.

저자들은 평가원 역시 등급 커트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출제 경향을 고착시켰다며, 평가원과 사교육 업계의 “적대적 공생 관계”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퍼즐 맞추기’로 전락한 수능이 학생들의 가치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일리가 있다. 수능을 해킹하는 “사교육의 기술자들”을 중심으로 드라마 ‘스카이 캐슬’보다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한국 교육 시스템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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