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의혹 키운 반박…尹 '이태원참사 음모론' 파문
與 박덕흠, 국회부의장 경선서 입담 과시
정부, 북러 군사 밀착 관련 러시아 압박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이태원 참사는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됐을 수 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회고록에 적으면서다. 야당은 대통령실의 왜곡이라는 반박에 의혹이 더 커졌다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당시 국민적 공분과 희생자 유족들을 고려했을 때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뿐 아니라 정부가 북러 군사 밀착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는 가까스로 국회의장단과 원 구성을 마치고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주도 야당의 '마이웨이'에 강하게 반발했던 여당은 국회로 돌아왔지만, 여야 간 대치로 상임위원회 곳곳이 파행됐다. 일례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여야 의원 간 낯 뜨거운 언쟁이 벌어지면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미친 여자" 등 과거 막말을 두고 기 싸움을 벌였다. 한편 조국혁신당 전당대회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최근 당 지지율이 내림세인 데다 조국 대표의 '원톱' 체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표 회의록 파장에 대통령실 '당혹'..."반박인지, 유감인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대통령실 악재가 터져 나왔어.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최근 회고록을 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주장한 거야.
-사실이라면 굉장히 심각한 발언인데, 책에는 어떻게 기술돼 있어?
-김 전 의장이 지난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 계기에 가진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사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로 건의했는데, 윤 대통령이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어. 그러면서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은) 그럴 경우 이상민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고 덧붙였어. 또 "'그런 방송은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고도 했어.
-김 전 의장은 또 회고록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이 일은 내가 윤석열 정부의 앞날을 가늠하게 된 첫 지표가 됐다"며 "대통령이 결정하지 못하면 주변 이들이 강하게 진언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아무도 대통령에게 '노'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밝혔어. 최근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공감하지 않을까 싶네.
-파급력 있는 발언인 만큼 대통령실도 빠르게 대응했네.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약 100분 만에 대변인실 명의의 입장문을 냈어. 대통령실은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어.
-왜곡이라면 어떤 부분이 왜곡인지도 구체적으로 설명도 했어?
-그렇진 않았어. 다만 윤 대통령이 참사 수습과 예방을 위해 노력해 온 점 등을 강조했어.
-입장문에서 조금 의아했던 게 있는데 "대통령은 특히, 차선 한 개만 개방해도 인도의 인파 압력이 떨어져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차선을 열지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설명한 부분이야. 우회적으로 차선을 열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대통령이 이 사고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는 의미인지, 지금은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등등 궁금한 점들이 너무 많았어. "사실상 반박이 아니라 유감 표명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어.
-이후 별도로 브리핑은 없었어?
-없었어.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이후 여러 차례 '소통 강화'를 강조했는데, 총선 이후 4월 대변인 대면 브리핑은 2건이고 홍보수석 브리핑은 1건, 5월엔 대변인 대면 브리핑 4건, 6월은 2건에 불과해. 이달 일주일간 중앙아 3국 순방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브리핑 횟수가 적다고 생각돼.
-이번 주엔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 청문회'도 열렸어. 채상병 사망사건의 경찰 이첩보류와 회수, 박정훈 전 수사단장 징계 등 관련 사건에 대해 관계자들이 직접 나와 한 발언들이 생중계됐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인물 3인방이 증인 선서를 거부해서 여론도 달갑지 않아. 또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도 국방부 장관, 국방비서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어. 대통령실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용산이 받는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비록 낙선했지만…국회부의장 경선 웃음바다 만든 박덕흠
-6선의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됐네. 경선에서 재미난 신경전이 있었다던데.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의원총회를 열고 여당 몫 국회부의장 경선을 치렀어. 후보는 주 의원과 4선의 박덕흠 의원이었어. 관례적으로 부의장은 당내 최다선이 맡아 왔잖아. 선수가 같을 경우에는 연장자의 몫이었어. 6선의 조경태 의원과 주 의원의 경쟁이 예상됐는데, 박 의원이 갑자기 출마를 선언한 거지. 이를 두고 경선 과정에서 소소한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어. 주 의원은 "전통적으로 선수가 높은 연장자가 해온 것이 관례화됐다"라며 "경선을 할수록 당이 분열되고 단합을 해치는 그런 측면도 있다"고 했어. 4선에 불과한 박 의원의 출마로 경선해야 하는 현 상황을 꼬집은 거지.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박 의원이 당에서 요즘 욕을 엄청 먹고 있다"고 귀띔하더라.
-당내에서는 박 의원이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던데?
-맞아. 주 의원의 이같은 견제에는 이유가 있어. 실제로 박 의원이 사람을 잘 챙기기로 유명하거든. 그가 500억 대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성공한 데에는 사람을 잘 챙긴 덕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지. 한 국민의힘 의원은 사석에서 "박 의원이 정치적 스킨십이 좋기 때문에 부의장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도 했어. 박 의원은 정견 발표에 앞서 의원들에게 큰절을 했어. 소개할 때도 "덕흠 덕흠 박덕흠"이라며 인사하더라고. 의원들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지. 박 의원은 "지난 20년간 20명의 부의장 가운데 6선 의원은 단 한 분도 안 계신다"라며 "대왕고래를 저수지에서 놓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너스레를 떨었어. 의총장은 곧바로 웃음바다가 됐지.
-결국 박 의원이 13표 차로 졌네. 그래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더라고.
-주 의원이 경선에서 54표를 얻고 박 의원이 41표를 받았어. 의총장에서 결과 발표가 나오자마자 다들 놀라는 분위기였어. 한 국민의힘 의원은 "박 의원 대단하네"라고 하면서 지나가더라. 4선이 6선 의원에게 도전장을 낸 건데, 나름대로 박빙 선거였던 거지. 주 의원 역시 당선 소감에서 "모든 선거를 앞두면 늘 불안하고 이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걱정"이라며 "당내 선거가 특히 그런 점에서 긴장감도 있고 아주 흥미진진하다"고 안도감을 표했어. 이날 같이 치러진 외교통일위원장 선거에서 안철수 의원이 김석기 의원과의 경선에서 25표에 불과한 표를 받고 패배한 것과 대비되지. 국민의힘이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상임위원장 선출을 모두 마무리하면서 개원 28일 만에 원 구성이 마무리됐어.
◆받은 만큼 돌려준다?...외교부, 대(對) 러시아 '강경' 브리핑
-정부가 북러 군사 밀착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며?
-응.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 측을 향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실수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어. 임 대변인의 이같은 언급은 러시아 측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 '한 치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보여. 앞서 러시아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한다면 양국 관계는 치명적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한국의 성급한 행보를 경고한다"고 밝힌 바 있거든.
-그간 임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북러 밀착과 관련한 질의에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 "단호히 대응하겠다"(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와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촉구한다"(25일) 정도의 답변을 내놨어. 반면 이번에는 러시아 측의 '돌이킬 수 없는 결과'라는 표현을 콕 집어 그대로 받아친 격이라 가장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게 아닌가 싶어.
-한러 외교전에서도 상당한 긴장감이 엿보인다고?
-외교부는 지난 27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대북 독자제재 지정 사실을 알렸어. 북한 기관 1곳과 개인 8명, 러시아 기관 2곳과 선박 4척이었는데 북러 협력 강화에 따른 대응 조치였지. 이후 외교부는 3분 만에 다시 보도자료를 배포해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차관과 만나 북러 조약에 대한 '엄중한' 우려와 '분명한' 설명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공개했어. 러시아 측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한 한국 측 대응에 유감을 표했다고 해. 그러면서 북러 협력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침략이 발생한 경우만을 상정한 방어적 성격이라고 설명했지.
-정부는 북러 양국이 군사동맹에 준하는 협력 관계를 맺은 점을 규탄하며 그 대응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제공 재검토를 밝힌 바 있어. 정부는 이뿐 아니라 △주한러시아대사 초치 △한미 외교장관 유선 협의 △한미일 공동성명 △한미 외교차관 유선 협의 등을 이어가며 대(對)러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한반도 안보 정세가 급변한 만큼,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줬으면 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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