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제도 재고가 필요하다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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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방탄소년단에 병역특례 혜택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국위선양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찬성론이었으나, 나라의 명예를 걸고 출전하는 것과는 다르다거나 병역특례의 기준이 모호해진다는 반대론도 그에 못지않게 컸고 결국 대중예술은 특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병역특례제도는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해 군 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는 제도다.
그들이 병역특례 때문에 나라를 대표해 경기에 나서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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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방탄소년단에 병역특례 혜택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국위선양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찬성론이었으나, 나라의 명예를 걸고 출전하는 것과는 다르다거나 병역특례의 기준이 모호해진다는 반대론도 그에 못지않게 컸고 결국 대중예술은 특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예술·체육요원의 병역특례제도는 병역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1973년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예술요원의 조건은 국제 규모 음악 경연대회 2회 이상 우승 또는 준우승이었고 체육요원의 조건은 올림픽 3위 이상, 세계선수권 3위 이상, 유니버시아드 3위 이상, 아시안게임 3위 이상, 아시아선수권 3위 이상, 한국체대 졸업성적 상위 10% 이내였다. 예술 분야는 2008년부터 특례가 인정되는 대회를 정비하기 시작해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체육대회는 1990년에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로 축소했다가 2002년 월드컵 때 월드컵 축구 16위 이상 입상자가 추가됐고, 2006년 WBC 4위 이상 입상자가 추가됐다가 2008년 병역특례가 인정되는 예술대회가 정비되면서 월드컵과 WBC도 삭제됐다.
병역특례제도는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해 군 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만들 당시 대한민국은 후진국에서 겨우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을 때였다. 사회 모든 분야가 후진국 수준에 있었기 때문에 예술이나 체육 분야에서라도 국위를 선양할 필요가 있었다. 그 이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병역 면제라는 엄청난 혜택을 주면서라도 예술인, 체육인의 분발을 독려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국위를 선양하거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특정 예술인과 체육인만의 일은 아니다. 영화, 드라마, 음식 등 문화 분야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자제품, 자동차, 방위 산업 등 많은 분야에서 엄청나게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 그들의 국위선양 정도가 예술인, 체육인의 그것보다 더 크면 컸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장미란 선수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흘렸던 감격의 눈물은 병역특례와는 무관했다. 장미란 선수의 메달은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고, 그의 영광은 병역특례라는 포장 없이도 장미란 선수의 평생을 함께할 것이다. 국가대표는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물론 그 영광 뒤에 여러 보답도 따라온다.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축구선수로 이미 엄청난 부자가 됐지만 20년 가까이 국가대표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들이 병역특례 때문에 나라를 대표해 경기에 나서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아니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그 자체가 개인에게 더없는 영광이기 때문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앞둔 시기가 되면 프로야구, 프로축구 선수들에게 늘 병역특례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야구 종목에서는 최고의 실력으로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선수보다는 병역특례를 주기 위해 선수를 선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었던 축구 선수들에게 병역특례 때문에 열심히 뛰었다고 평가절하하는 것을 보면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다.
체육선수이든 누구든 본인이 원하면 기량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는 나이에 활동하게 해주고 입영 가능 연령을 좀 늦춰주는 방식으로 병역특례 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세계적 스포츠 선수들이 상무팀에서 뛰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인지, 방탄소년단의 18개월과 체육선수의 18개월이 그리 달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오용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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