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뉴욕주와 일당독주의 위험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4. 6. 28. 23: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욕주는 이달 30일부터 '혼잡 통행료' 정책을 시행하려 했으나, 갑자기 뉴욕주지사가 '무기한 시행 금지'를 선언했다. /AP 연합뉴스

미국 뉴욕은 지금 주(州)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연일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뉴욕은 오전 5시부터 오후 9시 사이 맨해튼 60번가 이남으로 진입하는 자동차 등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혼잡 통행료’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맨해튼이 너무 혼잡하니 통행료를 부과해 교통량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하루에 15달러(약 2만원)를 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심이 성났다. 특히 뉴저지 등 인근에서 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통행료로 한 달에 40만원을 내라는 것이냐”며 소송을 준비했다. 그래도 뉴욕주는 “교통량이 줄면 탄소 배출량도 함께 줄어든다”며 주민들을 달랬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시행을 한 달 앞둔 지난 5일 민주당 소속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근로자와 중산층 뉴욕 시민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없다”며 갑자기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다.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맨해튼에 있는 피자 가게가 피자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자신이 내는 통행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참신한’ 이유도 내세웠다. 처음에 그토록 우려했던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현지에서는 “오는 11월 열리는 미 대선과 뉴욕주 의원 선거를 고려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표 떨어지는 소리에 장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말만 앞선 주 정부를 믿고 행동에 옮겼던 사람들은 손해를 봤다. 통행료를 내게 될 상황에 놓였던 사람 중에는 통행료 징수선 인근 지역에 미리 월 단위 주차장을 끊은 사람도 있었다. 일부는 아예 사무실을 60번가 위로 옮기기 위해 오랫동안 건물을 알아보는 수고도 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마리화나 합법화 정책도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뉴욕주는 2021년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결정했다. 그러면서 마리화나에 높은 세금을 붙여 팔면 세수(稅收)가 증가해 복지 예산으로 쓸 수 있다고 했고, 무엇보다 ‘뉴욕주는 개인의 자유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보 성향의 뉴요커들 입맛을 고려한 정책이었다. 지금은 불법 판매점이 합법 매장보다 몇십 배 이상 많아 통제 불능 상태다. 거리는 마리화나 연기로 자욱하고 마약에 휘청거리는 사람은 많은데, 세수는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진보의 얼굴을 하고 추진되는 정책들이 분란과 걱정만 일으키는 경우를 종종 본다.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도 없이 허울 좋은 가치만 내세워 정책을 펼치면 국민이 대신 고통받는다는 점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르지 않다. 뉴욕은 주 상·하원 모두 민주당이 장악해 그들 입장에서 입법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곳이었다.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이 ‘입법 독주’를 예고한 한국에서 뉴욕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