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연루’ 日부부 청부살해 사건, 사주범은 경영권 노린 딸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4. 6. 2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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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도쿄 북쪽으로 약 150㎞ 떨어진 도치기현의 작은 마을 나스마치의 강변에서 남성과 여성 시신이 불에 탄 채 발견됐다. 도쿄 우에노 번화가에서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와 야키니쿠(고기구이) 등 음식점 10여 곳을 운영해온 다카라지마 류타로(55)와 다카라지마 사치코(56) 부부였다.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딸 다카라지마 마나미 씨. /일본 TBS

사건 발생 뒤 젊은 남성들이 용의자로 잇따라 체포됐지만, 희생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청부살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본 전역의 관심이 집중됐던 사건의 주동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부부의 딸이었다.

일본 경시청은 27일 살해된 부부의 딸 다카라지마 마나미(31)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마나미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그가 식당의 경영권을 독차지하기 위해 살인을 청부했다고 보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살인범에게 부모를 잃은 피해자로 알려졌던 딸이 두 달 만에 패륜의 장본인으로 체포된 것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뒤 현장 감식 등을 바탕으로 용의자들의 행적을 추적해왔다. 사건 발생 닷새 만에 히라야마 료켄(25)을 체포한 데 이어, 사사키 히카루(28)도 붙잡았다. 이들은 살인 청부의 공모자이지만, 직접 살인에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조사됐다. 경찰은 용의자들의 진술과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를 이어갔고, 지난달 실제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20세 남성인 강광기와 와카야마 기라토를 체포했다. 강광기는 한국 국적자이고 와카야마는 NHK 대하사극에도 출연한 경험이 있는 아역 배우 출신이었다. 이때까지 체포된 용의자들은 모두 부부와 알지 못하는 사이로 확인되면서 사건의 진짜 배후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그래픽=백형선

이런 가운데 지난달 7일 세키네 세이하(32)가 붙잡혔다. 희생자와 일면식도 없던 앞서의 용의자들과는 달리 그는 부부와 인연이 있었다. 딸인 마나미와 사실혼 관계, 즉 실질적 사위였다. 식당 매니저로 일하던 세키네가 평소에 다카라지마 부부에게 불만이 많았다고 조사되면서 장인·장모에게 원한을 품고 청부 살인을 벌였다고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당초 딸을 용의 선상에 두지 않고 범죄 피해자로 여겼다. 하지만 세키네의 스마트폰에서 반전의 단서가 나왔다. ‘둘 다 없애버리겠다’ ‘걸어 다니지 못하게 손보겠다’ 등 부부를 제거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메시지가 발견됐는데 수신자는 바로 부부의 딸 마나미였다.

경찰은 마나미와 세키네 커플이 부모로부터 식당 경영권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황도 드러났다. 부모가 운영하는 요식업 법인 이사로 있다가 지난 1월에 사임한 마나미가 5월에 법인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이다. 부모가 살해된뒤 불과 한 달이 지나 직계 가족이라면 경황이 없을 시점이었다.

용의자들이 속속 체포되면서 사건의 구체적 구도도 그려지고 있다. 마나미와 공모한 세키네가 사사키·히라야마에게 살인을 청부했고, 다시 이 지시를 전달받은 강광기·와카야마는 실행에 옮겼다. 4월 15일 오후 11시 50분쯤 도쿄 시나가와구의 빈집 차고에서 부부를 살해한 뒤, 도치기현으로 이동해 강가에서 시신을 불태웠다. 당시 범행 현장에 없었던 딸 마나미는 부모의 살해를 사주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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