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유족 “부검·마약검사, 조작설 믿어서였나?…尹대통령 직접 해명하라”

정윤경 기자 2024. 6. 2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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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조작설'을 제기했다는 주장에 유족들이 분개했다.

이정민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음모론은 극우 유튜버 중에서도 극히 일부의 주장이었다"며 "(대통령은) 음모론이 시중에 떠돌고 있으면 오히려 가짜 뉴스를 퍼트려서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유족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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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다 2차 가해 막아 달라고 애원했는데…참담”
대통령실 “멋대로 왜곡해서 알리는 건 개탄스러워”
尹-김진표 ‘비공개 대화’…“대변인실 말고 대통령이 직접 나와야”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사 수습 과정에서 유류품 마약 검사부터 실시하자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검사들 입에서 부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유족들은 전부 반대했습니다. 죽은 아이들이 범죄에 연루된 것도 아닌데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를 못 했습니다. 그때 마약 검사와 부검을 권유한 이유는 대통령이 조작설을 믿어서였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조작설'을 제기했다는 주장에 유족들이 분개했다. 희생자 고(故) 이주영씨의 아버지 이정민씨(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는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참담하다"며 심경을 밝혔다. 발언의 진위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과 윤 대통령만 밝힐 수 있는 만큼 대변인이 아닌 대통령이 직접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논란의 시발점은 김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이다. 6월27일 김 전 의장은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서 참사가 발생한 당해 12월5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과 독대했다고 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참사 대응의 주무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해야 한다"고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그 말이 다 맞으나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이 무슨 뜻인지 묻자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하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의 대답에 "깜짝 놀랐다"며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5월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이태원참사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멋대로 왜곡한 발언" VS "어떻게 왜곡됐나"

유족은 즉각 반발했다. 발언이 사실이라면 국가의 부재로 목숨을 잃은 159명 희생자들과 유가족, 생존 피해자들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했다. 이정민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음모론은 극우 유튜버 중에서도 극히 일부의 주장이었다"며 "(대통령은) 음모론이 시중에 떠돌고 있으면 오히려 가짜 뉴스를 퍼트려서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유족의 혼란을 키웠다. 앞서 대통령실은 대변인 명의로 공지를 내고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눴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김 전 의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실제로 조작설을 언급했는지, 당시 대통령 발언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유족들도 "그 이야기가 어떻게 왜곡된 것인지 설명하는 내용은 없다"고 짚었다.

유족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본인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으면 분명히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든가 아니면 '그때는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해야 맞지 않느냐"며 "대통령이 입을 다물고 있으면 사실이 돼버리기 때문에 혼란만 야기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 단체를 결성한 이유도 '조작설'에 맞서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참사 직후 왜곡된 이야기가 퍼지고 2차 가해가 심해졌다"며 "이대로 내버려두다가는 정말 사람들이 조작설을 믿게 될까 봐 유가협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에다가 2차 가해를 막아 달라고 애원했는데 대통령이 정작 음모론을 믿고 있었다면 우리는 어디에다 호소를 하고 있었던 건지 참담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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