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계획·R&D 예산조정까지…"우리 허락 받으라"는 巨野

한재영/정상원 2024. 6. 2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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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행정·사법권 제한 법안들은 국회의 '창'과 '방패'를 동시에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국회가 예산 소요 신규 사업을 집행하는 셈이 된다.

정부의 예산 조정권 자체를 제한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헌법상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권 행사에 국회가 개입하는 법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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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분립' 근간 흔드는 민주
'사면 명단'도 국회 보고 의무화
대통령·행정부 손발묶기 나서
'檢 표적수사 땐 영장 청구 기각'
이재명 방탄하려 사법권 침해
특검법엔 '전담법관 지정' 보장

더불어민주당의 행정·사법권 제한 법안들은 국회의 ‘창’과 ‘방패’를 동시에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격 대상인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해서는 예산권부터 사면권까지 전방위적으로 권한 제한에 나선다. 다른 한편으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사법부를 압박하는 법안들이 발의됐다.

○예산 편성권 침해 시도


전 국민에 대한 25만~35만원 지급을 위해 이 전 대표가 직접 발의한 민생위기극복특별조치법은 대표적인 정부 예산권 침해 사례로 꼽힌다. 행정 집행 대상과 시점, 규모까지 구체적으로 못 박은 ‘처분적 법률’이기 때문이다. 헌법 57조에 따라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삭감권만 있고, 증액할 권한은 없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국회가 예산 소요 신규 사업을 집행하는 셈이 된다. 민주당도 이 같은 위헌 논란을 의식해 구체적인 내용 일부를 시행령에 위임했지만, 처분적 법률이라는 본질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예산 조정권 자체를 제한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황정아 의원은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에서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을 조정하려고 할 경우 국회 동의부터 받도록 규정했다. R&D 예산 삭감 가능성 자체를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다. 한 전문가는 “국회가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심의해 수정을 요구할 수는 있어도 ‘동의’를 받으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고유 권한도 제한

헌법상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권 행사에 국회가 개입하는 법안도 있다. 박주민 의원은 사면법 개정안을 통해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하기 2주일 전에 대상자 명단 등을 국회에 반드시 보고하도록 했다. 특별사면을 심사하는 사면심사위원회 위원 9명 중 3명은 국회가 선출하도록 해 사실상 민주당이 장악한 입법부가 특별사면 심사에 관여할 수 있도록 했다.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김건희특검법에는 대통령이 추천된 후보자 2명 중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는 헌법상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을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환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입법부가 정부의 중장기 정책 수립에 직접 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향후 15년의 중장기 전력 수급 계획을 정부가 확정해 실행하도록 한다. 하지만 김 의원은 개정안에서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전력수급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도록 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라는 평가다.

○‘李 방탄 법안’도 위헌 소지 커

이 전 대표를 위한 ‘방탄 법안’들도 위헌 소지가 크다. ‘대장동 변호인’ 출신인 이건태 의원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검찰의 표적 수사가 의심될 경우 재판부의 영장 청구 기각을 의무화했다. 사법부가 판단하는 영장 발부·기각 여부를 입법부가 법으로 정한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이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를 ‘정적 제거용 표적 수사’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대표적인 ‘이재명 맞춤 방탄 법안’으로 평가된다.

검사장 출신인 이성윤 의원이 발의한 김건희종합특검법에도 위헌 소지가 있는 독소조항이 있다. 특검법안에는 해당 사안의 영장 심사를 전담할 ‘전담 법관’ 지정을 특검이 요청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김건희 여사 구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하지만 이 역시 “사법 행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재영/정상원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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