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가리지않고 '내수 찬바람' "치솟은 이자에 투자 꿈도 못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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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가공업체를 운영 중인 신 모 대표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에 사업을 접을 판이다.
신 대표는 "건설 경기가 최악이라 일감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건설과 관련된 중소업체들은 다 망하게 생겼다"며 "2년 전보다 발주는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인데 인건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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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내수 풀릴 기미 없고
고금리·고임금 악재까지 겹쳐
자동차 판매 줄고 철강생산 뚝
대기업도 예외없이 부진의 늪
◆ 경기진단 ◆
철근 가공업체를 운영 중인 신 모 대표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에 사업을 접을 판이다. 신 대표는 "건설 경기가 최악이라 일감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건설과 관련된 중소업체들은 다 망하게 생겼다"며 "2년 전보다 발주는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인데 인건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형·주물 등 대기업과 협업하는 뿌리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 금형업체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금형업은 자동차·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을 찍어냈다"며 "하지만 대기업들이 생산공장을 대거 해외로 옮기고 부품까지 해외에서 조달받으면서 금형업은 대기업 실적 증가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영세 중소기업까진 온기가 퍼지지 못하면서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소기업·소상공인들의 폐업 공제금인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액은 지난해 각각 1조2600억원과 11만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집계액도 전년 동기보다 높아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가 얼어붙은 상황이 이어지는 데다 고금리·고물가·고임금 등의 악재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소비 위축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주요 대기업들마저도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다. 지난 5월 현대차, 기아,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5개사 판매량은 11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다. 수입차 시장도 부진하다. 올 1~5월 국내 판매량은 10만352대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수입차 통계에 포함되지 않던 테슬라가 올해부터 반영되기 시작했고, 1~5월 테슬라 판매량이 1만2087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차 판매 감소폭은 훨씬 더 큰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입차업계에서는 통상 연말에 벌어지던 할인 경쟁이 일찍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철강업계도 울상이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지난 4월 누적 기준 한국의 조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중국과 일본, 미국 등 주요 철강 생산국들 중 낙폭이 가장 크다. 건설 경기 부진으로 철근 수요가 줄자 주요 철강사들이 감산에 나선 결과다.
석유화학업계도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힘겨운 가격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주요 석화회사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70~80%에 그치고 있다. 최근 10년 내 가장 낮은 수치다.
높은 금리는 신규 투자도 틀어막고 있다. 경기도에서 친환경 에너지설비 설치업체를 운영하는 안 모 대표는 "내년부터 서울시가 지열에너지 사용을 대폭 늘린다고 발표하는 등 시장이 다시 좋아질 것 같아 새로운 설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지금 받아놓은 대출에 추가 대출까지 받으면 원리금 부담이 너무 커져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제완 기자 / 정슬기 기자 / 조윤희 기자 /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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