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동’ 빠진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메가시티 길 잃나
광주·전남 최초 ‘메가시티’ 교두보…광주시, 잇단 발목 착잡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출범한지 10년이 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광주와 공동'이 빠진 반쪽짜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광주시가 행정적, 물리적 한계 때문에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한쪽 주인을 잃은 혁신도시가 '반쪽자리'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당초 기대했던 광주와 전남의 공동 번영 등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출범하면서 광주전남 메가시티(경제통합)의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시각에선 민선 8기 광주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경제·교통통합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쪽 주인 잃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반쪽' 전락
나주시 빛가람동에 조성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는 이전하는 공공기관들을 수용하기 위해 금천면, 산포면 일대 7327㎡에 계획인구 5만을 목표로 건설한 자족형 신도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추진한 지방균형발전 계획도시사업, 즉 광역도시계획(법정계획)에 따른 것으로 요즘 뜨고 있는 메가시티 사업이다.
지난 2005년 광주와 전남이 공동으로 유치했기 때문에 원래 광주로 갈 예정이던 기관이 함께 들어서 있다. 2007년 10월 본격적으로 공사를 착공해 10년 전 한전 등 16개 공공기관의 1차 이전이 완료됐다. 지난 2013년 우정사업정보센터 이전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공공기관이 모두 들어선 것이다. 2014년 2월 24일에는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이 신설됐다.
광주와 전남의 공동혁신도시는 전국의 10개 지역에서 건설되는 혁신도시(지구) 중에서 중앙부처 및 관련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매우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공동혁신도시 건설은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의 리더쉽, 광주와 전남의 상생발전을 염원하는 지역주민의 사회적 합의, 공동혁신도시의 장점을 확산시킨 혁신주체들의 노력 등이 결합된 결과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동혁신도시는 광주시 서자(庶子)?
하지만 이러한 호평이 무색하게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광주의 색깔이 지워져 가는 것에 반비례해 '전남화·나주화'만 심화돼 가는 추세다. 실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서 광주를 찾기는 쉽지 않다. 구글 지도와 전화번호부, 현지 전수조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입주해 있는 수많은 상가나 음식점, 사무실, 아파트 등 어디 곳에서도 '광주'라는 이름을 곁에 내주지 않았다.
지금 혁신도시 내 광주의 흔적은 혁신도시 건설 당시 세운 표지석과 광주전남복합혁신센터 건립 공사장, 광주은행 빛가람지점 등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나주 빛가람동 혁신도시 내 한국전력공사 앞 사거리에 위치한 광주전남연구원은 광주전남 시·도 상생을 위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광주시가 분리를 주장하면서 '광주' 명패를 떼가 이제는 전남연구원으로 홀로 지키고 있었다.
광주시와 전남도 공동유치가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최근 열린 취임 2년 기자회견에서 '광주전남혁신도시는 서자인가. 파양을 한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50억 원의 공동발전기금 조성이 여전히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증거이다"고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전남혁신도시' 가속화 왜?
그렇다면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전남나주혁신도시화는 어디에서 초래된 결과일까.
우선 개발 주도권이 관할 행정청인 전남도와 나주시로 넘어 간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혁신도시를 염두에 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에너지신산업 글로벌 혁신특구' '초강력 연구단지' '국가 고자기장 연구 중심지 구축과 연관 산업 육성' 등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은 전남도와 나주시가 주도하고, 광주시는 뒷전에 밀리다 시피하고 있다.
전남도는 올해로 지정 4년차를 맞이하는 강소특구로 빛가람혁신도시를 지정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켄텍) 설립을 완성 시키는 핵심 축인 '켄텍 에너지클러스터'는 대학 캠퍼스가 들어선 나주 산포면 송림리 일대 40만㎡에 총사업비 2349억 여원을 들여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된다. 이 사업은 현재 전남개발공사가 산업단지 지정계획 반영을 위한 사업 타당성 분석·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켄텍에 오는 2031년까지 매년 1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대학 발전기금으로 출연하기로 하고 현재까지 각각 200억 원을 출연했다. 반면에 민선 7기 당시 광주시는 전남도(나주)와 켄텍 유치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혁신도시 내 입지를 가로막은 역사가 있다.

지원기관 규모와 업무 측면에서도 광주시와 전남도 간 차이가 역력하다. 전남도는 나주 빛가람동에 4급 서기관을 단장으로 혁신도시지원단을 두고 있다. 행정지원팀과 시설지원팀, 상생협력TF팀 등 3개 팀(9명)을 꾸리고 있다. 전남도 혁신지원단은 광주시와 나주시가 맡고 있는 기본 업무 외에도 중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계획(변경)수립에 관한 사항, 혁신도시 내 지구단위계획(구축계획) 변경 용역 추진, 혁신도시 기반시설 인프라 구축지원, 산학연 클러스터입주(분양,임대,양수등) 승인에 관한 사항을 다루고 있다. 상생협력사업으로 공공기관 연관 기업 기업유치 지원과 빛가람페스티벌, 정주여건 통계관리 등의 업무도 챙긴다.
이에 비해 광주시 지원기관 규모는 초라하다. 광주시는 광역협력담당관실 내에 혁신도시팀을 꾸리고 팀장을 비롯 3명이 주무관이 근무하고 있다. 이는 나주시 미래전략과 산하 혁신도시 지원팀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광주시도 국토교통부, 전남도와 함께 매년 '광주·전남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 합동채용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남도투어'와 호수공원 음악회 등 크고 작은 입주 공공기관과의 상생사업은 전남도와 나주시가 주관한다.
광주시, '메가시티 교두보' 불사르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는 광주전남 상생의 상징적 입지이자 메가시티 조성의 교두보로 평가받고 있다. 더구나 최근 광주전남 시도 단체장의 엇박자로 전국에서 불붙고 있는 메가시티와 행정통합 논의가 광주·전남에선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역설적으로 교두보 내지 전략적 요충지로서 몸값이 치솟는 형국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메가시티 조성에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특별자치도 설치가 우선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도 충청,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 전국적으로 메가시티 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반면 광주전남 메가시티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추진한 지방균형발전 계획도시사업에 따라 메가시티가 유일하게 이뤄진 곳이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잇단 자충수로 스스로 광주전남 경제통합의 기회에 발목을 잡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혁신도시에 메가시티 교두보를 마련한 광주시가 이를 살리기는커녕 되레 헛다리를 짚으며 전남으로의 남진(南進) 기회에 흐름이 끊긴 경우는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혁신도시 내에 있던 광주전남연구원 분리가 꼽힌다. 광주전남연구원은 통합 이후 광주와 전남사무소로 운영해오다 2016년 7월 광주전남 상생의 상징적 입지인 나주 빛가람동 혁신도시에 임시통합청사를 마련, 혁신도시시대를 열어갔다.
그러나 광주시가 민선 8기 출범 직후부터 분리 카드를 들고 나온 뒤 전남도가 호응하면서 8년 만에 다시 쪼개져 현재는 전남연구원만 혁신도시에 남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광주전남 메가시티를 주창하고 있는 광주시가 광주와 전남의 산업 구조가 다르다면서 분리를 주장한 것이다.
이영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도시와 농촌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산업 대전환 시대에 도시형문제와 농촌형 문제를 구분하는 것은 헛다리를 짚은 일이다"며 "광주와 전남의 종합적인 발전을 위해서 하나로 뭉쳐서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분리론의 허점을 지적했다.
또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광주광역권역의 거점 코어도시로서 성장하기 위해선 광주시~나주 간 광역철도 신설이 시급하다. 이는 강기정의 시장의 소신인 교통통합론에도 부합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광주시가 주민 민원에 따라 원안을 뒤집기 위한 효천역 경유 노선변경 용역을 실시하고 있어 자칫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에 걸려 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될 경우 메가시티 조성에 대 못질을 할 절호의 기회마저 허무하게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이전기관노동조합협의회 관계자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인 만큼 광주·전남이 함께 예산을 마련하고 발전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데, 혁신도시가 위치한 나주시에 모든 것을 떠넘기는 분위기도 있다"며 "혁신도시를 광주·전남의 혁신을 위한 '상생 발전 도시'로 만든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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