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현대엘리베이터, 오너일가 ‘경영권 방어’ 탓에 신용도 흔들
자사주 매입 과정서 차입금 확대 영향
중간 배당까지 겹치며 현금 유출 가속
신용도 전망 긍정적→부정적…햐항 가능성↑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현대엘리베이(017800)터가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주주친화정책을 펼친 탓에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준수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적정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신용등급 전망 하향 등 좋지 않은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부채 부담이 커진 것은 현 회장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이 깊다. 신규로 자사주를 취득 후 소각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급격히 증가하며 부채 부담이 확대된 것이다.
통상 자사주를 취득하고 소각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어들어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올라간다. 여기에 적극적인 중간 배당까지 겹치면서 모수인 자본은 오히려 줄어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담보로 받은 대출에 따른 반대매매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주식담보대출 채권자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가 가능하다. 반대매매는 주식가격이 담보유지비율 밑으로 하락할 경우 채권자가 주식을 일괄적으로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자사주 취득을 위해 1990억원을 지출했다. 주주친화 정책과는 관련이 없지만 비슷한 시기에 1224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 관련 금융자산을 취득하면서 차입금 증가를 부추겼다. 이 영향으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9328억원으로 전년 말 6933억원 대비 34.5% 늘었다.
반면 올해 1분기에는 1444억원 규모의 결산 배당 지급을 의결함에 따라 자본이 축소됐다. 여기에 이달 중 542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의한 상황이라 추가적인 자본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차입금 확대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부채비율이 건전성 판단 기준으로 삼는 200% 미만을 유지하고 있지만 차입금이 급격히 늘어난 점과 추가적인 현금 유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반영돼 전망 하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기업평가(034950)(이하 한기평)는 전날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부정적 전망은 중기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연내 하향 가능성 점쳐지는 상황.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용등급이 연내 하향된다면 지난 2021년 A에서 A+로 상향된 이후 3년 만에 A로 회귀하는 셈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3년간 가중된 차입부담이 신용도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올해 대규모 영업외 자금소요가 발생함에 따라 지난해 말 대비 재무구조가 저하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3월 대법원은 글로벌 승강기 업체 쉰들러홀딩스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 현 회장은 판결에 따라 1700억원의 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현대무벡스 주식(863억원)을 대물 변제하는 한편 차액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담보 대출로 마련했다.
앞서 쉰들러홀딩스는 지난 2014년 현정은 회장이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를 활용해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게 해 700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쉰들러홀딩스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1.5%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이건엄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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