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 '금빛 업어치기' 도전

2024. 6. 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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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한달앞으로
재일동포 유도 간판 허미미
허석선생 5대손, 日국적 포기
男선수와 훈련하며 힘 키워
"태극마크 보면 자랑스러워
세계선수권 우승 잇겠다"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필승관에 걸린 대형 태극기 앞에 서 있는 한국 여자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 연합뉴스

한국 유도는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46개 메달(금 11·은 17·동 18)을 따낸 효자 종목이다. 그러나 금메달을 딴 것은 2012년 런던올림픽(김재범·송대남)이 마지막이었다. 여자 유도만 놓고 보면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조민선)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유도가 오랜만에 금맥 캐기에 나선다. 여자 57㎏급 국가대표 허미미(경북체육회)는 그중에서도 대표팀에서 가장 기대하는 금메달 유력 후보다. 태극마크를 단 지 불과 2년여인 허미미는 자신감을 장착하고서 막바지 올림픽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허미미는 인터뷰 내내 특유의 미소와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았다. 그럴 만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대회 여자 57㎏급에서 29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그동안 각종 국제 대회를 제패했지만 올림픽 다음으로 큰 무대인 세계선수권에서 이 체급 세계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누르고 우승해 더욱 의미가 컸다. 허미미는 "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파리올림픽에 나가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이 분위기를 이어 잘 준비하면 올림픽에서도 시상대 가운데에 설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허미미는 재일동포 3세다. 2002년 일본 도쿄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고, 일본에서 유도 선수로 성장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한국 유도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기 바란다"는 할머니 유언을 지키려고 2021년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2022년 2월 국가대표가 된 뒤 팀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면서 한국어 실력도 키운 허미미는 이제 태극마크가 박힌 도복이 익숙해졌다. 허미미는 "훈련하면서 도복에 새겨진 태극마크를 보면 스스로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올림픽 같은 대회에 국가대표로 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한 일 아닌가. 경기를 하다 힘들 때도 태극마크를 보면 없던 힘도 생긴다"고 힘줘 말했다.

유도계를 넘어 국내 스포츠계에서 허미미가 더욱 주목받은 것은 그의 가족사(史) 때문이다. 1918년 일제강점기에 경북 군위 지역에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렀던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 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허미미는 "힘이 난다"면서 "그저 내가 할 일을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좋은 말을 들을 때마다 나만의 장점, 내 스타일을 경기에서 잘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을 더 갖게 해줬다"고 말했다.

159㎝의 작은 키지만 탁월한 힘에서 나오는 업어치기는 허미미의 전매특허 기술이다. 그는 최근 국제 대회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완성형 유도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다. 올림픽을 앞두고서는 대학생 남자 선수를 파트너로 삼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체급은 같지만 힘이 좋은 남자 선수를 상대로 한 훈련을 통해 경기를 치를 힘을 키우고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김미정 여자 유도대표팀 감독은 "일본에서 배운 유도와 한국에서 키운 기술과 체력을 더해 굉장히 빠르게 성장했다. 경기할 때 긴장하지 않고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것도 허미미의 특장점"이라면서 "향후에도 허미미가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지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4학년인 허미미는 "공부도, 운동도 다 잘하고 싶었다. 유도만큼 공부도 꽤 하는 편"이라며 웃어 보였다. 도전하는 어떤 분야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허미미는 파리올림픽에서 뜻깊은 성과를 다짐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강조한 허미미는 "올림픽이 끝난 뒤에 현조 할아버지(허석 선생) 묘소를 찾아가 꼭 금메달을 바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경기는 다음달 29일에 열린다.

[진천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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