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문의 빗발쳐" 외환 심야거래 앞두고 폭풍전야

하나은행 외환딜링룸 가보니
내달부터 새벽2시까지 거래
해외금융사도 시장 참여가능
'환율전쟁' 대비해 인력 늘려
"각국 금리인하·美대선 고비"

27일 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외환 딜링룸 '하나 인피니티 서울'에서 야간당직을 서고 있는 딜러들이 모니터를 보며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28일 0시 10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외환 딜링룸. 한낮에는 무더운 열기에도 오가는 금융인과 관광객들로 분주하던 곳이지만 이 시각 사위는 적막감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고요한 딜링룸 내부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불과 두 시간여 전인 27일 오후 9시 30분, 미국 1분기 성장률 확정치와 주간 실업수당 청구 등 경제지표가 발표된 뒤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383원에서 1390원대까지 10원 가까이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다. '슈퍼 달러' 영향에 엔화값 역시 38년 만에 최저인 달러당 161엔을 돌파했다. 이날 당직을 서고 있던 이진욱 하나은행 자금시장그룹 외환파생상품운용부 대리(딜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하나은행 딜링룸은 낮 시간엔 120여 명이 꽉 차지만 오후 3시 30분 장 마감 이후부터는 두 명의 딜러가 새벽 2시까지 자리를 지킨다. 다음달 1일 서울외환시장 종료 시간이 새벽 2시로 늦춰짐에 따라 사전 대비에 나선 것이다. 밤이 깊었지만 고객들의 문의는 여전했다. 국내 수출입기업 외환 담당자들이 환율에 대해 문의해오는 채팅 팝업과 계약 체결 문구가 수시로 모니터에 떴다.

오는 7월 1일부터 서울외환시장은 거래 시간 연장뿐만 아니라 해외 금융사의 시장 직접 참여까지 가능해진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외환시장에 일어난 가장 큰 격변이다. 해외 금융사 중 총 29곳이 국내 외환 외국금융기관(RFI) 시장 참여 자격을 갖추고 '환율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외환시장에 격변이 일어나는 때는 하필 미국 등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 시기와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초대형 이벤트로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를 앞둔 시점. 하나은행을 비롯한 국내 주요 은행 딜링룸은 초비상 상황이다.

이진욱 딜러는 "7월부터는 기존에 오후 3시 30분 종가로 '멈춰 있던' 원·달러 환율이 이후에도 계속 움직일 것"이라며 "미국 경제지표가 발표되는 오후 9시 30분이 1차 고비이고, 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 날아오는 뉴스에 환율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 세계 원·달러 거래량 1위인 하나은행은 7월부터 딜링룸에 기존의 2배이자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5명의 전문인력을 배치한다.

외환당국과 딜러들이 주목하는 건 연장된 시간대에 유동성이 얼마나 풍부할지다. 낮 시간대 서울외환시장은 고객 물량이 쏟아져 사자·팔자 호가가 촘촘하게 형성된다.

한 딜러는 "은행 영업시간이 끝나는 오후 6시 이후 거래가 소강 상태가 되고 야간에 현물환거래가 듬성듬성 이뤄지면 호가 간격이 커지고 시장 환율이 급등락하는 모양새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