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차만 확인한 노란봉투법 공청회…노사정 갈등 불가피
"노동권 강화해야" vs "현장 혼란·갈등 증폭될 것"
'여소야대' 심화… 상임위·본회의 무난하게 통과할 듯
尹, 또 거부권 쓰나…입법과정서 노사정 갈등 불가피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두고 국회가 공청회와 입법청문회를 열었지만 각 주체들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야권의 법제화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향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다시 행사한다고 해도 노사정 간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환노위는 지난 26일과 27일 양일 동안 공청회와 입법청문회를 열었다.
입법에 앞서 각계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로 열렸지만, 노사정 각 주체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려 합의를 통한 법 통과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노란봉투법, 내용 어떻길래…22대 발의안에는 '손배 제한'도 담겨
하지만 22대 들어 야권에서 재발의했고, 20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환노위 상정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당초 21대에서 논의되다 발의 과정에서 빠진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 내용까지 모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헌법에 의한 단체교섭·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어도 노동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쟁의행위가 사용자의 부당노동 등 불법행위로 발생한 경우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노무제공 거부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노동조합 존립이 불가능하게 될 경우에도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지 않도록 했다.
또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할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현행 규정을 삭제해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 등의 단결권도 보장하도록 했다.
정부·경영계 "혼란 갈등 증폭될 것" vs 노동계 "노동권 강화해야"
진술인으로 참석한 김기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본부장은 "헌법이 노동조합에게 파업권을 부여한 이유는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힘의 대등성을 확보하게 하기 위함"이라며 "쟁위행위의 목적의 정당성을 협소하게 정하고, 여기서 벗어날 경우 형사적으로 업무방해죄를 묻고,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폭넓게 묻는다면 실질적으로 쟁의행위 인정은 매우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기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법률원장도 "현행 노조법은 손해를 입은 경우 노조 또는 근로자에 대해 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쟁의행위로 인해 사용자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사용자는 손배가압류로 노조와 조합원의 삶을 파탄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고 노동권에 대한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입법론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면 현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노조법상 근로자는 사용자와의 사용종속 관계 하에서 단체교섭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이 가능하다"며 "개정안은 모든 노무제공자를 근로자로 보고 특고와 자영업자까지 그 대상으로 보도록 하고 있는데, 시장질서가 심각하게 교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나라 노조의 불법행위는 대체로 조업 방해나 불법 점거농성, 위력행사 등 형태를 띄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에서도 노조 활동을 이유로 면책하는 경우는 없다"며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개개인별로 나누어묻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미국, 독일, 일본 모두 연대해서 배상하돌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도 입법 반대 의견을 표명한 상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27일 열린 입법청문회에서 "우리나라 노조에 300만명이 가입돼 있는데, 대부분은 노조 테두리 내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과 연대를 하고 있어 불법이나 손배 가압류가 생길 수가 없다"며 "이렇게 노사관계가 안정·발전해가고 있는데 (노란봉투법 제정으로) 엄청나게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고 궁극적으로는 일자리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21년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으로 노동기본권 보장이 개선됐음에도 노조 가입률은 13%에 불과하다"며 "모든 것들을 다 노조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조법 말고 갑을 간에 공정하게 계약하고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책적 수단이라고 본다"고 했다.
더 세진 법안, 더 세진 여소야대…거부권 행사해도 파열음은 불가피
제22대 국회에서 범야권이 192석을 가져가면서 여당없이 단독으로도 법안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점도 입법이 용이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21대 때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면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헌법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대통령 권한으로 재의요구권, 즉 '법률안 거부권'을 규정하고 있다. 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15일 이내에 국회로 법률안을 돌려보낼 수 있는 것이다.
관건은 본회의 재표결 통과 요건인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가능하느냐다. 부결되려면 여당 의원들이 전원 출석해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다만 어떤 식으로 결론나더라도 노사정 간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정식 장관을 향해 '경총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4일 기자들을 상대로 '불법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그런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라고 했고, 27일 입법청문회에서도 '노사갈등을 부추기고 궁극적으로는 일자리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며 "이 메시지는 경총 메시지보다 더 강경하다. 고용노동부 장관보다는 고용사용부, 고용산업부 장관이 더 어울리는 직함으로 보일 정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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