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될수록 분열 증가…디지털 사회의 역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6. 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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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를 한 기자, 퓰리처상을 받고 뉴욕타임스 주말판의 얼굴인 서평면을 34년간 책임진 간판 기자.

"오늘날 전통적 권위의 원천을 약화시키는 더 큰 역학관계, 한때 변방에 머물거나 급진적이라 여겨지던 생각의 주류화가 가속되는 현상, 그리고 정치 영역 전반과 전 세계에 걸친 투쟁을 검토해 이 분수령의 순간을 정의하려 한다."

이토록 불안정한 시대는 19세기 말 미국의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된 '도금시대'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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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물결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돌베개 펴냄, 1만9000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를 한 기자, 퓰리처상을 받고 뉴욕타임스 주말판의 얼굴인 서평면을 34년간 책임진 간판 기자. 미치코 가쿠타니를 수식하는 말이다. 그가 은퇴 후 자유로운 몸으로 표류하는 세계 정세와 문화적 변혁에 관한 사유를 담은 신작을 펴냈다.

"오늘날 전통적 권위의 원천을 약화시키는 더 큰 역학관계, 한때 변방에 머물거나 급진적이라 여겨지던 생각의 주류화가 가속되는 현상, 그리고 정치 영역 전반과 전 세계에 걸친 투쟁을 검토해 이 분수령의 순간을 정의하려 한다."

그는 2020년대 상황을 VUCA(변동성·불확실성·복잡성·모호성의 머리글자를 딴 말)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코로나19부터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점점 더 서로 연결되는 세계가 나비효과를 증폭시키며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이 새로운 힘의 비대칭을 낳는 VUCA 시대에는 사실과 허구, 진실과 환상이 뒤섞인다. 이 책은 사회와 경제가 기술의 획기적 발전과 결합해 오래된 패러다임을 무너뜨리는 '힌지 모멘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핀다. 우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와 엘리트 등 전통적 권위에 대한 불신이 본격화됐다. 이후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가 영속하리라는 믿음이 흔들리게 됐고, 거대 기업들이 국가적 크기의 권위를 갖게 됐다. 이토록 불안정한 시대는 19세기 말 미국의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된 '도금시대'와 비슷하다. 당시 경제적 불평등으로 반이민 열풍과 함께 흑인 권리의 후퇴가 일어난 바 있다.

70년 전 한나 아렌트는 사회적 원자화가 개인을 폭력적 민족주의와 권위주의 운동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현실이 됐다. 소셜미디어 필터 버블에 갇힌 현대인은 독재자의 거짓말에 희생양이 되고 있다.

현실 인식에는 문학적 상상력이 도움을 준다. 정보 과부하와 선정주의 등의 부작용을 지닌 디지털 기술은 현대사회의 '프랑켄슈타인'이다. 기술기업들은 거대한 부를 독점하면서도 가짜뉴스 문제는 책임지지 않는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이들 기업이 무료 정보화, 평등주의, 탈중심화 등 반문화의 뿌리에서 태어났음에 주목한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 된 디지털 기술은 연결성을 주는 대신 분열과 혐오의 숙주가 되고 말았다.

파편화된 세계를 조목조목 탐험하던 이 책은 결론적으로 21세기 계몽운동을 주장한다. 미디어와 역사 문해력을 가진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이들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예술계에서 새롭고 창의적인 목소리는 이미 이민자, 여성, 소수 인종 등 비주류에서 탄생한 지 오래다. 한국 콘텐츠 '부산행'과 '오징어 게임', 조던 필 감독의 영화 '겟 아웃' 등이 그가 꼽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밀레니얼들이 사랑하는 문화다. 변방의 아웃사이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오늘의 얽히고설킨 정치와 경제 문제를 푸는 데에도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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