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책읽기의 본질은 그 책을 내 안에서 '죽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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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왜 책을 읽지 않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대개 비슷하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그 방법을 도저히 모른다는 것, 어쩌면 무지(無知) 역시 혐오의 한 형태일 수 있기 때문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었는지, 또 그 책이 얼마나 오래 읽혔는지는 책의 스타트라인에 선 독자가 지갑을 열게 만드는 중대한 동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그 책'을 읽어왔다는 통계치는 책값 2만원을 헛된 지출이 아니도록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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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왜 책을 읽지 않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대개 비슷하다.
"책을 싫어해서 읽지 않는 게 아니라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안 읽는다."
책이라는 매체 자체의 고유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사실 적어 보인다. 누구나 책을 사랑하고, 사랑할 준비는 마쳤다. 따지고 보면 책은 누군가로부터 증오심이나 경멸감을 살 만큼 못생기지도 않았고, 사람으로 살다가 어느 순간에 '졸업'해 멀리할 수 있는 성질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책혐시대의 책읽기'의 저자 김욱은 한국 사회를 책혐시대, 즉 책을 '혐오'하는 시대로 정의한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그 방법을 도저히 모른다는 것, 어쩌면 무지(無知) 역시 혐오의 한 형태일 수 있기 때문일까.
책을 선택하는 능력이 작다고 느끼는 익명의 독자를 바라보면서, 저자는 타의든 자의든 그들이 책을 고를 때, 그들의 눈길은 보통 서점가 '베스트셀러 순위'로 향한다고 말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었는지, 또 그 책이 얼마나 오래 읽혔는지는 책의 스타트라인에 선 독자가 지갑을 열게 만드는 중대한 동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그 책'을 읽어왔다는 통계치는 책값 2만원을 헛된 지출이 아니도록 만들어준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를 숭앙하는 분위기는 과연 온당한가 고민이 필요하다. 베스트셀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사이, 저자와 출판사는 베스트셀러에 오른 기간을 늘린다.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오른 책은 샤넬, 프라다, 구찌가 된다.
저자는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 일간지 책면의 서평만이라도 먼저 찾아보길 권한다. 주변을 돌아보라. 한 권의 책에 관한 정보는 넘친다. 내가 고르는 모든 책이 타인도 휘두른 명품일 필요는 없다. 또 만인이 같은 모습으로 휘두른 명품은 이미 명품으로서의 가치가 훼손된 상태다. 내게 알맞은 명품을 찾아내 책장에 꽂아두는 일이 더 긴요하다.
저자는 책읽기를 '지혜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읽기의 본질은 지식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지배하는 지혜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책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중략) 과거의 지식을 담은 모든 책은 당신의 지혜로운 창의력에 의해 '죽기 위해' 태어났다. 미래는 바로 그 과거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강조는 인용자)
그렇다. 저자의 문장을 환언해 비유하자면, 독자는 책을 '죽이기 위해' 골라야 한다. 은둔하는 책을 굳이 찾아내 내 안에서 살해하고, 나의 심부에서 다시 태어나도록 만드는 것이 독서의 본질이어야 한다. 그것은 책의 바람직한 운명이자 모든 나의 온전한 해방이 된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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