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복구' 아닌 '체질 개선'?…삭감 전과 비교해보니
기업·지역 R&D 예산, 단기 이슈 예산 등 조정해 '체질' 바꾼듯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2025년도 주요 R&D 예산은 2023년도보다는 조금 큰 수준이지만, 내용상으로는 환골탈태에 가깝게 달라져 '복원'이나 '회복'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습니다."
지난 27일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 확정한 24조8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국가 주요 R&D 예산을 두고 이같이 선을 그었다. 올해 국가 R&D 예산이 '삭감'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가운데 내년도 예산은 단순한 원상복원이 아닌 '체질 개선'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내년도 주요 R&D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지난해부터 도형R&D로의 체질 전환이라는 큰 정책 방향 하에 부 R&D 투자시스템 개혁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주요 R&D 예산 규모인 24조8000억원은 2024년도 21조9000억원 대비 13.2%, 2023년도 24조7000억원 대비 0.4% 늘어난 수준이다. 연구계에서는 내년도 예산이 삭감 논란 이전이었던 2023년과 얼마나 달라졌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주요 R&D 중점 투자 분야로 인공지능(AI),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과 혁신·도전형 R&D를 꼽았다. 특히 혁신·도전형 R&D의 경우에는 내년도 예산안에 1조원 규모로 신규 추가되기도 했다.
삭감 전인 2023년도와 내년도 R&D 예산안을 살펴보면 분류 체계가 달라져 직접 비교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정부가 그간 강조해온 R&D 분야 대부분이 증액됐다.
3대 게임체인저를 기준으로 보면 2023년 6930억원이었던 바이오 분야가 내년도 2조1000억원으로 늘었고, 양자 분야도 953억원에서 17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AI의 경우에는 2023년에는 로봇, 2025년에는 반도체와 묶이며 기준이 다소 달라졌으나 예산 규모 자체는 7585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다른 분야별 투자를 살펴봐도 2023년 대비 2025년 예산이 크게 늘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기초연구 2.59조원→2.94조원(13.5%↑) ▲인력양성 6500억원→1조원(53.9%↑) ▲글로벌 R&D 5100억원→2.1조원(311.8%↑) ▲이차전지 1100억원→1800억원(63.6%↑) ▲우주 8000억원→1조원(25%↑) ▲차세대원자력 1000억원→2100억원(110%↑) ▲출연연 지원 2.04조원→2.1조원(2.9%↑) 등의 예산이 확대됐다. 수소 기술은 27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7.4%, 탄소중립 기술은 2조4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8.3% 감소하기도 했다.
연도별 R&D 예산안을 뜯어보면 주요 R&D 영역에서 최소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 증액이 이뤄졌음에도 2023년도와 2025년도의 주요 R&D 예산 규모의 차액이 1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정부가 구체적인 감액 분야를 밝히진 않았으나 주로 기업 및 지역 R&D 지원이나 단기적 이슈에 따른 예산 급증 분야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는 기업·지역 주도 국가혁신역량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기업 R&D에 1조5700억원, 지역 R&D에는 96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바 있다.
올해 예산안을 살펴보면 기업 R&D 지원은 선도·유망기업 중심의 도전적 R&D를 촉진하기 위한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으로 분류됐다. 분류 체계가 달라지며 동일선상 비교는 어렵지만, 예산 규모는 1조4000억원으로 2년 전보다 약 1700억원 가량 줄었다. 정부가 기업들에 배분되는 R&D 예산을 두고 나눠먹기·뿌려주기식 사업이라며 강한 비판에 나섰던 만큼 관련 예산을 줄인 것으로 읽힌다.
지역 R&D의 경우에는 2년 전과 달리 별도 항목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대신 2조9400억원으로 2년 전 대비 약 3500억원 늘어난 '기초연구' 부문에 지역현안에 특성화된 기초연구 프로그램 신설, 지역혁신주체가 참여하는 지역특화형 거점연구소 육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약 1조원에 달했던 지역 R&D 예산이 축소되고 여타 R&D 예산분야로 분산 흡수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2023년까지의 주요 R&D 예산안에는 코로나19, 소·부·장 공급망 등 단기 이슈로 인해 수년 간 예산이 급증한 분야들이 포함되기도 했는데, 2024년부터 R&D 예산이 대규모 구조조정되면서 관련 예산이 감축된 것도 내년도 예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비효율과 낭비요인 제거를 위한 전면 구조조정, 양적확대가 아닌 예산 재구조화를 통한 투자 내실화를 강조한 바 있다.
연구계에서는 R&D 예산 규모가 복원되는 것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우려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미 예산 삭감으로 인해 연구 연속성 단절 등이 일어난 만큼 당장 내년부터 늘어난 예산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연구계 관계자는 "예산을 다시 늘려주는게 좋은 일인건 물론 맞다. 하지만 나무에 물을 끊어서 말라갔다가 다시 물을 준다고 갑자기 건강해지진 못하듯이 연구계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꾸준히 연구를 준비를 해왔다면 모를까 갑자기 '이제 예산 많이 줄테니 좋은 성과를 내라' 하는 것도 마냥 반길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연구계의 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안팎에서 계속 나오는데 시대에 맞게끔 시스템을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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