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M&A 하차한 우리금융…동양생명 인수전 영향은
"오버페이 안한다"…시장에 확실한 '시그널'
동양생몀 M&A에 집중…협상에서 우위 점할까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롯데손해보험의 대주주 JKL파트너스가 원하는 희망 매각가가 높았던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동양생명 인수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다자보험측이 ABL생명을 묶어서 팔기를 희망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금융지주가 '오버페이'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은 이번 롯데손해보험 인수전 철수에서 확실해진 만큼 가격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8일 "비은행 경쟁력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롯데손해보험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공시했다.
결국은 가격차이?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수익성 지표를 끌어올리면서 '알짜 매물'로 올해 시장에 나왔다. 지난해 기준 롯데손해보험의 순익은 3024억원으로 설립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썼다. 핵심사업 영역인 장기보장성 보험의 기반인 장기보험유지율도 88%를 기록하면서 탄탄한 성장 기반도 마련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보험업권의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아 인수만 한다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은 물론 염가매수차익 반영으로 인한 그룹의 단기 순익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었다.
이같은 방향 때문에 롯데손해보험의 대주주인 JKL파트너스 역시 희망 매각가를 높게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JKL파트너스가 원하는 희망매각가는 최소 2조원 이상이었다. 27일까지 롯데손해보험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단순 산출하면 경영프리미엄으로 2배 이상을 책정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롯데손해보험의 가격이 '비싸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러한 지적이 이어지자 "오버페이 하지 않겠다"라는 의지를 줄곧 밝혀왔다. 이에 실사 과정에서 JKL파트너스가 원하는 매각가를 맞춰주는 것은 '비싸게 주고 사는 것'이라고 자체 평가하고 이번 인수전에서 하차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손해보험업은 생명보험업보다 업황이 나은 편이지만 롯데손해보험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손해보험사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고 보기 힘든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선 인수하더라도 추가로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 등도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과감한 철수'…동양생명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
이번에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서 하차하기로 하면서 현재 진행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단은 우리금융지주가 비싼 가격을 주고 보험사를 인수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 중요하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현재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그룹은 동양생명을 팔면서 ABL생명도 함께 파는 '패키지 매각'을 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서 우리금융지주와 다자그룹측이 맺은 MOU도 두 회사를 함께 매각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다만 우리금융입장에서는 굳이 ABL생명까지 인수할 필요성은 없는 상황이다. ABL생명이 동양생명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는 매물로 평가된다. ABL생명의 지난해 순익은 804억원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지급여력비율도 업계 평균을 크게 하회한다.
이에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을 과감히 철수한 것이 오히려 '무리하지 않는다'는 시그널로 인식, 다자그룹 측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다자그룹 역시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줄곧 매각하고 싶어하는 상황으로 안다"라며 "우리금융이 인수의지는 있지만 무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패키지 매각 방침을 바꾸거나 패키지 매각을 하더라도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M&A의 판도는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쉽게 예단하기는 힘들다"라며 "생명보험사가 약한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의지를 밝힐 경우 가격이 올라갈 수 도 있는 상황이고,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KDB생명등을 싼 가격에 매입한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시키는 방법 등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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