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이변? 우리가 일낼 것” 사상 첫 올림픽 ‘멀티 메달’ 노리는 근대 5종 대표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최소 규모 선수단이 출전하는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을 두고 대한민국 선수단을 향한 우려의 시선 속에서 도리어 이번 올림픽에서 기대감을 키우는 종목이 있다. 레이저 런(육상+사격), 펜싱, 수영, 승마에서 실력을 겨뤄 최강자를 가리는 ‘근대 5종’이다.
최근 한국 근대 5종 대표팀은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달 중국 정저우에서 열린 국제근대5종연맹(UIPM) 2024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특히 여자부 기대주 성승민은 지난 대회에서 한국 여자 근대5종 사상 처음으로 세계 선수권 금메달을 획득한 동시에 현재 세계 랭킹 1위에 올라있다.
근대 5종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이 한창인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28일 열린 근대5종 대표팀 올림픽 미디어 데이에서 한국 근대 5종 최초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남자부 전웅태(29)와 떠오르는 에이스 서창완(27), 여자부 기대주 성승민(21)과 맏언니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김선우(28)로 이뤄진 한국 근대5종 대표팀은 한 목소리로 “돌아올 때 꼭 메달 하나는 목에 걸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최은종 대표팀 감독은 최근 상승세에 대해 “11년 간 대표팀을 오래 이끌다보니 이제는 부모의 마음으로 선수들과 부자관계, 부녀관계로 느끼다보니 ‘부모로서 자식들에게 뭘 못해주겠냐’는 생각이 든다. 가족같은 힘으로 선수들이 힘든 훈련을 견딘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꼭 메달을 획득하고픈 간절함도 밝혔다. 최 감독은 “솔직히 올림픽과 깔끔하게 헤어지고 싶다. 제가 힘든 건 괜찮은데 선수들이 매일 9시간 10시간 훈련하는 거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일상 생활 속에서도 ‘메달 하나만 주시면 착하게 살겠다’고 화장실에서도 빌고 있다. 올림픽과 깔끔하게 헤어지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메달이라고 본다. 깔끔하게 헤어지려면 금메달을 주시지 않겠나 믿는다”며 웃어보였다.
동시에 자만심도 경계했다. 최 감독은 “근대 5종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 오늘 1등해도 내일 또 탈락할 수 있는게 근데 5종이다. 그래서 세계 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은 잊고 열심히 하자고 말했다. 지금 훈련도 매일 올림픽이라는 생각으로, 그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선수들도 마지막인 선수도 있어서 마음 가짐이 남다르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낸 ‘한국 근대 5종의 간판스타’ 전웅태(29)는 지난 중국 정저우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부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하며 여전히 세계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날 전웅태는 “이번으로 세번째 올림픽 도전인데 어떻게 잘 준비할지, 어떻게 더 나은 모습 보일지 고민했다. 결국엔 노력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8월 10일까지 40여일 남았는데 금메달을 목표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세계 선수권 대회 이후에도 강훈련이 이어지는 것에 “나흘 동안 50km 넘게 뛰었다. 세계 선수권 이후 힘들지만 저희가 도약할 발판이라고 생각해서 잘 준비하려고 한다. 감독님한테 운동이 힘들다고 말을 하지만 내심은 감독님도 저희 상태를 다 아시고 스케쥴을 잡고 하고 있기 때문에 믿고 있고, 그런 부분에서는 선수들이 잘 버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전웅태는 “근대 5종 선수로 15년이 넘어가면서 보니 지금 대표 4명이 다 메달권 선수라고 생각했고, 경기 첫 날 펜싱에 어떻게 풀어가느냐, 자신감 있게 풀어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며 “자신감과 패기가 중요한 시점이라 생각하고 집중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 근대 5종의 한 획을 긋는 선수로 남고 싶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또 이번에 첫 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 서창완, 성승민에게 “처음 리우에 나갔을 때 지금 제가 한낱 꼬맹이였고, 내가 잘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다 보여주지 못한게 한이 됐다. 첫 올림픽 나가는 창완이와 승민이는 쫄지 말고 후회없이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잘 안되고 그 안에서 잘 풀어나가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조언했다.
서창완(27)도 올 시즌 월드컵 2차 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체격과 힘에 비해 다소 부족했던 유연성과 세밀함을 보완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오랜 기간 국제 무대에서 활약한 전웅태보다 타 팀에 전력 노출이 덜 된 부분도 장점이다. 이날 서창완은 “이번이 첫 번째 올림픽이라 꿈만 같다. 긴장하지 않고 즐기려고 하고, 참가가 아니라 메달 획득 목표로 꼭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지금의 강훈련에 전혀 불만이 없고 감독님들의 계획을 전적으로 믿고 착실하게 따라서 훈련하면 좋은 성적이 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서창완은 이어 “지금 대표팀 훈련 분위기는 어떤 팀보다 좋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지내며 가족보다 감독, 선수님들을 더 자주 보고 있어서 더 돈독해졌다. 그래서 훈련 분위기가 좋고 끝나고 나서도 같이 웃는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 좋은 분위기가 계속되어서 좋다”고 말했다.
올림픽 준비에 대해 서창완은 “항상 새벽부터 일어나 훈련한 레이저 런이 많이 늘었고 자신이 있다. 반면에 기술 종목들이 부족해서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 하기 어려워서 좀 어렵다. 그런 것들을 잘 보완해서 올림픽에 후회 남지 않게 재밌는 경기를 하려고 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기억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자부에선 도쿄 올림픽에서 김세희가 남긴 11위가 현재 올림픽 최고 성적이라 성승민과 김선우가 일단 ‘한 자릿수’ 순위만 나와도 역사가 바뀐다. 이날 성승민은 “세계 선수권에서 금메달 따서 기분 좋은 건 정저우에서 끝내고 돌아왔고, 자신감만 가지고 돌아왔다. 들 떠 있는 건 많이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자제된 상태다.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운동하고 있다”며 “첫 올림픽 출전이라 긴장, 떨림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후회없이 재밌게 하고 싶다. 파리에서 돌아올 때는 목에 메달 하나는 걸고 오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놀 생각도 없이 오로지 운동에만 신경써서 참고참고 열심히 해서 훈련을 잘 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대표팀 분위기에 대해 “운동과 훈련이 항상 힘들지만 언니가 항상 으쌰으쌰해주고, 저도 언니가 힘들 때 같이 독려하고 있다”며 “운동 밖에서도 사이가 좋기 때문에 심적으로 의지를 많이 하고 있어서 좋다”며 “개인적으로 승마와 펜싱이 좀 부족하다. 펜싱은 잘 맞을 때도 있고 부족할 때도 있는데 잘 맞게끔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승마도 올해가 작년보다 성적이 좋다. 많이 배워서 좋은 성적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부 개인전 은메달로 항저우 첫 한국대표팀 메달을 따냈던 ‘한국 근대5종의 여제’ 김선우(28)는 전웅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세 번째 올림픽 도전이다. 2024시즌 2차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역시 메달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날 김선우는 “웅태 오빠와 마찬가지로 올해 저희가 계속 좋은 결과가 나와서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래도 올림픽만 보며 준비하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노력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부는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훈련에 돌입한다. 한달 남짓 남았기 때문에 강인하게 고강도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승민이랑 울며불며 버틸 거 같다”며 웃었다.
도쿄 올림픽 당시에는 부상으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느꼈던 김선우는 “세번째 올림픽까지 나가게 되서 자부심도 느끼고 영광스럽다고 생각한다. 리우 때는 경험도 부족했고 장점도 부족했던 반면 도쿄 때는 부상이 있어서 준비에 아쉬움이 많았다. 반면 올해는 성적도 좋고 준비도 즐겁게 되고 있다. 올해 대회가 많아서 체력이 힘들고 여름에 잘 지치는 편이라 그런 걸 극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현지 파리 날씨에도 잘 적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는 후배들에게 “첫 올림픽 때 긴장을 안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크게 긴장을 했더라. 생각지 못한 환경에 긴장이 들 수 있는데 그걸 좋은 쪽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해내는 거보다 처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는지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근대 5종 시작하면서 승마가 처음엔 무서웠는데 10년 넘게 하다보니 지금은 승마가 두렵지 않고 성적이 계속 잘 나왔고 말 운도 좋다고 생각해서 자신감이 많이 늘었다”며 “저는 육상에서 좀 어려움을 겪었는데 신경을 썼지만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았는데, 잘하는 후배들을 따라가다보니 더 는 거 같다. 부족하지만 더 보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현재 경기 첫 날에 열리는 펜싱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펜싱이 잘 풀리면 나머지 종목에서 좋은 성적이 따라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은종 감독은 “이번 파리올림픽은 승마가 변수가 크다고 생각한다. 전에는 1번만 탔는데 이번에는 준결승, 결승에서 2번을 타야하기 때문에 승마에서 변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 외에 남자 부문은 펜싱에서 사실상 승패 결정이 난다고 보고 있다. 기준 점수 70%(250점)만 나온다면 메달권에 들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펜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자부도 펜싱이 중요하지만 레이저 런은 남자부와 달리 선수 간에 격차가 꽤 나기 때문에 레이저 런과 펜싱을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군체육부대에서 올림픽을 위한 담금질을 이어갈 대표팀은 7월 말 프랑스에 입성해 8월 8∼11일 올림픽 무대에 출전하게 된다. 이날 김성진 대표팀 코치는“많은 취재진이 오셔서 놀랐다. 저희에게 큰 기대를 하시는 거 같다. 저희 열심히 했고 2024시즌 월드컵부터 세계선수권까지 부상 없이 좋은 경기력을 내고 있다”며 “세계 선수권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최고의 성적을 냈기 때문에 분위기가 상승되어 있다. 자신감도 충만하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부에서 꼭 메달을 획득해서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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