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락호락하지 않은 ML, 내 힘 엄청나게 과신했다"…'충격의 10실점' 여파, 스스로를 향한 이마나가의 '채찍질'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내 자신의 힘을 엄청나게 과신하고 있었다"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는 2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93구,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3자책)을 기록, 직전 등판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이마나가는 올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데뷔 첫 등판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6이닝 동안 무려 9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첫 승을 신고하더니, 4월 5번의 등판에서 세 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98의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이런 압권의 활약을 바탕으로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에도 승승장구의 행진은 이어졌다.
이마나가는 5월 첫 등판에서 빅리그 데뷔 이후 첫 7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치는 등 9경기째 등판을 마쳤을 때 성적은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4⅓이닝 7실점(7자책)으로 이마나가가 처음 '삐끗'하더니, 6월 첫 등판에서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4⅓이닝 5실점(1자책)으로 두 경기 연속 부침을 겪었다. 그래도 머지 않아 좋지 않은 흐름을 끊어냈다.
이마나가는 10일 신시내테 레즈전에서 6⅔이닝 2실점(2자책)으로 부활했고, 16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맞대결에서 7이닝 1실점(1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는 등 2연승을 달렸다. 그런데 다시 한번 고비가 찾아왔다. 지난 22일 뉴욕 메츠와 맞대결에서 3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안타를 맞으며 10실점(10자책)으로 일본 시절의 커리어를 포함한 최악의 투구를 남겼다. 이 투구로 이마나의 평균자책점은 1.89에서 2.96로 수직 상승했다.
최악의 투구로 인해 이마나가는 내셔널리그 신인왕과 사이영상에서 조금 멀어졌지만, 이날 반등에 성공하며 미약하지만 가능성을 살려냈다. 이마나가는 1회부터 샌프란시스코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낸 뒤 2회에도 이렇다 할 위기 없는 투구로 순항했고, 3회초 무사 1, 2루의 실점 위기 상황도 무실점으로 극복했다. 그리고 4회 맷 채프먼-호르헤 솔레어-루이스 마토스로 이어지는 강타선을 완벽하게 요리한 뒤 5회에도 퍼펙트한 투구를 선보이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이날 이마나가는 끝내 승리와 연이 닿진 못했다. 6회 선두타자 오슽니 슬래터에게 안타를 맞은 뒤 엘리엇 라모스와 윌머 플로레스를 모두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차곡차곡 아웃카운트를 늘렸는데, 이때 위기가 찾아왔다. 채프먼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만들어진 1, 2루에서 솔레어에게 홈런이 될 뻔한 1타점 2루타를 내준 것. 그리고 폭투로 한 점을 더 내준 뒤 마토스에게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3실점을 기록했다. 그래도 이어지는 2사 1루에서 타이로 에스트라다를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리드를 빼앗기진 않았고, 6이닝 3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직전 등판보다는 훨씬 나아진 투구였지만, 이마나가는 이날 투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일본 '스포츠 호치' 등 복수 언론에 따르면 이마나가는 경기가 끝난 뒤 "더 연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올스타 출전에 대한 질문에 "최근 몇 경기를 보면 내가 올스타에 맞는 선수인지 모르겠다"고 스스로에게 채찍을 꺼내들었다.
특히 직전 등판의 충격이 컸던 모양새다. 이마나가는 "(10실점 경기 이후) 무척이나 불안했다. 잠을 잘 못자는 날이 많았다. 오늘 경기 전에도 무기력함이 있었다. 완급 조절을 통해 상대 타자를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메이저리그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직전 등판을 통해 느꼈다. 그 반성을 살려 오늘은 완급 조절을 하지 않고 얼만큼 던질 수 있을지 해봤다. 메이저리그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내가 왜 80%의 힘으로 던지려고 했을까. 내 자신의 힘을 엄청나게 과신하고 있었다"고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낸 이마나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했던 조언을 떠올렸다. 이마나가는 "감독님께서 캠프에서 '맞아도 일어서면 돼. 맞는 것은 나쁜게 아니야. 그 이후에 다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지난 등판에 너무 많이 맞아서 꽤 힘든 한 주였지만, 일어서려는 자세를 누군가는 봐줬으면 좋겠다"며 "만약 올스타 등판 기회가 온다면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직전 등판에서 충격의 11피안타 10실점 경기를 펼친 이마나가. 잠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드디어 털어내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신인왕과 사이영 경쟁에서 조금 밀려난 모양새지만, 충분히 훌륭한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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