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병규의 향기가 살짝 났다… 강훈련과 시행착오로 다시 태어나는 ‘적토망아지’
[스포티비뉴스=강화, 김태우 기자] “진짜? 저 수비를 이승민이 했다고?”
26일 강화SSG퓨처스필드에서 열린 SSG 퓨처스팀(2군)과 국군체육부대(상무)와 퓨처스리그 경기 2회에는 모든 SSG 관계자들이 탄성을 내지르는 장면이 나왔다. 상무 박정현의 잘 맞은 타구가 좌측 담장을 향해 총알 같이 날아갔다. 1군에서 웬만큼 수비를 잘하는 외야수가 있었다고 해도 키를 넘길 만한 타구 속도였다. 그런데 이 타구는 안타가 되지 않고 아웃이 됐다.
SSG 퓨처스팀 좌익수 이승민은 타구가 맞자마자 이 궤적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곧바로 전력으로 뛰기 시작했고, 머리를 넘기려는 찰나 손을 쭉 뻗어 이 공을 잡아냈다. SSG가 실점 위기를 넘기는 순간이었다. 이승민은 이 상황에 대해 “박정현 선배님 타석 때 수비를 조금 앞으로 당겨 놨다. 일단 점수를 안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타구가 뜨자마자 뛰어갔다”면서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떠올렸다.
호수비에 더그아웃이 난리가 났고, 이날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마지막 재활 등판과 상무 제대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기 위해 대거 강화를 찾은 수뇌부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SSG 퓨처스팀 코칭스태프와 육성팀 관계자들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하면 되는구나”는 중요한 교훈을 되새긴, 보람 있는 표정이었다. 이승민은 이후에도 몇 차례 어려운 타구를 잘 잡아냈고, 이날 홈런까지 치는 등 3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공·수 모두에서 대활약했다.
현역 시절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였던 이병규 현 삼성 수석코치의 아들로 유명한 이승민은 휘문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SG의 2라운드(전체 20순위) 지명을 받았다. 입단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힘 하나는 아버지의 어린 시절보다 더 좋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 지난 대만 퓨처스팀 전지훈련에서도 많은 관계자들이 그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 다만 경기에 뛰기 위한 하나의 조건이 부족했다. 수비였다.
아버지는 현역 시절 리그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로도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이승민의 수비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 타구 판단과 포구가 그랬다. 왕도는 없었다. 훈련 뿐이었다. 평소 2군 선수들에 대한 훈련량을 강조하는 손시헌 SSG 퓨처스팀 감독조차 “이승민이 수비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고 인정할 정도니 말을 다 했다. SSG 퓨처스팀 외야수 중 이승민만큼 수비 훈련을 한 선수는 없다는 의미였다.
처음에는 어설픈 부분이 있었고, 지금도 완벽한 건 아니다. 그러나 3월과 비교하면 정말 많은 발전을 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호평이다. 26일 호수비가 우연찮게 나온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승민은 모든 공을 코칭스태프에 돌렸다. 이승민은 “계속 많이 연습했다. 지금도 임재현 코치님과 연습을 엄청 많이 한다. 굉장히 많은 것을 알려주신다. 지금은 1군에 가셨지만 윤재국 코치님과도 같이 많이 했다. 진짜 코치님들이 항상 연습을 많이 시켜주시고 많이 알려주셨다. 지금으로서는 코치님들에게 감사한 마음밖에 없는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수비 훈련은 혼자 할 수 없다. 누군가는 공을 쳐 줘야 한다. 코치들이 돌아가며 이승민에 달라붙은 이유다. 그렇게 집중할 만한 값어치를 가진 선수이기에 더 그렇다. 주위의 평가도 많이 좋아졌다. 이승민은 “플레이를 하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다 ‘많이 좋아졌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그렇게 믿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연신 주위에 공을 돌렸다.
이승민은 시즌 34경기에서 타율 0.264, 출루율 0.361, 장타율 0.415를 기록 중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고졸 신인 외야수의 성적이라고 생각하면 또 나쁜 게 아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기도 한다. SSG 퓨처스팀과 육성팀도 이승민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당장 1군에 올라갈 상황은 아니지만 외야의 노쇠화를 고려하면 반드시 터뜨려야 할 외야수로 본다. 그만한 재능도, 그만한 투지도 있다.
이승민은 지금까지의 과정을 ‘시행착오’라고 정의한다. 이승민은 “시행착오의 반복이었던 것 같다. 잘 되는 날이 있었던 반면 안 되는 날이 있었다. 안 좋은 날이 길어질 때마다 조금 더 연습하고 보신 분들에게 찾아가 물어보고 했던 게 나에 대한 확신을 만들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상무에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선발로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단단히 가지고 준비를 했다. 좋은 선수들의 볼을 친다고, 좋은 선수들의 강한 타구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이 나에게 뭔가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많은 연습을 가져가고 있는 것 같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이승민은 “아직 멀었다”고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본다. 하지만 지금껏 그랬듯이, 좋은 지도자들이 주위에 있고 도와줄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고 자신하며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승민은 “오늘 활약으로 만족할 게 아니다. 코치님과 감독님이 거의 나를 전담마크하듯 많이 도와주신다고 굳게 믿고 항상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프로 첫 해부터 좋은 코치님, 감독님을 만나 많이 성장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고 주위의 기대와 희생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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