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지는 ‘슈퍼 엔저’ 폭풍…日 정부 시장 개입 경계감 커
월말, 달러 결제 수요 영향
시장 일본 정부 개입 ‘촉각’
日, 통화정책 담당자 교체
2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 현재 달러당 엔화값은 161.07엔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1986년 12월 이래 약 38년 만의 최저치 기록이다. 미·일 금리차이에 따른 달러 매수-엔화 매도 거래에다, 월말을 맞아 일본 기업의 달러 결제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교도통신은 “일본과 미국 간 금리 차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있고 수입 기업의 달러화 수요도 있다”고 짚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하고 금융정책을 정상화하면서 달러당 엔화값 하락세도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고, 일본이 인상을 시도할 경우 미·일 금리차가 줄면서 엔화 매도세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금리인하 시기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물가상승률, 고용률 등 여러 지표에서 금리인하를 시도하기에 만족스러운 숫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에는 미셸 보우먼 미국 연준 이사가 “아직 정책금리를 낮출 적절한 시점에 이르지 못했다”며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도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금리인상과 관련한 일본은행 측의 소극적인 행보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6월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국채 매입 감액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7월로 미룬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에 따라 7월 회의 때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현재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4.4%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달러당 엔화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162~163엔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크게 보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지난 4~5월 약 9조7885억엔을 투입해 시장 개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엔저 흐름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개입에 신중할 것이란 시각도 높다. 당시 달러당 160엔까지 떨어졌던 엔화값을 시장 개입을 통해 151엔까지 올렸지만 불과 두 달도 안 되어 당시 방어선이 뚫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재무성에서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재무관을 교체했다. 간다 마사토 재무관이 퇴임하고 7월 말부터 미무라 아츠시 국제국장이 재무관을 맡게 된다. 간다 재무관은 지난 2022년 9~10월, 올해 4~5월에 외환 시장 개입을 주도한 인물이다.
신임 미무라 재무관은 도쿄 법대를 졸업하고 구 대장성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정통 재무 관료다. 시장에서는 간다 재무관이 외부에 다소 유약한 모습으로 비춰진 것과 달리 미무라 재무관은 보다 강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달러당 엔화값 뿐 아니라 유로당 엔화값도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유로당 엔화값은 한때 172엔대를 기록하는 등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사상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엔화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이 일본 증시에서 5주 연속 순매도를 이어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주간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가 지속됐는데 이는 작년 3월 이후 최장이라고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일본거래소그룹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15∼21일)에 214억엔(184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5주 연속 매도세를 보였다. 또 엔화 가치와 닛케이 225 주가 평균 사이의 상관관계가 지난 2주간 거의 내내 마이너스였다.
통상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닛케이 225 주가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엔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수입 가격 상승, 소비자 구매력 하락, 경기 둔화 등의 영향을 경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화 약세는 수출 기업에 도움이 되고 올해 초 일본 주식이 역대 최고로 상승하는 데 원동력이 됐지만 외국 투자자들로선 수익률 하락을 의미한다. 미 달러화 기준으로 올해 닛케이 225 평균의 상승률은 4%로, 미국 S&P500의 15%와 차이가 크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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