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빠진 호랑이, 마운드에 파이터가 없다···결국 답은 대투수가 가져온다
KIA 양현종(36)은 지난 12일 인천 SSG전에서 5.2이닝 8피안타 5실점을 했다. 6-5로 앞선 6회초 2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양현종은 3루 원정 응원석의 KIA 팬들을 향해 박수를 치더니 함성과 응원을 더 크게 보내달라는 듯 양손을 들어올리며 세리머니를 했다. 완봉승을 거뒀던 2017년 한국시리즈 2차전 이후 처음 보이는 몸짓이었다.
최고참 최형우는 이날 승리 뒤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미친X, 5실점 해놓고 왜 저러나’ 했다. 뭐라고 놀릴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팀 분위기가 가버릴 것 같아서 그랬다는 얘기 듣고 좀 놀랐다. 멋있었다”고 했다.
KIA는 개막 이후 내내 위기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12일 SSG전 당시에도 2연속 루징시리즈 뒤 SSG를 만나 첫날 패배한 뒤였다. 올해 SSG 상대전적이 좋지 않은 터라 6회를 다 채우지 못하고 주자를 남기고 내려오면서 더욱 마음이 무거웠던 양현종은 팀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 ‘안 하던 짓’을 했다고 했다.
그날 KIA는 이겼고 이후 14일 KT전부터 18일 LG전까지 4연승을 달렸다. 18일 LG전은 양현종이 선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승리했으나 6회 두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팔꿈치 이상을 느꼈던 경기다. 양현종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마저 잡고 6이닝을 채운 뒤 등판을 일찍 끝냈다. 그 이튿날부터 양현종은 엔트리에서 제외돼 있다.
KIA는 또 위기로 빠져들었다. 23일 한화와 더블헤더에서 1승1패를 한 뒤 마운드가 고갈되고 꼬여버린 여파로 25~27일 사직 롯데 3연전에서 1무2패를 당했다. 14-1로 앞서다 15-15로 비긴 첫날 이후 무기력하게 2패를 당했다. 우승에 도전하는 1위 팀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기운 없이 하위권의 롯데에게 완패했다.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마무리 정해영의 공백이 불펜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투수 전체가 혼이 나간 듯 마구 맞았다. 첫날 제임스 네일이 14-1로 앞서다가 4회에 6실점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야수들의 실책까지 더해졌다. 쾌투하던 네일은 5이닝 9실점(4자책) 했고 결국 점수 차가 사라져버리며 예정에 없던 필승조를 가동하게 된 KIA의 불펜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이튿날 캠 알드레드가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불펜이 무너져 역전패 했고, 셋째날에는 막내 선발 윤영철이 3.2이닝 만에 5실점으로 물러난 뒤 또 불펜이 더 두들겨맞았다. 투수 중에 누구도 ‘파이터’가 보이지 않았다.
양현종은 KIA에서 경기력 외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큰 존재감을 갖고 있다. 그간의 많은 에피소드가 보여준다. 더그아웃에서도 중심을 잡아줄 에이스가 필요함을 KIA는 사직에서 확인했다.
양현종은 29일 키움전에서 복귀한다. 26일 불펜피칭도 무사히 마쳤다. 팔꿈치 검진 결과 큰 이상은 없었던 양현종은 본인의 강력한 잔류 의사에도 불구하고 팀 결정에 따라 열흘간 휴식했다. 후반기를 달리기 위한 결정이다. 열흘 사이 양현종의 선발 공백은 한 번이었고 임기영이 5.1이닝 1실점으로 승리해 아주 잘 메워주었다. 그러나 사직 3연전을 통해 KIA의 기운은 뚝 떨어지면서, 항상 파이팅을 내주었던 투수 최고참의 존재감을 다시 느끼고 있다.
KIA는 28일부터 키움 3연전 뒤 7월2~4일에는 삼성과 3연전을 치러야 한다. 최근 타격세가 좋은 키움을 거치며 1위를 지켜야 하고 그 뒤에는 2위에서 압박해오는 삼성과 결전을 맞는다. 위기의 반복이다.
양현종은 이닝이터다. 15경기에서 91.2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6이닝은 소화해주는 투수다. 불펜이 지친 지금 KIA가 가장 필요로 하는 선발 투수이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29일 등판 뒤 나흘 쉬고 전반기 최종전인 7월4일 삼성전에 등판할 수도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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