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심포지엄] 미 NSC당국자 "우발적 상황 악화 위험 줄일 대화 필수"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미라 랩-후퍼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은 28일 "대화는 한반도에서 의도치 않게 상황이 악화할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필수적 단계"라며 "접경지역에서 북한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 시기에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랩-후퍼 선임보좌관은 연합뉴스와 통일부·연합뉴스 동북아센터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제10회 한반도 미래 심포지엄'에 보낸 영상 특별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군의 최근 군사분계선(MDL) 침범을 거론하며 "이는 북한군이 지금 국경에서 얼마나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지, 얼마나 쉽게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복력 있는 소통 채널은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오해와 의도치 않은 확전을 피할 우리의 능력을 실질적으로 향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랩-후퍼 선임보좌관은 이어 "미국은 어떤 문제에든 관여할 의지가 있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남북 접경지역에서 고조되는 긴장을 관리하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 고위관리가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근 북한군은 DMZ 내에 병력을 투입해 지뢰매설, 경계 능력 제고를 위한 불모지 조성,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구조물 설치 등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은 MDL을 여러차례 침범했다. 정부는 이들이 경고사격에 매번 바로 북상했다는 점에서 단순 침범으로 보고 있지만, 남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랩-후퍼 선임보좌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이후 3년 반 동안 '많은 계기, 다수의 채널'을 활용해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다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여전히 비핵화이지만, 공중보건위기 대응에서부터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대처까지 우리가 북한과 논의해야 할 것은 많다"고 했다.
랩-후퍼 선임보좌관은 "지역과 세계를 우리 모두에게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전제에서 비핵화를 향한 '중간 조치'(interim steps)를 고려할 의사가 있다"고도 재차 확인했다.
그는 지난 3월 또 다른 대담에서도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중간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해 외교가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한반도의 의미 있는 추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며 "이것이 바로 한반도가 직면한 위협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대화에 복귀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과 "보다 활발하고 정례화된 소통, 위기 시든 아니든 오인과 의도치 않은 확전 위험을 줄이고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소통"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과 발맞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비핵화 목표라는 대전제는 변함없지만, 당장의 상황 안정과 위협 감소를 위해서도 북한과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랩-후퍼 선임보좌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근 북한 방문에 따른 북러 협력 심화에는 강한 우려를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북한 탄도미사일 사용으로 북한이 "그들의 무기가 실제 분쟁 시나리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술적, 군사적 통찰을 얻을 수 있다"며 "이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안보에 분명한 영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러시아가 북한 무기를 사용함에 따라 "북한은 이란과 같은 지구상의 다른 정권들에게도 점점 더 매력적인 군수품, 무기, 미사일 공급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모든 일은 북한이 점차 러시아로 눈을 돌리면서 중국이 서서히 대북 영향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다"며 "중국의 한반도 현상유지 노력이 안정을 촉진하고 북한의 도발적 행동 의지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특히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북러 밀착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안정을 우선시하는 중국의 '역할론'을 우회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일 협력에 대해선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체결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을 거론하며 "우리는 바로 그 일을 하고 있으며, 우리의 작업은 진정 아찔할 정도의 속도로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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