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라면 주제에"…이정재 도발 이유 있었다 [현장+]

김세린 2024. 6. 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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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하림 '푸드로드' 공장 가보니
신선도·맛·품질 위해 차별화 공법 사용
1400억 투자해 '온라인 물류센터' 확보
"적자 감수하고도 시설 투자 확대 방침"


“신선한 식재료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고, 최고의 맛이 아니면 출시하지 않습니다. 재료에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다 폐기합니다.”

지난 27일 서울에서 200km를 달려 찾은 전북 익산 소재 종합식품기업 하림의 식품 제조공장. 닭고기부터 라면, 즉석밥 등 제품 생산 라인이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특히 초복을 앞두고 치킨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닭의 내장을 가르고 제품을 검수했다.

전북 익산 소재 하림 푸드로드 전경. 사진=하림 제공

기존 일평균 50만~60만마리의 닭이 생산된다면 여름 성수기 하루 생산량은 120만마리에 달한다. 생산 환경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창문 너머엔 내부 근로자가 많지 않았다. 최첨단 설비로 자동화했기 때문이다. 숫자는 적지만 근로자들은 “조금의 흠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섬세한 작업을 맡는 식이다.

에어칠링 공법을 사용한 하림의 닭. 사진=하림 제공


치킨 공장 투어에 앞서 하림 관계자는 가스스터닝, 에어칠링 등 신선도를 높이기 위한 공법을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스스터닝은 도계 전 닭을 잠들게 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모세혈관 속 피를 깔끔하게 배출해 닭고기의 신선도를 높인다. 에어칠링이란 차가운 공기만을 이용해 41도의 닭고기 온도를 2도까지 낮추는 시스템이다. 약 1시간40분을 공들인 끝에 물을 먹지 않은 닭으로 풍미를 보존하고 교차 오염을 차단했다. 닭 검수 과정에서는 정부에서 나온 수의사가 모든 닭 위생 상태를 철저하게 체크했다.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도 품질과 신선도에 공들이는 건 마찬가지다. 2021년 처음 출시된 하림 ‘더미식 장인라면’ 모델 이정재는 광고에서 “감히 라면 주제에”라고 말한다. 이 발언은 하림이 라면을 ‘요리’라고 생각해서 나온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공장에서는 육수로 면을 반죽해 풍미를 더하는 등 반죽 단계부터 공을 들였다. MSG를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서다. 회사에 따르면 한 개 라인에 시간당 1만8000여개의 라면이 만들어진다. 최종 제품 검수 과정에서는 중량 및 엑스레이 검사에 이어 문제가 있는 라면은 과감하게 폐기 처리했다.

더미식 라면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하림 제공


라면 생산 라인은 치킨 공장과 달리 일부 라인이 비어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라면 제품 판매량 추이 등을 고려해 생산라인을 더 확대할 목표로 일부 공간을 빈 곳으로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걸음 걸어 육수 공장으로 이동하자 진하고 구수한 향기가 났다. 이 공간에서는 주변 농가에서 공급받은 신선한 육류와 채소 등 여러 자연 재료를 20시간 동안 우려내 육수를 만든다. 하림 관계자는 “원재료를 최적의 비율로 블랜딩(섞기)하는데, 라면의 풍미를 높이는 액상 소스도 여기서 만든다”고 귀띔했다.

14개 종류 즉석밥을 제조하는 공간에서는 ‘클래스(Class)100 수준’의 클린룸에서 밥을 짓고 있다고 강조한 문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Class100은 극도로 깨끗한 공기 상태로 반도체 공장 수준의 청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어 외관상 드러나지 않는 위 공간은 마이크로필터가 외부 유입 물질을 차단해주고 있었다. 하림은 즉석밥 공정 중 ‘뜸 들이기’ 과정에서 각 제품에 100도 이상의 스팀을 분사한다. 고슬고슬한 밥알 특유의 특징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즉석밥 생산 라인. 사진=하림 제공


하림은 신선도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갖고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1400억원을 투자한 6층 규모 온라인물류센터가 올해 말 완공된다. 이날 방문한 푸드로드에서는 공장 건물과 물류센터를 연결하는 붉은색 브릿지(다리)가 눈에 띄었다. 이곳 내부엔 컨베이어 벨트가 있고 3개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 브릿지를 통해 손쉽게 물류센터로 모이는 구조다. 하림 관계자는 “대개 신선 제품을 만들면 지게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컨베이어벨트를 공장 사이에 두어 제품 이동의 편의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제조생산시설과 유통판매시설을 하나로 묶는다는 복안으로, 하림은 추후 양재역 인근으로도 물류 센터를 확대해 설비 경쟁력 갖춰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CJ대한통운과 물류 협약도 맺었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각 가정으로 직배송하는 소비자 대상 직접 판매(D2C)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하림산업은 매년 적자 폭이 커지고 있지만 좋은 식품을 위해 투자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림산업의 영업손실은 1095억원으로 전년(약 867억)보다 26.2% 늘었다. 2020년 294억원, 2021년 558억원, 2022년 867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늘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 확대는 물류센터 등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신선하고 품질 높은 제품 생산 및 공급을 위해선 적자를 감수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힘줘 말했다.

익산(전북)=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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