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박홍근 "김진표가 尹과의 대화 들려줬다…극우 유튜버에 심취"
"문제가 된 내용은 2022년 12월 5일 대화"
"윤 대통령, 입법부 수장에게 '음모론' 쏟아내"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두고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는 ‘음모론’을 주장했다고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회고록에서 밝힌 가운데,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홍근 의원은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며 “이런 비정상적인 사고체계를 가진 대통령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니, 어두운 골목길에서 떼강도를 만난 것보다 더 끔찍하다”고 맹비난했다.
박 의원은 “저와 자주 만나거나 통화하던 김 전 의장은 그 전부터 윤 대통령과 나눴던 대화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공유해줬다”고 배경을 밝혔다. 특히 박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이태원 참사 책임자로 지명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 요구와 탄핵까지 추진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번 논란이 된 이태원 참사에 관한 대통령의 매우 잘못된 인식을 드러낸 대화도 저는 생생히 전해들어서 지금도 메모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며 “2022년 12월 5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두 분이 함께 참석한 후 오전 9시 15분경부터 30~35분 가량 따로 만나서 나눴다는 내용”이라고 세세하게 설명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 자리는 김 전 의장이 윤 대통령에게 ‘한국경제의 위기 대응을 위한 제언’을 포함해 예산안 처리와 이상민 장관의 사퇴 등 국정 운영에 관한 조언을 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김 전 의장에게 이태원 참사에 대해 언급했다. 그 내용을 김 전 의장이 다시 박 의원에게 전했고, 그 메모 내용을 이번에 박 의원이 공개한 것이다.
해당 메모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동남아 식당이 조금 있는 이태원은 먹거리나 술집도 별로 없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게 이해가 안간다 △MBC와 KBS, JTBC 등 좌파 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다 △지인의 부녀도 그런 기사를 보고 뒤늦게 구경하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우발적 발생이 아닌 특정 세력이나 인사에 의한 범죄성 사건의 가능성을 의심으로 갖고 있다 △사건의 의혹을 먼저 규명하지 않고 이 장관을 사퇴시키면 혹시 나중에 범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좌파 주장에 말리는 꼴이니 정부의 정치적·도의적 책임도 수사가 끝난 후에 지게 해야 한다고 했다고 박 의원은 밝혔다.
그는 “제가 원내대표를 하면서 윤 대통령이 극우 성향의 유튜브에 심취해있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다”며 “무고한 159인의 죽음 앞에서 국민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는데 대통령이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말을 내뱉을 거라고는 처음에는 곧이곧대로 믿기가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느 누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그런 저급한 생각을 입법부 수장 앞에서 직접 발언했다고 상상이나 하겠나”라고 당시의 당황스러웠던 심정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김진표 전 의장이 평소 입이 매우 무겁고 없는 말을 지어낼 분이 결코 아니라는 점은 의정활동을 같이 해본 사람은 다 알기에, 제 메모를 확신해왔다”며 “사회적 논란이나 법적 책임 때문에 수차례 사실관계를 검증했을 김 전 의장의 회고록에 실린 내용을 이번에 다시 확인하니 이젠 분명한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왜 이렇게까지 국정을 엉망으로 만드는지 납득할 수 없었는데, 이러한 의문에 ‘음모론’을 집어넣으니 말도 안 되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끝까지 해임하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 지금도 극우 유튜버들의 음모론을 사실로 믿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힐난했다.
끝으로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남의 입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수빈 (suv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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