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병 아니야?" 얕봤다간 신부전까지…서울 마포·강동도 뚫렸다
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장모(35)씨는 지난 26일 김포시청에서 "김포·파주 지역 말라리아 경보 발령"이란 내용의 재난 문자를 받았다. 말라리아 증상인 발열, 오한, 두통, 설사 발생 시 보건소에서 검사받으라는 안내였다. 장씨는 "말라리아가 아직도 발생하는지 몰랐다"며 "군인이 조심해야 하는 병 아니냐"고 되물었다.
말라리아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경기도 양주시(25일)와 김포(26일), 인천 미추홀구(27일), 경기도 강화군(28일) 등 하루 간격으로 이번 주에만 총 4곳이 말라리아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확진자 발생과 경보 발령 등의 이유다. 이미 지난 18일 질병관리청은 지난해보다 일주일 앞서 전국에 '말라리아 주의보'를 발령했다.
말라리아는 대부분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얼룩날개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원충이 모기에서 인간의 간→혈액 속 적혈구에 침입해 바이러스처럼 증식하면서 오한, 두통, 발열, 구역, 설사 등 증상을 일으킨다. 조기 항말라리아 치료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고령자, 만성질환자는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정경화 의정부을지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이 되면 황달, 신부전, 간부전, 쇼크, 의식장애 등으로 위험한 상태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 말라리아는 예전부터 꾸준히 유행했다. 2010년 1772명에서 매년 눈에 띄게 감소했지만, 지난해 747명의 환자가 발생해 2022년(420명)보다 300명 이상 급증하는 등 'U자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도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 비율(모기지수)이 최근 3년 새 가장 높아서 방역당국과 지자체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말라리아가 확산하는 이유는 첫째, 기후 변화에 따라 잦은 비와 평균 기온의 상승으로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증가하면서 병이 유행할 위험도 덩달아 커진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말라리아 매개 모기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말라리아 위험 지역 주민은 의심 증상 발생 시 가까운 보건소 등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역시 달라진 기후로 모기가 서식하는 곳이 넓어졌다. 과거에는 북한과 접경 지역에 근무하는 군인이 많이 걸렸는데 지금은 아니다. 현재까지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는 163명으로 민간인이 115명(70.6%)이다. 현역군인 22명(13.5%)의 5배가 넘는다. 지난해도 말라리아 환자 10명 중 8명이 민간인이었다. 국내 말라리아 환자 중 해외에서 걸린 비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감염 추정 지역도 경기, 인천, 강원에서 이젠 서울까지 확대됐다. 캠핑도, 여행도 가지 않았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것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서울에 주소지를 가진 환자 15명 중 3명이 서울 안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서구 1명, 마포구 1명, 강동구 1명이다. 이에 질병청은 올해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서울시 13개 자치구와 경기 남부 등 총 53개 시군구로 확대했다.
최근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SNS를 통해 서울 한복판에서 삼일열 말라리아가 발생한 사례를 공유했다. 서울 금천구 거주자로 강남으로 출퇴근한 환자인데 서울 외에는 방문한 곳이 없었다. 이 교수는 "서울 안에서 말라리아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하루걸러 발열이 발생하면 꼭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는 예방 백신이 없다. 살충제 내성 유전자도 가진 것으로 파악돼 화학적 방역이 쉽지 않다.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활동하는 초저녁~새벽(밤 10시~새벽 4시)에는 야외활동을 줄이고, 외출 시 밝은색의 긴 옷을 입고 모기장을 쓰는 등 물리적 방역에 힘쓰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정 교수는 "말라리아는 면역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감염됐던 사람도 다시 감염될 수 있어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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