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치꾸'가 뭐야?… 어른들은 모르는 1020세대만의 개성표현

김지은 기자 2024. 6. 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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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투스젬 시술을 한 치아의 모습. /사진=인스타그램갈무리
"내가 신기한 거 보여줄까?"

유행에 민감한 기자의 친구가 어느날 자랑할 것이 있다며 느닷없이 환하게 웃어보였다. 친구가 이를 보이며 미소 짓자 앞니에 붙은 반짝거리는 보석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정체는 요즘 1020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한다는 '투스젬'. 투스젬이란 치아를 의미하는 투스(Tooth)와 보석을 뜻하는 젬(Gem)의 합성어로 외관상 미용을 위해 치아 표면에 보석이나 큐빅 등 액세서리를 붙이는 시술을 뜻한다.

기자도 한때 힙합을 좋아했던 터라 '쇼미더머니' 등 힙합 TV 프로그램에서 한번쯤 투스젬을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 힙합 가수들은 치아 군데군데에 금색이나 은색 액세서리를 부착해 자신만의 독특한 멋을 자랑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 투스젬이 다시 떠오르면서 힙합 가수뿐만 아니라 걸그룹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에스파 닝닝, 블랙핑크 리사, 최예나 등 가수들이 치아에 보석을 붙이고 나와 새로운 패션을 선보였다.

'폰꾸'(폰 꾸미기),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신꾸'(신발 꾸미기) 등 자신만의 독특함을 자랑하는 MZ세대에게 '치아 패션'은 또 하나의 개성 표현의 방법이다. 머니S가 투스젬 시술을 알아보기 위해 강남의 한 치과를 방문했다.



치아에 반짝이는 보석… '단점 가리기' 용도로도


강남미라인의원에서 투스젬 시술 시 사용되는 보석의 모습. /사진=강남미라인치과 제공
2~3년 전 떠올랐던 투스젬이 다시 유행하면서 정식으로 투스젬 시술을 하는 치과도 늘고 있다.

투스젬 부착과 제거 시술을 모두 진행하는 강남미라인치과의원의 유일준 원장은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20대가 주로 시술했다면 요즘엔 10대들로 연령층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투스젬은 화려한 색상을 좋아하는 흑인 래퍼들이 금니나 보석을 이에 부착하는 것으로 사실 흰 치아를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 정서에는 잘 맞지 않기도 하다"며 "하지만 요즘 MZ세대나 10대는 자신만의 개성표현을 중시하는 세대라 투스젬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유 원장은 '투스젬'은 아름다움이나 개성 표현 방식을 너머 자신의 단점을 가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가끔 병원에 오신 환자의 치아 상태를 보고 치아 단점을 가리기 위한 방편으로 '투스젬'을 추천하기도 한다"며 "마치 피부 흉터를 가진 분들이 문신을 새겨서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투스젬을 즐겨한다는 A씨(여·20대)는 "어릴 때 넘어져서 치아가 깨진 적이 있는데 그 부분이 검게 변해서 웃을 때 자신감이 없었다"며 "하지만 투스젬 시술을 통해 치아 색상을 가릴 수 있어서 좋고 사람들이 치아 색보다는 보석에 더 관심을 가져준다"고 만족해 했다.



'투스젬', 시술 과정은 교정기 '브라켓' 부착과 유사


투스젬을 부착한 치아의 모습. /사진=인스타그램갈무리
치아에 보석을 붙이는 '투스젬'시술은 어떻게 하는 걸까.

유 원장은 "투스젬 시술이라고 해서 특별한 시술인 것은 아니다"며 "우리가 교정할 때 브라켓을 붙이는 방법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아에 무언가를 붙이는 과정은 똑같다고 볼 수 있는데 교정이 치료가 목적이라면 투스젬은 심미적인 목적에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스젬 시술 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치아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산부식제를 사용해 치아 표면을 처리하면 큐빅을 붙일 수 있는 치아 상태가 된다. 이후 광중합형 레진을 바르고 경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료용 레진을 사용해 큐빅을 부착하면 투스젬이 완성된다.

유 원장은 "이렇게 완성된 투스젬은 짧으면 2~3개월 동안 유지되고 길면 6개월을 넘기도 한다"며 "치아 건강을 위해 너무 장기간 부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술소 '불법'이지만… 소비자 "디자인은 시술소, 제거는 치과"


투스젬 시술을 위한 집기들이 준비된 모습(왼쪽)과 시술하는 모습(오른쪽) /사진=강남미라인치과의원제공
투스젬 시술에 대한 의료계와 소비자의 입장은 갈린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투스젬에 의한 치아 손상 문제나 우식(산성 때문에 치아 표면에 단백질이 파괴되는 현상) 등 2차 피해를 들어 투스젬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유 원장은 "투스젬이 외부 충격으로 떨어지면서 구강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시술로 인한 치아 에나멜층 손상 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치의협회에 따르면 투스젬 시술에 사용되는 '산부식제'와 '의료용 레진' '광중합기' 등은 모두 의료장비다. 또 의료법상 해당 재료나 장비는 허가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인만 사용할 수 있다. 유 원장도 "투스젬이라고 해서 교정이나 라미네이트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의료 절차를 지켜 시술하는 곳에서 받기를 권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스젬 시술을 원하는 MZ들은 병원이 아닌 시술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유는 MZ세대의 취향을 적극 반영해주는 디자인 때문.

투스젬 마니아 A씨는 "치과에서 투스젬 시술을 받는 것이 더 안전할 것 같아 병원에도 가봤지만 확실히 시술소 투스젬이 예쁘다"며 "요즘 피부에 타투도 많이 하는데 병원에서 타투하는 것보다 시술소가 더 심미적으로 만족스러운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투스젬 시술은 시술소에서 하고 제거는 안전을 위해 병원에서 하는 걸 선호하는데 다들 그렇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홍대와 강남 일대에는 투스젬 시술소가 많이 들어섰다. 가격도 시술소가 훨씬 저렴하다. 치과에서 투스젬 시술을 받을 경우 20만~30만원이 소요되지만 시술소는 5만~10만원 수준이다.

유 원장은 "시술소가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 치과보다 투스젬 시술을 다양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부착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보석을 떼는 과정인데 치아에 금이 가거나 치아가 손상되지 않도록 경험이 많은 곳에서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 덧붙였다.

김지은 기자 rldufwldms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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