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뒤안길로 사라진 입영열차부터 축제의 장 된 입영 현장[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기자 2024. 6. 28. 14: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1년 도입된 ‘입영일자 본인선택제’…2023년 89.5%가 본인선택 통해 입영
2006년까지 운영됐던 입영열차 제도…이제는 사단으로 직접 개별 입영 방식
1970년 입영열차 풍경. 병무청 제공

A(55)씨는 아들 B(21)씨와 함께 군 입대 신청을 하기 위해 최근 병무청 누리집을 찾았다. ‘2024년 현역병입영 본인선택원 추가 접수 안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에는 6월 19일 14시부터 입영신청을 선착순으로 접수받는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빠르면 신청 시점으로부터 5일 후에도 입영 가능하다는 안내였다.

본인선택 신청 시 바로 그 다음 주부터 9월 말까지 제시된 일정 중 본인이 원하는 입영일자를 결정해서 입영할 수 있다는 것에 A씨는 다시 한번 놀랐다.

과거 A씨가 군 입대할 당시인 1988년도만 하더라도 입영일자는 병무청에서 알아서 결정해 주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였다. 병무청에서 날아오는 입영통지서, 일명 ‘영장’을 받고 나서야 부랴부랴 신변 정리 후 마음의 준비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입대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도 달라진 입영 환경에 A씨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현역병 입영 제도 변천사 A부터 Z까지 알아본다.

◆1956년 ~ 1970년 ,현역병 입영 제도 태동기

병무청에 따르면 과거 현역병 입영대상자들의 입영일자는 병무청에서 직권으로 결정해 통지했다.직권 결정은 병원 배부의 방식으로 했다. ‘병원 배부’란 병역판정검사대상자의 적성 자질(연령, 지능, 학력 등) 및 신체등급과 병종(직군)별 징집인원을 지역별 입영부대로 균등하게 배부해 군에서 필요로 하는 인원을 충원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다.

‘ 병원배부’는 최초 병역법(법률 제41호 1949년 8월6일)에 규정돼 있었으며 당시에는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배부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6·25 전쟁 중은 물론 휴전 후 1957년까지는 잘 실시되지 못했고 병종 선별은 군에서 해왔다. 이후 병역법(법률 제444호, 1957년 8월 15일)을 개정함에 따라 병역법 시행령에 ‘병종은 본인의 체력·자질·학력·기능·경력 및 직업 등을 감안하여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병종 선별을 실시하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검사종사원에 대한 교육과 준비의 미비로 시행되지 못했다.

병역판정검사에서 병원배부에 따라 병종 선정을 시작한 것은 1964년 징모구 징병서에 적성분류관이 파견되고 국방부에 선병위원회가 설치돼 선병 지침이 마련된 이후부터다.

최근 5년간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선택 입영 현황

◆1970년 ~ 2000년, 병역의무자 편익 제고 위한 입영제도 개선

병무청장은 각군 참모총장으로부터 입영할 사람에 대한 병종별 인원을 통보받으면, 그 해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 복무에 적합한 사람으로 판정된 인원수에 따라 병종, 직군별로 지방병무청에 배부하고 지방병무청장은 이를 다시 시·군·구별로 배부했다.

또 병무청장이 현역병입영대상자를 각 지방병무청에 배부할 때에는 병종, 직군별에 비례하여 징집등급별로 균형이 유지되도록 공평하게 배부했다. 지방병무청장이 이를 시·군·구에 배부할 때에도 동일한 요령으로 실시했다.

1985년부터는 현역병입영대상자의 입영희망시기를 최대한 입영계획에 반영 후 입영일자를 결정해 이를 연초에 사전안내했다. 특히 재학생입영원 출원자와 학적변동자에 대해서는 입영희망시기를 우선 반영해 줌으로써 군 복무로 인한 학업 공백을 최소화하는 등 병역의무자 편익을 주려고 했다.

◆2001년부터 입영일자 본인선택 제도 도입

2001년부터는 일방적으로 병역의무를 부과하던 종전의 방식을 탈피해 입영일자를 본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입영일자 본인선택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시행 원년인 2001년은 시범 실시 기간으로, 지방병무청 민원실을 방문한 사람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됐다.

2002년에는 시간·장소를 불문하고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입영일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병무청 누리집 사이버 민원실을 설치해 병역의무자가 인터넷을 이용해 입영신청 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이 제도에 의한 입영가능 계획인원은 4만 9000여명이었다.

2012년부터는 당시 대학 재학생 위주로 운영해 오던 입영일자 본인선택 제도 대상을 모든 병역의무자로 확대 시행했다. 2014년 입영자부터는 선착순 방식에 의한 전산 지연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입영일자 본인선택 시 추첨제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추첨제에 따른 민원오해 등 불만 해소를 위해 3년 간 운영해 오던 추첨제 방식을 2017년부터는 다시 선착순 방식으로 선발방식을 변경했다.

2016년부터는 군 소요의 적성별 충원율을 제고하고 지역별 입영대기 기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전국 병역자원을 통합 활용하는 ‘전국단위 징집체계’를 구축해 추진하게 됐다. 특히 2021년 입영자부터는 국방부·육군과 협업을 통해 다음연도 군 입영계획을 기존 9월에서 6월로 3개월 앞당겨 인수함으로써, 입영 시기를 조기에 확정해 입영대상자가 보다 안정적으로 입대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입영열차부터 사단 개별입영까지 현역병 입영방법 변화

입영방식은 집단호송에서 현재 개별입영까지 시대 환경에 맞추어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1977년 이전에는 학교 등에 중간집결지를 설치하고 그 곳에서 인도인접을 마친 후 군 열차로 집단호송 입영을 실시했다.집결지 입영제는 집결지에 입영사무소를 설치하여 인도·인접 후 군 호송관이 입영부대까지 인솔·입영하게 하는 제도이다.

1978년부터 1985년까지는 병역의무자의 자율입영을 보장하고 군의 열차 호송에 따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집결지 집단입영과 개별입영을 병행하여 실시했다.집결지 집단입영 대상은 육군훈련소, 102보충대, 306보충대, 해군(부대 인근 지역 제외)이었고, 입영통지서에 승차역과 승차시간 및 좌석을 지정해 통지하고 열차 내에서 인도 인접을 실시했다. 후방사단은 근거리 입영대상이 입영부대에 지정된 일시에 개별적으로 직접 입영하도록 하는 개별 입영제도를 적용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입영열차

1985년 이전까지는 후방사단 및 입영부대 인근지역 입영자에 대해서만 개별 입영제를 실시해 왔으나, 1986년 이후는 모든 대상에 대해 개별 입영제로 전면 전환됐다.

그러다가 1998년 원거리 거주자의 편익을 위한 입영열차 운행이 부활됐고 최초 운행 구간은 광주역에서 306보충대까지였다. 이후 입영열차는 부산, 광주, 창원까지 확대되었다가 2006년 완전히 폐지됐다.

기존의 입영 방식은 권역별 보충대 입영 후에 지역사단으로 배치하던 형태였다. 하지만 대중교통의 발전과 평시 보충대대 효율성 감소 및 사단에서 임무수행이 가능해짐에 따라 2016년부터는 306보충대와 102보충대를 거치지 않고 지역사단으로 직접 입영하게 됐다. 2015년에는 306보충대, 2016년에는 102보충대가 해체됐다.

김종철 병무청장이 지난 5월14일 육군 제55보병사단에서 열린 현역병 입영 문화제에 참석해 홍보 체험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병무청 제공

◆입영문화, 이제 달라지고 있다

“활기찬 입영현장 분위기에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군 복무에 자신감이 생깁니다. 앞으로 당당하게 군 복무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지난 5월 14일 제55보병사단에 입대한 고(22)모씨의 입영 소감이다.

이제는 입영현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입영 풍경 속 모습이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눈물의 현장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도전과 시작을 응원하는 축하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병무청에서 2011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현역병 입영문화제’는 버스킹 공연, 사랑의 편지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입영장병과 가족에게 입영의 의미를 되새기고 긍정적 입영문화를 조성하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그동안 시대의 요구와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되도록 끊임없이 입영제도를 보완하고 발전시켜 왔다”라며 “앞으로도 병역의무자 중심으로 입영제도를 지속해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