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4년만에 맞짱'…"중범죄자" "최악 대통령" 설전(종합)
(워싱턴=뉴스1) 권영미 조소영 김예슬 김성식 기자 김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첫 TV토론에서 90분간 낙태와 국경, 외교안보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상대를 향해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쏟아내며 날선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이번 대선에서 최대 쟁점으로 전망되는 이민 및 국경 문제, 낙태 문제를 놓고 초반부터 정면 충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경 정책과 관련,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을 넘도록 허용한 사람들에 의해 많은 젊은 여성이 살해됐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경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바이든 대통령)는 국경을 감옥, 정신병원, 테러리스트 등에게 개방했고 그들(불법 이민자)은 여성들을 강간하고 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발동한 행정 조치를 거론, "지금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40%나 줄었다"면서 "그(트럼프 전 대통령)가 백악관을 떠났을 때보다 더 나아졌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그들(불법 이민자)을 환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실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그는 과장하고 있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가 말한 것을 뒷받침하는 아무 데이터가 없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불법 이민 대응 정책과 관련, "아이들을 엄마한테서 분리하고 철창에 가뒀으며 가족을 분리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답변 이후 "저는 그가 그 문장의 마지막에 뭐라고 말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낙태 문제에 바이든 "여성·의사에 맡겨야"…트럼프 "주(州)에 맡겨야"
두 사람은 낙태 문제를 놓고도 충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2년 연방 대법원이 여성들의 낙태권을 인정해 왔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데 대한 3명의 보수성향 대법관을 임명하는 등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낙태 허용 문제를 주(州)에 맡겨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양당 모두가 낙태 문제의 결정을 주로 복귀시키길 원한다며 "이제 주가 그것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끔찍한 일"이라며 모두가 낙태 문제의 결정을 주로 되돌리길 원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여성의 재생산권을 위협한다면서 낙태 문제에 대해 여성의 건강과 의사의 판단에 의해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트럼프 때 美경제 자유낙하"…트럼프 "바이든, 불법이민자 일자리만 만들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경제 상황과 관련해 "미국 경제는 자유낙하 중이었다. (코로나) 대유행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트럼프 행정부 때) 경제가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갖고 있었다"고 반박하면서 "그(바이든 대통령)가 만든 유일한 일자리는 불법 이민자를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매우 형편없게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바이든 리더십이 전쟁 촉발"…바이든 '트럼프가 푸틴 부추겼다' 주장
조 바이든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 등을 둘러싸고 맞붙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의 부족한 리더십이 전쟁을 촉발했다고 주장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심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맞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참전용사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두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사상 최악의 군(軍) 통수권자"라며 "푸틴이 바이든을 얕잡아보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철군)은 사상 최악의 실책이었고, 푸틴도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아니었으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고, 100만 년이 지났어도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가 이스라엘을 침공할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렇게 많은 거짓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뭘 했는지 봐라.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라'고 트럼프가 푸틴에게 얘기했고 실제로 푸틴이 그렇게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부추겼다는 취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전쟁범죄자"라고 직격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이 남자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하고 싶어 한다"며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50개 다른 국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데 그들은 이게 전 세계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해 자신이 제시한 3단계 휴전안이 전쟁을 끝낼 최선의 방법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정책을 비판하면서 "그는 팔레스타인 같아졌다"고 했다.
◇기후정책 놓고 트럼프 "임기 때 최고의 환경 지표"…바이든 "트럼프 아무것도 안해"
기후위기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절대적으로 깨끗한 물과 공기를 원한다"면서 "내 임기 4년간 최고의 환경 관련 지표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한 것을 지적, "그는 환경을 위해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한 일을 되돌리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안 했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상기시키며 "저는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기후 변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 결정에 대해 "나는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끝냈다"고 받아쳤고,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에 대해 "새 녹색 사기"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선 결과 승복 여부' 질문에 "공정·합법적이면 수용"…바이든 "의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결과에 승복할 것이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은 뒤 "공정하고 합법적이며 좋은 선거라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종류의 정치적 폭력을 규탄할 것이냐'는 물음엔 "그것을 얘기할 필요가 없지만, 저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전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선거 사기와 모든 것들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면서 "나는 바이든이 끔찍하게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면 다시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아마도 기소도, 어떤 정치적 보복도 없이 다른 장소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지지율이 어떨지 보자"며 "당신이 첫 번째로 패배했을 당시 당신은 미국 전역의 법원에 항소를 제기했지만, 단 한 개의 법정에서도 당신의 선거사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선거 사기 주장에는 어떤 증거도 없다"면서 "당신은 투덜이(whiner)이기 때문에, 당신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극렬 지지자들이 일으켰던 1·6 의사당 폭동 사태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나이 우려 불식시키면서 상대방 건강 문제 부각 주력
두 사람은 토론에서 각각 자신의 나이와 관련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상대방의 건강 문제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올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나이에 대한 우려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이 사람은 나보다 세 살 어리지만 (나보다) 훨씬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두 차례 인지력 테스트를 받았으며 두 번 다 만점을 받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그는 하나도 (테스트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두 번이나 (골프) 클럽 챔피언십에서 승리했다. 그렇게 하려면 여러분은 상당히 똑똑해야 하고 공을 멀리 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바이든 대통령)는 골프공을 50야드도 못 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골프를 잘 칠수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만약 골프가방을 직접 들고 다닐 수 있다면 기꺼이 골프를 같이 치겠다. 그것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최악의 대통령", "중범죄자" 등 인신공격성 발언도
두 사람은 상대 후보의 주장을 대체로 "거짓말"이라고 일축하거나 "최악의 대통령"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내놓으면서 상대를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더 이상 나라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자, 바이든 대통령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거론하면서 받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돈 의혹과 관련해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을 거론, "이 무대에서 유일하게 유죄를 인정받은 중범죄자"라고 지적했고, "아내가 임신한 밤에" 여성을 추행하고 포르노 스타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둑고양이의 도덕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총기 불법 소지 등의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은 것을 거론, "그의 아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유죄를 인정받은 중범죄자"라고 맞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전쟁 때 죽은 미군을 '패자(loser)', '멍청이(suckers)'라고 부른 것을 상기시켰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부인하면서 "당장 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한편 CNN이 집계한 발언 점유 시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 40분 12초를, 바이든 대통령은 약 35분 41초의 발언 기회를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차례로 마무리 발언을 한 뒤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중계 화면이 넘어갈 때까지 몇초간 '불편한 침묵'을 지켰다. 이들은 토론회장에 입장할 때도 악수나 인사 없이 각자의 연단으로 직행했다.
이날 토론회 중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목소리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토론 시작과 함께 목을 가다듬거나 여러 번 기침을 하는 모습이 보이자 온라인에서는 그의 건강을 우려하고 글들이 많이 올라왓다.
이에 대해 CNN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며칠 동안 감기와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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