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에서 부는 ‘저출산 극복 바람’ 전국으로 퍼져나갈까

윤효성 영남본부 기자 2024. 6. 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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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제 전격 시행으로 결혼·출산 장려, 삶의 질 높인다
업무 공백 우려는 기우…집중도 상승하고, 부서 소통도 활발해져

(시사저널=윤효성 영남본부 기자)

6월21일 금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직장을 나서는 윤진범씨(32)의 발걸음이 가볍다. 4세와 2세 아이를 키우는 윤씨는 어린이집에 들러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이처럼 윤씨는 매주 금요일마다 아이들 하원을 도울 수 있게 됐다. 윤씨의 직장인 청송문화관광재단이 주 4.5일제를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다. 윤씨는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교감을 늘릴 수 있어 좋다"며 "다음 금요일 오후에는 가족여행을 떠날 계획이다"고 말했다.      

청송군 체육회에 근무하는 조상래씨(26)는 은행 방문 등 평일에 하기 힘들었던 일을 금요일 오후에 처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간호사 일로 주말에 근무가 많은 여자친구를 금요일에 일찍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기쁘다.       

4.5일제가 인구 소멸 고위험 지역인 청송군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는 윤경희 청송군수 ⓒ청송군

청송문화원에 근무하는 최우영 팀장(40)은 "문화원에 근무하다 보니 평소에 읽고 싶은 책이 많았는데 금요일 오후는 책을 읽는 데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시행 초반이지만 주 4.5일제가 바꿔놓은 청송군 기관 근로자의 삶이다. 직장인의 일상에서 무게의 추가 직장에서 가정으로, 노동에서 여가로 옮겨가고 있다. 육아에 아쉬움이 있었던 부모, 연애하기 어려웠던 청년, 자기개발에 목말랐던 관리자에게 주 4.5일제는 가뭄에 단비처럼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시행 전에 우려됐던 업무 공백에 대해서는 '기우'였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오히려 선제적으로 일 처리를 하고 직원 간 소통을 더 활발히 한다는 것이다. "업무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보통 목요일에 하던 업무보고를 하루 정도 당겨서 하게 됐고 업무 담당자 간 소통도 더 자주 하고 있어요. 일을 좀 더 밀도 있게, 효율적으로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최 팀장의 말이다. 윤씨 역시 "일을 좀 더 빡빡하게, 집중력을 높여 하다 보니 효율성과 능률이 오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조상래 제공

"노동자가 행복한 청송으로" 청년들에 손짓   

경북 청송군은 지난 5월 주 4.5일제 시행을 위한 기관단체장과 근로자 대표 간 상생 합의문을 작성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일하기 좋은 지역, 삶의 질이 높은 곳으로 청송을 브랜드화해 인구 유출도 막겠다는 복안이다. 가사와 양육을 병행하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주 4.5일제를 통해 '노동자가 행복한 지역'으로 청송군의 이미지를 구축해 청년을 불러들이고, 근로자들이 가정에 더 충실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청송군은 먼저 청송문화관광재단, 체육회, 문화원 3곳에 주 4.5일제를 제안했고, 이곳 직원 30여 명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저출산과 인구 유출을 극복하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주 4일 출근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은 육아기 공직자의 주 1일 재택근무를 의무화하고, 육아휴직자에게 A등급 이상 성과 등급을 부여하고 근무성적평정에도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게 하겠단 취지다. 

전북자치도 임실군의회에서도 최근 주 4일제 의무 도입이 제안됐다. 임실군의회 정일윤 의원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공무원에 대해 주 4일제를 도입해 '일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노동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통해 공직사회부터 모범을 보여 민간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정책을 수립해줄 것"을 요청했다. 

조직심리 및 소통 전문가 권기정 박사(호프만에이전시코리아 지사장)에 따르면 직무 중심으로 업무의 자율성을 부과할 경우 직원들의 직무 만족과 성과가 크다는 학계의 실증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권 박사는 "국내외 선도 기업들의 경우 단축근무와 시차출근은 물론 재택근무를 포함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로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며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며 "지자체에 주 4일제가 도입될 경우 직원 간 명확한 직무 목표 및 결과에 대한 소통의 양과 질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 국회에서도 주 4일제 도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주 4일(4.5일) 근무제 도입을 당내 노동정책 제1공약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근로시간 단축도 포함됐다. 주 4.5일제 시행과 함께 청송에서 시작된 '저출산 극복 바람'이 전국으로 확산할지 관심이 쏠린다. 

■윤경희 청송군수 "주 4.5일제, 지방 소멸 위기 대응방안으로 활용될 것"

윤경희 경북 청송군수는 산하 기관부터 시작된 주 4.5일제가 청년 인구 유입으로 저출산 문제 극복과 '지방 소멸 위기 대응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근로자의 삶의 질 보장과 저출산 문제 극복은 군정의 주 목표다. 윤 군수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설문조사에서 가장 절실한 것이 자동 육아휴직제도 도입과 육아휴직 기간 소득 보장, 노동시간 단축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주 4.5일제 시행으로 청송군을 근로자가 행복한 지역으로 만들어 좋은 일자리로 젊은 청년들을 불러 모으고, 근로자는 가정을 찾아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경희 군수를 시사저널이 만났다.    

주 4.5일제와 함께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은.

"청송군의 인구 감소는 자연감소보다 수도권과 인근 도시로의 유출로 인한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인구 유출은 지역에서 활기가 사라지고 재투자 여건 감소로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청송군은 정주기반 조성, 일자리 창출, 생활인구 증가를 일으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주기반 조성을 위해 청송읍 옛 군수 관사 부지에 공공임대주택 '청년 빌리지' 건립으로 청송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청송군-지역대학-기업이 함께하는 '청송군 K-U시티 항노화 사업' 추진으로 청년들이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해 정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생활인구 증가를 위해 옛 주왕산 초등학교 부지에 '이색숙박시설단지'를 만들고, 파천면 산림레포츠 휴양단지 조성, 청송백자 레지던스 사업, 주산지 관광지 조성사업 등 더 자주, 더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한 관광산업 다양화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전국적 이슈가 된 버스 무료화가 도입된 지  2년 가까이 됐다. 효과는 있나.

"무료버스 시행으로 소요되는 추가비용은 연 3억5000만원 정도다. 청송군 가용재원의 0.2%로  군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반면 무료버스 운행으로 얻는 효과는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버스 이용객이 당초보다 약  25~30% 이상 증가했고, 승용차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전환해 탄소중립으로 인한 산소카페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무료버스 전국 최초 시행이 언론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음에 따라 청송 농산물과 문화관광자원도 노출돼 수백억원 이상의 광고효과도 보고 있다." 

인구 감소는 경제 문제와도 밀접하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역점사업은.

"청송사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무적엽 청송사과' 시범 생산은 과수재배 단계의 사과 잎따기 작업을 개편해 재배 과정 단축과 인건비 절감으로 노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수농가의 부담을 덜어주는 좋은 과수재배 혁신 사례가 될 것이다. 또한 '산소카페 청송군' 도시 브랜드의 이념에 걸맞은 깨끗한 도시환경에서 누리는 문화향유 공간 제공을 위해 청송읍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금곡지구·진안지구 도시재생사업, 덕리지구 농촌공간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들이 완료되면 군민들이 모이는 거점 공간이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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