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효과 있었네… 5㎞ 스피드업보다 중요한 것, 정동윤이 배운 인생의 진리
[스포티비뉴스=강화, 김태우 기자] 야탑고를 졸업하고 2016년 SSG의 1차 지명을 받은 우완 정동윤(27)은 완성형 선발로 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꽤 오랜 기간 받은 선수다. 193㎝의 건장한 체구에 뛰어난 유연성까지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손의 감각도 좋았다. 팀도 꾸준하게 기회를 줬다. 하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구속이었다.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기에 잘 다듬으면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뻣뻣한 선수가 아니었기에 더 그랬다. 그러나 그 구속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40㎞를 넘기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아무리 세게 던져봐야 140㎞대 초반에 머물렀다.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정체되어 있다 2022년 중반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이탈했다.
재활 마무리 단계에서 어깨까지 아파 시간이 길어졌고, 결국 2023년 한 번의 공식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그 사이 후배들이 치고 올라왔고, 정동윤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나의 전환점이 생겼다. 정상으로 돌아온 몸 상태에 평소 성실한 태도까지 눈여겨 본 SSG가 지난 4월 그를 미국으로 보냈다. 미 노스캐롤나이주에 위치한 트레드 애슬레틱으로 소속 선수 세 명(정동윤 백승건 신헌민)을 파견한 것이다. 정동윤에게는 기회였다.
가면 구속이 오를 것이라는 환상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처음에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즌 중에 온 선수이기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뜯어 고치려 하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 트레드 애슬레틱의 스태프들은 정동윤을 최대한 세심하게 다루고,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첫 한 마디가 정동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스태프들은 “몸이 너무 좋다. 엄청나게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선수”라고 말하며 정동윤의 기를 살렸다.
정동윤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한 스태프들은 우선 키킹 동작에 주목했다. 정동윤은 체구가 크고 팔도 길다. 그래서 팔이 올라오는 게 늦다고 생각했다. 이를 의식하다보니 키킹을 하는 동작에서 팔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다보니 약간 주저앉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트레드 애슬레틱의 스태프들은 “그렇게 하지 말고 키킹을 하면 바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몸 전반적인 가동성도 더 향상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4주가 지났다. 구속 향상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구속이 더 떨어졌다. 처음 던질 때는 89마일까지는 나왔는데 이후 85마일까지 떨어졌다. 정동윤도 애가 탔다. 8주 과정의 절반이 지났는데 특별히 구속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4주간 착실히 운동한 것은 그 다음 스텝을 위한 포석이었다. 정동윤은 “4주 차부터 상체 쪽에 터치가 들어오더라. 상체가 벌어지면서 힘 손실이 많이 난다고 했다. 교정을 하자고 해서 했는데 피칭을 하니까 공이 바로 빨라지더라”면서 “왜 늦게 알려줬는지 뭐라하지 말라고 하더라. 지금까지 단계가 다 돼서 이제 알려주는 것이지, 처음부터 알려줬다면 안 됐을 것이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정동윤은 와인드업할 때의 투구 동작도 바꿨다. 더 리듬감 있는 투구폼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트레드 애슬레틱의 스태프들은 “스피드가 안 나온다고 걱정하지 마라. 너는 8주 안에 90마일(145㎞)은 무조건 던진다”고 격려했다. 무조건적인 훈련보다는 휴식을 굉장히 강조했다는 게 정동윤의 회상이다. 정동윤은 “절대 빠른 변화는 없다고 하더라. 단계를 밟고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교훈은 자신의 야구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는 대목이라 여겼다. 구속도, 투구 완성도도 마법은 없다. 단계를 밟고 천천히 가는 것이라고 마음을 바꿨다.
정동윤은 26일 강화SSG퓨처스필드에서 열린 국군체육부대(상무)와 경기에서 최고 시속 147㎞를 던지며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다. 투구폼도 더 역동적으로 바뀌었고, 무엇보다 투구 내용이 더 역동적이었다. 스피드가 나오자 자신감이 붙었다. 예전처럼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그러다 제구가 안 돼 볼넷을 내주고 무너지는 모습이 없었다. 이날 거의 모든 공을 패스트볼로 던졌다. 그렇게 성적을 냈다. 구속은 자신감으로, 자신감은 성적으로 이어진다.
정동윤은 “배영수 코치님도 ‘네 직구가 좋아 상대가 못 치고 있는데 왜 변화구를 던져서 밸런스를 깨뜨리느냐. 처음부터 변화구를 던지는 건 변화구 투수들이 하는 것이고, 지금은 직구가 너무 좋으니 직구를 많이 보여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했다. 어쩌면 정동윤의 야구 인생에서 “넌 직구가 좋아”라는 말을 듣는 게 처음일 수도 있다. 정동윤은 “150㎞를 던지는 게 목표였는데 미달이었다”고 미소를 지으면서 “복귀한 직후는 마운드에 적응하느라 흥분도 되고 그랬는데 후반기부터는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구속 향상보다 더 중요한 진리들을 배우고 온 것은 남은 야구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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